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를 보러 갈 때면 전망대보다 그곳으로 가는 동네 길이 더 오래 마음에 남곤 한다. 부산 오륙도 스카이워크도 그런 식으로 걷기 좋은 곳이다. 유리 바닥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시간은 짧지만, 버스에서 내려 해안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는 용호동의 일상과 여행자의 발걸음이 나란히 보인다.
오륙도는 한적한 비밀 장소는 아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모이는 날도 있다. 그래도 스카이워크 하나만 보고 돌아서지 않으면 여행의 속도가 달라진다. 바다 앞에 잠깐 서고, 해맞이공원의 언덕을 걷고, 돌아가는 길에는 동네 쪽으로 발을 옮기는 식이다. 유명한 풍경 옆에도 평범한 하루가 이어진다는 게 이 길의 매력이다.
버스에서 내린 뒤부터 천천히 걷는 길
대중교통으로 간다면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서 오륙도 방면 버스로 갈아타는 길이 무난하다. 오륙도 스카이워크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다 쪽으로 걷는 사람이 많아 방향을 잡기 어렵지 않다. 버스 노선과 배차는 바뀔 수 있으니 출발할 때 한 번 확인하는 편이 좋다. 차를 가져간다면 해맞이공원 쪽 공영주차장을 목적지로 잡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정류장부터 걸음이 조금 느려진다. 아파트 단지와 도로를 지나 시야가 트이면 바다가 한꺼번에 들어온다. 관광지로 향하는 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늘 오가는 집 앞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는 전망대에 바로 올라가기보다 잠시 서서 주변을 보는 쪽이 좋다.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하는 사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고르는 사람이 같은 길을 쓴다.
스카이워크에서는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해안 절벽 끝에서 바다 쪽으로 뻗은 유리 바닥 전망대다. 발아래를 보는 순간보다 고개를 들었을 때의 풍경이 더 넓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바위섬과 물결, 멀리 이어지는 해안선을 눈에 담고 나면 굳이 여러 장의 사진을 남기지 않아도 된다. 유리 바닥이 부담스럽다면 전망대 주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적하게 걷고 싶다면 주말 한낮보다는 평일 이른 시간대를 생각할 만하다. 물론 그때도 사람이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바람이 강하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스카이워크 이용이 제한될 수 있으니, 먼 길을 나서기 전 운영 안내를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바닷가에서는 햇볕이 좋아도 바람이 차갑게 느껴질 수 있다. 얇은 겉옷 하나가 걸음을 훨씬 편하게 만든다.
해맞이공원에서 길을 조금 더 잇기
스카이워크를 내려온 뒤 바로 버스를 타면 이 일대는 짧은 전망 코스로 끝난다. 조금 더 걷고 싶다면 오륙도 해맞이공원 쪽으로 발을 돌려보자. 언덕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유리 바닥 위에서 보는 바다와 다르다. 발밑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니 섬의 모양과 해안의 굴곡이 더 천천히 들어온다. 앉아서 쉬었다가 같은 길을 되짚어 내려와도 좋다.
걷는 시간이 넉넉하다면 이기대 해안산책로로 이어갈 수도 있다. 다만 이 길은 바다만 따라 평평하게 이어지는 산책길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계단과 오르내림이 있어 신발이 편해야 하고, 짧게 걷겠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예상보다 오래 걸을 수 있다. 저는 하루를 길게 쓰기 어려운 날이라면 욕심내지 않고 해맞이공원 주변에서 걸음을 돌리는 편을 권한다. 여행의 길이를 정하는 기준은 볼거리의 수보다 돌아올 때 남아 있을 체력이다.
돌아가는 길에는 용호동의 시간을 보기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갈 때는 바다를 등지고 동네 쪽 풍경을 봐도 좋다. 해안의 넓은 하늘에서 눈을 떼면 아파트와 가게, 차가 오가는 길이 다시 나타난다. 근처에서 밥을 먹거나 잠시 앉아 쉬고 싶어질 수도 있지만, 특정 가게를 목적지로 정해 서두를 필요는 없다. 문이 열린 작은 가게를 살피고, 그날의 걸음에 맞춰 쉬어 가는 편이 이 동네와 더 잘 어울린다.
스카이워크라는 이름에는 높은 곳에서 특별한 장면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런데 오륙도에서는 그 장면을 본 뒤에도 길이 남는다. 바다 앞에서 보낸 몇 분과 동네로 돌아오는 느린 걸음이 함께 기억된다면, 부산에서의 하루도 조금 덜 바쁘게 흘러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