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여행 코스에서 골목을 골랐더니

샌프란시스코 여행 코스에서 골목을 골랐더니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루를 비워 두고 지도를 보다가, 바다나 유명한 전망대 대신 남쪽 동네에 눈이 갔다. 역에서 조금만 걸어도 주택가와 작은 공원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그렇게 발보아 파크역에서 케이유가 공원을 거쳐 글렌 파크까지 가는 샌프란시스코 여행 코스를 잡았다. 사진을 많이 남긴 날은 아니었지만, 어디서 걸음을 늦췄는지는 또렷하게 기억난다.

발보아 파크역에서 조금 벗어나기

출발점은 BART 발보아 파크역이다. 역 밖은 차와 전철이 오가고, 처음부터 한적한 분위기는 아니다. 그래도 나글리 애비뉴 쪽 주택가로 방향을 잡으면 여행지보다 생활권에 들어온 느낌이 난다. 케이유가 공원의 주소는 나글리 애비뉴 301번지다. 큰 길에서 공원 이름을 찾기보다 주소를 확인해 걷는 편이 덜 헷갈린다.

나는 이 구간에서 일부러 속도를 낮췄다. 창가의 화분이나 집 앞 계단처럼, 목적지만 향해 걸으면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역 주변과 공원 사이에는 차량 통행이 있는 길도 있으니 횡단보도를 따라가는 게 좋다. 동네 산책이라고 해서 길 전체가 조용한 것은 아니다.

나무 조각이 숨어 있는 케이유가 공원

케이유가 공원은 운동장과 놀이터가 있는 동네 공원이다. 사람이 전혀 없는 비밀 장소를 기대하면 조금 다를 수 있다. 아이들이 뛰거나 주민들이 운동하는 시간도 있다. 그래도 공원 가장자리의 길을 천천히 돌면 이곳만의 표정이 보인다. 나무 사이에 놓인 조각과 손길이 느껴지는 정원이 그렇다.

샌프란시스코 공원관리국 안내에는 오래 이곳을 돌본 정원사 데메트리오 브라세로스가 조각과 정원을 만들었다고 나온다. 그 사연을 알고 나니 작품을 한꺼번에 찾아다니기보다, 걷다가 하나씩 발견하는 편이 좋았다. 반듯한 잔디밭 옆에 뜻밖의 나무 얼굴이 나타나는 순간이 있다. 공원 전체를 둘러보는 데 긴 시간을 잡을 필요는 없지만, 벤치에 앉아 쉬는 시간까지 남겨 두면 이 코스의 분위기가 살아난다.

공원은 현지 주민이 쓰는 공간이다. 사진을 찍을 때는 놀이터의 아이들이 화면에 들어오지 않게 기다렸다. 작은 배려 하나가 낯선 동네를 걷는 마음도 편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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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로 한 정거장, 글렌 파크의 낮은 골목

다음은 발보아 파크역으로 돌아가 BART를 타고 글렌 파크역에서 내리는 구간이다. 두 역이 이웃해 있어 긴 이동은 아니다. 걷는 시간이 충분하다면 동네 사이를 걸어도 되겠지만, 나는 공원에서 이미 걸음을 많이 썼고 오후에는 협곡 길을 남겨 두고 싶었다. 이동 수단을 섞으니 하루가 덜 바빴다.

글렌 파크역을 나오면 다이아몬드 스트리트와 보즈워스 스트리트가 만난다. 여기서 체너리 스트리트 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상점과 주택이 가까이 붙은 작은 중심가가 이어진다. 어느 가게를 꼭 들러야 한다는 계획보다, 점심을 먹고 잠깐 앉아 있을 자리를 찾는 정도가 이 동네와 잘 어울렸다. 가게의 영업시간은 바뀔 수 있으니 특정 식당 하나에 일정을 걸어 두지는 않는 편이 낫다.

솔직히 이 구간의 매력은 대단한 장면이 없다는 데 있다.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 카페 앞에서 잠시 멈추는 사람을 따라 거리의 속도도 느려진다. 유명한 관광지에서 다음 사진을 찍을 자리를 찾을 때와는 다른 시간이 흘렀다.

글렌 캐니언에서 걷는 양을 정하다

체너리 스트리트를 따라 엘크 스트리트 쪽으로 가면 글렌 캐니언 공원 입구에 닿는다. 공원관리국이 안내하는 이곳의 특징은 도심 속 협곡과 산책길, 그리고 이슬라이스 크리크다. 입구 근처의 운동장과 놀이터만 보면 평범한 공원 같지만, 안쪽 길로 들어서면 땅의 높낮이와 식생이 달라진다.

여기서는 끝까지 가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게 좋았다. 산책로가 여러 갈래이고 일부는 경사가 있다. 나는 편한 길을 골라 잠깐 걷다가 돌아왔다. 비가 온 뒤라면 흙길 상태를 확인하고, 미끄러운 신발은 피하는 편이 좋다. 협곡을 깊이 걷고 싶은 날에는 물을 챙기고, 해가 지기 전에 입구 쪽으로 돌아올 시간을 잡는 게 마음 편하다.

하루 동선은 발보아 파크역, 케이유가 공원, 글렌 파크역, 체너리 스트리트, 글렌 캐니언 공원 순서였다. 공원에서 오래 머물거나 점심을 느긋하게 먹으면 반나절보다 길어질 수 있다. 사람이 적은 시간을 원한다면 평일 낮이 비교적 어울리지만, 어느 곳도 늘 비어 있지는 않다. 나는 그 점까지 포함해 동네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평범한 오후 사이를 조용히 걷고 돌아오는 날이어서 좋았다.

샌프란시스코 여행 코스에서 골목을 골랐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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