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 연수를 하다 보면 “차를 두고 왔으니 술 마신 뒤 킥보드는 괜찮죠?”라는 말을 듣습니다. 차보다 작고 느리니 처분도 가벼울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타면 자동차 운전면허까지 취소될 수 있습니다. 몇 미터만 이동했는지보다 운전 당시의 음주 상태와 위반 이력이 중요합니다.
킥보드를 탔는데 자동차 면허가 왜 취소될까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개인형 이동장치입니다. 운전하려면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또는 그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합니다.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는 만 16세부터 취득할 수 있고, 제2종 보통 연습면허만으로는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없습니다. 이 기준은 2021년 5월 13일부터 적용됐습니다.
면허 취소·정지를 정한 도로교통법 제93조는 처분 범위에 운전자가 받은 모든 운전면허를 포함합니다. 그래서 제1종 보통면허나 제2종 보통면허를 가진 사람이 전동킥보드로 음주운전을 해도 자동차 면허에 처분이 미칠 수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사례에서는 술을 마신 뒤 공유 전동킥보드를 약 10m 운전한 사람의 면허 취소처분이 유지됐습니다. 짧은 거리였다는 사정만으로 처분이 없어지지 않은 겁니다.
여기서 범칙금과 면허 행정처분을 따로 봐야 합니다. 전동킥보드 음주운전 범칙금은 10만 원이지만, 그 돈만 내면 끝나는 사안은 아닙니다. 혈중알코올농도와 사고 여부 등에 따라 면허 정지나 취소가 별도로 결정됩니다.
면허 정지와 취소를 가르는 수치
음주운전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입니다. 0.03% 이상 0.08% 미만이면 면허 정지 대상이며, 통상 벌점 100점에 따라 100일 정지처분을 받습니다. 0.08% 이상이면 면허 취소 대상입니다. 전동킥보드라고 해서 이 수치를 느슨하게 적용하지 않습니다.
-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 면허 정지 대상, 범칙금 10만 원
-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 면허 취소 대상, 범칙금 10만 원
-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 면허 취소 대상, 범칙금 13만 원
수치만 보고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음주운전 중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한 사고가 났다면 0.03% 이상 0.08% 미만이라도 면허 취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이나 측정거부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도 취소 기준을 따져야 합니다. 실제 처분은 단속 기록과 사고 사실, 전력을 함께 확인해 결정됩니다.
술이 조금 깼다는 감각은 측정 수치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전날 마신 술이 남아 있는데 본인은 멀쩡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귀가할 때 차 대신 킥보드를 고르는 습관이 있다면, 술을 마신 날에는 킥보드도 운전하지 않는 것으로 기준을 세우는 편이 안전합니다.
면허가 없거나 연습면허만 있다면
전동킥보드 무면허 운전의 범칙금도 10만 원입니다.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는 청소년뿐 아니라 면허 효력이 정지된 사람도 운전할 수 없습니다. 공유 서비스 앱에서 잠금이 풀렸다는 사실은 운전 자격을 증명하지 않습니다.
연습면허는 특히 헷갈리기 쉽습니다. 제2종 보통 연습면허를 받았더라도 전동킥보드 운전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공개한 사례에서는 연습면허만 가진 사람이 킥보드를 운전했다가 무면허 운전 범칙금 10만 원을 받고, 연습면허도 취소됐습니다. 가족에게 킥보드를 빌려주기 전에도 상대방이 실제로 운전할 수 있는 면허를 가졌는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동킥보드에 적용되는 금액을 다른 전동 이륜차에 그대로 대입해서도 안 됩니다. 기기의 구조와 법적 분류가 다르면 음주운전 처벌 기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겉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범칙금 10만 원만 예상하면 위험합니다.
단속을 받았다면 처분 통지부터 확인하세요
첫째, 단속 당시 운전한 기기와 측정 수치, 사고 여부를 확인합니다. 공유 킥보드라면 이용 내역도 보관해 두는 게 좋습니다. 측정 결과에 이견이 있다면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절차를 확인해야 합니다.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하면 범칙금뿐 아니라 면허 취소 문제로 이어집니다.
둘째, 범칙금 통지와 면허 행정처분 통지를 구분해 읽습니다. 면허 취소처분 전에는 사전통지와 의견 제출 절차가 있고, 처분이 결정되면 결정통지서를 받습니다. 운전할 수 있는 기간을 스스로 추측하지 말고 통지서에 적힌 처분 내용과 효력 발생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취소·정지 효력이 생긴 뒤 자동차를 운전하면 무면허 운전 문제가 추가됩니다.
셋째,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기한을 놓치지 않습니다. 도로교통법상 이의신청은 처분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할 수 있습니다. 행정심판은 원칙적으로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이면서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킥보드도 면허가 취소되는 줄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처분이 뒤집힌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단속 경위와 기록에서 다툴 부분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타기 전에는 이것만 확인하면 됩니다
면허가 있는지, 술을 마시지 않았는지, 안전모를 썼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안전모 미착용 범칙금은 2만 원, 전동킥보드의 2인 탑승 범칙금은 4만 원입니다. 보도로 달리는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작은 기기여도 보행자와 부딪히면 피해는 작지 않습니다.
저는 수강생에게 술자리가 끝난 뒤 킥보드가 눈에 보이면 그냥 걸어가라고 말합니다. 전동킥보드 면허 취소는 운전 실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 아닙니다. 차를 세워 둔 날에도 운전면허에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잊는 순간 생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