
얼마 전 친구 집 거실을 함께 손봤는데, 흰 벽에 검은 가구를 들여놓는 것만으로는 생각했던 분위기가 안 나왔습니다. 소파와 수납장은 멋있는데 방이 좁고 어두워 보이더군요. 블랙 화이트 인테리어는 색을 고르는 일보다 두 색이 차지할 면적과 빛을 먼저 맞추는 일이 중요합니다. 제가 집을 고치며 여러 번 실패한 것도 바로 그 순서였습니다.
검은색은 면적보다 위치를 먼저 정합니다
처음이라면 벽과 천장처럼 넓은 면적은 흰색으로 두는 편이 편합니다. 거실을 기준으로 눈에 보이는 면적의 약 70%를 흰색, 20%를 검은색, 나머지 10%를 나무색이나 회색으로 잡으면 시작하기 수월합니다. 정확한 공식은 아닙니다. 가구가 이미 짙은 색이라면 검은색을 더 채우지 않아도 됩니다.
검은색을 한쪽에 몰아넣으면 그쪽만 무거워 보입니다. 검은 소파가 있다면 반대편 선반 손잡이, 액자 테두리, 작은 스탠드처럼 떨어진 곳에 검은색을 조금씩 반복해 보세요. 반대로 검은 커튼과 검은 러그를 소파 옆에 함께 두면 바닥부터 벽까지 큰 덩어리가 생깁니다. 좁은 방에서는 특히 답답해 보이기 쉽습니다.
구매 전에 바닥에 신문지나 종이테이프로 가구가 놓일 자리를 표시하는 것도 좋습니다. 사진으로 볼 때는 적당해 보이던 검은 수납장이 실제로는 창에서 들어오는 빛을 가릴 수 있거든요. 가구를 주문하기 전에 통로 폭도 재세요. 자주 지나는 길은 최소 60cm 정도 확보해야 생활할 때 덜 부딪힙니다.
흰색 페인트는 색보다 바탕 작업이 오래 걸립니다
벽 한 면을 흰색으로 칠하면 간단할 것 같지만, 제가 해보니 작업 시간의 절반은 칠하기 전과 후에 씁니다. 가구를 옮기고 바닥을 덮은 뒤, 들뜬 도배지와 못 자국을 확인해야 합니다. 벽지가 벌어진 곳에 그대로 페인트를 올리면 마르면서 이음매가 더 눈에 띕니다. 물걸레로 먼지를 닦았다면 벽이 완전히 마른 다음 칠하세요.
작은 방 벽 한 면, 가로 3m에 높이 2.4m 정도라면 칠할 면적은 약 7.2㎡입니다. 제품에 적힌 1회 도포 면적을 보고 2회 칠할 양을 계산하세요. 기존 벽이 짙거나 얼룩이 있다면 추가 도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재료는 페인트뿐 아니라 롤러, 붓, 트레이, 보양 테이프, 바닥 덮개까지 필요합니다. 도구가 없다면 재료비를 대략 5만~12만 원 정도로 잡고, 제품과 벽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벽 한 면을 혼자 칠할 때는 보양과 보수에 1~2시간, 칠하는 데 회당 1시간 안팎을 예상합니다. 다음 칠까지의 건조 시간은 반드시 페인트 용기 안내를 따르세요. 하루에 모든 일을 끝내려다 덜 마른 벽에 롤러를 대면 첫 칠이 벗겨질 수 있습니다. 롤러나 사다리는 한 번 쓸 거라면 빌리는 편이 낫지만, 사다리는 흔들림이 없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검은색 벽을 만들고 싶다면 한 면 전체보다 문틀 옆 좁은 부분이나 가구 뒤쪽을 먼저 시험해 보는 편을 권합니다. 검은 페인트는 작은 흠집과 먼지가 눈에 잘 띕니다. 무광은 반사를 줄여주지만 손이 자주 닿는 곳에서 자국이 남기 쉽고, 광택이 높으면 벽의 요철이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작은 샘플을 실제 벽에 칠하고 낮과 밤에 모두 보는 이유입니다.
조명과 소재가 차가운 느낌을 덜어줍니다
흰 벽과 검은 가구만 있으면 사진은 깔끔해도 집에서 쉴 때는 차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럴 때 색을 더하기 전에 소재를 바꿉니다. 나무 상판, 면 커튼, 털이 짧은 러그처럼 표면이 다른 물건을 한두 개 넣으면 같은 두 색도 훨씬 편안해 보입니다. 흰색도 푸른 기운이 도는 흰색과 따뜻한 흰색이 있으니, 기존 바닥이 누런 나무색이라면 샘플을 바닥 옆에 대보고 고르는 게 안전합니다.
조명은 방에 이미 있는 빛부터 확인하세요. 낮에 창을 등지고 보는 벽과 밤에 천장등만 켰을 때의 벽은 색이 다르게 보입니다. 전구만 교체할 수 있는 등이라면 기존 기구에 표시된 규격과 허용 전력을 확인한 뒤 고르면 됩니다. 검은 가구 위에 어두운 그림자가 생긴다면 플러그를 꽂아 쓰는 스탠드로 필요한 자리만 밝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스탠드 하나를 더할 때는 대략 2만~7만 원, 배치까지 20~30분 정도를 생각하면 됩니다.
천장등을 떼어 배선을 잇거나 스위치 위치를 바꾸는 작업은 셀프 시공 범위에서 빼세요. 차단기를 내렸다는 것만으로 배선 상태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조명 기구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면 전기 작업을 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맞습니다. 집꾸미기 때문에 감전이나 화재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습니다.
작은 물건부터 바꾸면 비용과 실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소파, 식탁, 커튼을 모두 새로 사면 색은 맞아도 예산이 금방 커집니다. 먼저 집에 있는 물건을 찍어 흑백 사진으로 보세요. 사진에서 검은 부분이 이미 많다면 새 가구 대신 밝은 쿠션이나 커튼을 더하는 쪽이 낫습니다. 반대로 온통 흰색이라 밋밋하다면 액자 테두리나 작은 탁상 조명처럼 옮길 수 있는 물건으로 검은색을 넣어볼 수 있습니다.
선반을 달 계획이라면 벽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석고보드 벽에 무거운 책을 올릴 선반을 나사 몇 개로 고정하는 건 위험합니다. 벽 속 구조와 고정 방식, 선반의 허용 하중을 확인할 수 없다면 설치 위치를 바꾸거나 시공을 맡기세요. 가벼운 장식품을 놓을 곳이라면 바닥에 세우는 수납장이 작업도 적고, 나중에 배치를 바꾸기도 쉽습니다.
검은 가구는 먼지와 손자국이, 흰 천은 얼룩이 잘 보입니다. 그래서 손이 자주 닿는 식탁에는 닦기 쉬운 표면을, 세탁이 잦은 쿠션에는 커버를 분리할 수 있는 제품을 고릅니다. 보기 좋은 사진보다 일주일 뒤에도 편하게 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더군요. 블랙 화이트 인테리어는 한 번에 완성하려고 서두를수록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벽과 큰 가구는 천천히 정하고, 작은 물건으로 균형을 맞춰가는 쪽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