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보고 나오면 흥행 기사를 찾아보는 버릇이 있다. 관객이 200만 명이나 들었는데도 ‘손익분기점까지 멀었다’는 문장을 보면 처음엔 의아했다. 표값에 관객 수를 곱하면 꽤 큰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매출이 전부 영화를 만든 쪽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손익분기점 기준을 이해하려면 관객 수보다 먼저, 얼마를 썼고 얼마가 실제로 돌아오는지를 봐야 한다.
제작비만 보고 계산하면 숫자가 어긋난다
흔히 말하는 제작비는 촬영, 배우와 스태프의 인건비, 미술, 후반 작업 등에 들어간 돈을 가리킨다. 개봉을 준비하며 쓴 광고·홍보비와 배급 비용은 별도로 잡히기도 한다. 그래서 ‘제작비 80억 원’이라는 말만 듣고 80억 원을 회수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손익분기점을 낮게 짚을 수 있다.
가령 제작에 80억 원, 개봉을 위한 광고·배급에 20억 원을 썼다면 회수해야 할 비용은 단순하게 보아 100억 원이다. 광고 규모가 큰 영화일수록 두 숫자의 차이도 커진다. 반대로 어떤 보도에서는 ‘총제작비’에 개봉 비용을 이미 포함해 말한다. 같은 80억 원이라는 숫자라도 무엇을 포함했는지 확인해야 비교가 된다.
이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지도 작품마다 다르다. 투자사가 제작비를 대고 배급사가 개봉 비용을 맡는 계약도 있다. 밖에서 보는 관객에게는 하나의 영화지만, 손익을 계산하는 주체와 계약 조건은 한 가지로 고정되지 않는다.
표 한 장을 팔아도 표값 전부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관객이 낸 표값에서는 세금과 영화발전기금 등을 고려해야 하고, 극장과 배급 쪽이 상영 수입을 나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소개한 표준상영계약서에도 수익을 나누는 비율인 ‘부율’이 나온다. 다만 표준안의 수치를 모든 영화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실제 몫은 계약과 상영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계산을 쉽게 하려고 한 사람당 투자·제작 쪽에 최종적으로 돌아오는 돈을 4,500원으로 가정해 보자. 회수할 비용이 100억 원이라면 필요한 관객은 약 222만 명이다. 100억 원을 4,500원으로 나눈 값이다. 1만 원짜리 표를 기준으로 100만 명이면 된다는 계산과 차이가 크다.
여기서 4,500원은 업계 공통의 고정 단가가 아니다. 조조·할인·특별관 티켓의 비중, 실제 평균 관람료, 극장과의 배분율, 배급 수수료에 따라 한 명당 돌아오는 금액이 달라진다. 그러니 기사에 적힌 ‘손익분기점 220만 명’도 회계장부에 찍힌 절대적인 선이라기보다, 당시 알려진 비용과 수입 조건으로 추산한 관객 수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관객 수가 모자라도 수입은 극장 밖에서 생긴다
극장 개봉 뒤에는 IPTV와 온라인 대여·구매, OTT 공급, 해외 판매 같은 수입도 생길 수 있다. 개봉 전에 해외 판권을 팔았다면 극장에서 회수해야 할 금액 자체가 줄어든다. 영화진흥위원회 웹진이 소개한 한 사례에서는 해외 선판매를 반영하면서 극장 관객 기준 손익분기점 추정치가 약 26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내려갔다.
앞의 가상 계산에서도 극장 외 수입으로 비용 20억 원을 회수했다고 가정하면, 극장에서 채워야 할 돈은 80억 원이다. 한 명당 4,500원이라는 조건이 같을 때 필요한 관객은 약 178만 명으로 낮아진다. 물론 판권 계약액 전부가 곧바로 순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수료와 정산 조건을 봐야 하고, 공개되지 않은 계약도 많다.
그래서 극장 관객 수가 발표된 손익분기점에 못 미쳤다고 해서 그 영화의 최종 사업 성적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관객 수가 기준선을 넘었다고 곧바로 큰 이익이 났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럽다. 개봉 뒤 홍보비가 더 들어갔거나, 공개된 추정치에 빠진 비용이 있을 수 있어서다.
흥행 기사를 볼 때 확인하는 세 가지
나는 ‘손익분기점 돌파’라는 제목을 보면 먼저 그 숫자가 극장 관객만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확인한다. 다음으로 제작비가 순제작비인지, 광고·배급비까지 포함한 총비용인지 본다. 해외 판매나 OTT 공급처럼 이미 확보한 수입이 관객 수 추정에 반영됐는지 살핀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관객 수와 매출액은 흥행의 규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투자사와 제작사가 실제로 얼마를 회수했는지는 그 숫자만으로 알 수 없다. 공개된 손익분기점은 영화를 읽는 유용한 단서다. 다만 영화를 본 200만 명의 감상과 그 영화의 최종 정산표는 서로 다른 이야기라는 점을 기억하며 기사를 읽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