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중독자가진단, 술을 줄이기 어려우신가요?

알콜중독자가진단, 술을 줄이기 어려우신가요?

병동에서 일하다 보면 “매일 마시는 건 아니니까 괜찮은 줄 알았어요”라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어떤 분은 주말에만 마셨지만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웠고, 어떤 분은 매일 조금씩 마시면서도 술 없는 저녁을 견디기 힘들어했습니다. 술 문제는 마시는 횟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지, 술 때문에 생활과 건강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알콜중독자가진단’을 찾고 계신다면 이미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래 항목은 진단을 내리기 위한 시험이 아닙니다. 지난 12개월을 돌아보고, 진료실에서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가늠하는 데 쓰는 점검표입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이런 일이 있었나요?

미국 국립알코올남용·알코올중독연구소가 안내하는 알코올 사용장애 진단 기준에는 11가지 항목이 있습니다. 각 항목을 읽으며 지난 1년 사이 실제로 있었던 일에 표시해 보세요.

  • 마시려던 양보다 많이 마시거나, 생각했던 시간보다 오래 마셨다.
  • 술을 줄이거나 끊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 술을 구하고 마시고, 술기운에서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 술이 몹시 당겨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 음주 때문에 직장, 학교, 집에서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 술로 가족이나 주변 사람과 갈등이 생겼는데도 계속 마셨다.
  • 술 때문에 중요하게 여기던 취미나 활동을 줄이거나 그만뒀다.
  • 음주운전처럼 다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도 술을 마셨다.
  • 술이 몸이나 마음의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마셨다.
  • 전과 같은 취기를 느끼려면 더 많이 마셔야 했다.
  • 술을 줄이거나 끊었을 때 손 떨림, 식은땀, 불안 같은 증상이 생기거나 이를 피하려고 다시 마셨다.

지난 12개월 동안 11가지 중 2가지 이상이 해당하면 의료진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진단 기준에서는 해당 항목이 2~3개일 때 경도, 4~5개일 때 중등도, 6개 이상일 때 중증으로 구분합니다. 다만 스스로 센 개수가 곧 진단명은 아닙니다. 증상이 생긴 맥락과 다른 건강 문제까지 확인한 뒤 의사가 판단합니다.

매일 마시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센터에서 술 이야기를 꺼내면 “저는 매일 안 마셔요”라고 답하는 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더 들어보면 주말마다 기억이 끊길 만큼 마시거나, 줄이겠다고 약속하고도 반복해서 마시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반대로 마시는 양이 많아 보여도 이 글만으로 알코올 사용장애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음주량과 함께 조절의 어려움, 생활에 생긴 손상을 봐야 합니다.

지난 한 달의 음주 기록을 적어두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마신 날짜, 술 종류와 양, 마시기 시작한 뒤 멈추기 어려웠는지, 다음 날 지각이나 약속 취소가 있었는지를 함께 적으세요. 소주 한 병, 맥주 두 캔처럼 실제 양을 적는 편이 “적당히 마셨다”는 표현보다 정확합니다. 가족의 걱정을 들었다면 그 내용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광고

술을 끊었을 때 몸이 힘들다면 더 주의해야 합니다

술을 오래, 자주 마시던 사람이 갑자기 끊으면 금단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손 떨림, 땀, 메스꺼움, 불안, 잠을 못 자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발작이나 심한 혼란으로 이어집니다. 증상이 두려워 아침부터 술을 찾는다면 혼자 버티며 끊으려 하기보다 먼저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과거에 금단 발작을 겪었거나, 술을 줄일 때 몸이 심하게 떨렸다면 진료 시 꼭 알리세요.

술을 줄인 뒤 발작이 일어나거나, 사람·장소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혼란스러워하거나, 환각과 심한 떨림이 나타나면 응급상황입니다.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이때 술을 다시 마셔 증상을 넘기려 하지 마세요.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점검 항목이 2개 이상 해당하거나, 한 가지뿐이어도 음주운전·반복되는 기억 끊김·가족이나 직장에서의 문제가 있다면 진료를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현재 음주 상태와 몸 상태를 상의할 수 있고, 필요하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더 자세한 평가와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검진에서 간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수치만 보며 기다리기보다 실제 음주량과 복용 약을 함께 알려주세요. 간 수치가 정상이어도 술로 인한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술 이야기는 꺼내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진료실에서는 “줄이려고 했는데 잘 안 됩니다”라는 한 문장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제가 병동에서 여러 번 본 것은, 상태를 숨기지 않고 일찍 말한 분일수록 필요한 도움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알콜중독자가진단, 술을 줄이기 어려우신가요?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