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를 예약해 놓고 여권 만료일을 뒤늦게 확인한 적이 있다. 여행 준비에서 사진과 실제가 다르면 숙소만 곤란한 줄 알았는데, 여권도 검색 화면에 보이는 ‘가까운 구청’만 믿고 움직이면 헛걸음할 수 있겠더라. 여권 재발급 장소를 찾을 때는 집에서 몇 분 거리인지보다 그곳이 실제로 여권을 접수하는지, 내가 방문 신청을 해야 하는 상황인지를 먼저 봐야 한다.
주소지 구청만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국내에서 여권을 재발급받는 곳은 여권 업무를 맡는 시·군·구청 등의 여권사무 대행기관이다. 주민등록 주소지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으니, 집 근처보다 직장 근처 민원실이 편하다면 그쪽을 골라도 된다. 다만 모든 주민센터와 모든 구청 창구가 여권을 접수하는 것은 아니다. ‘구청’이라는 이름만 확인하고 출발하면 민원실 앞에서 다시 길을 찾게 될 수 있다.
외교부 여권안내의 국내 대행기관 목록에는 기관별 위치와 전화번호, 야간민원실 운영 여부, 온라인 신청 여권 수령 가능 여부가 나온다. 나는 숙소를 고를 때도 지도상 거리보다 실제 출입구와 주차 동선을 먼저 보는 편인데, 여권 민원실도 비슷하다. 같은 청사 안에서도 여권 창구가 별관이나 다른 층에 있을 수 있다. 방문할 기관을 골랐다면 그 기관의 여권 업무 시간과 접수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마음 편하다.
온라인으로 신청해도 수령할 곳은 직접 가야 한다
예전에 전자여권을 발급받았다면 국내에서는 정부24나 KB스타뱅킹으로 재발급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신청을 위해 창구에 가는 횟수는 줄지만, 새 여권은 선택한 기관을 방문해 받아야 한다. 외교부 안내에 따르면 신청을 마친 뒤에는 수령 기관을 바꿀 수 없다. 지금 가장 가까운 곳보다 여권이 나올 무렵 실제로 들르기 쉬운 곳을 고르는 게 낫다. 출장이나 이사 일정이 잡혀 있다면 특히 그렇다.
수령할 때는 원칙적으로 본인이 방문한다.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기존 여권이 있다면 가져가야 하고, 유효한 기존 여권이 없다면 신분증을 챙겨야 한다. 미성년자를 위해 법정대리인이 온라인 신청한 경우에는 대리 수령이 가능한 예외가 있다. 온라인 신청이 끝났다고 우편함만 기다리면 되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온라인 신청이 안 되는 경우는 창구부터 찾는다
‘재발급’이라는 말이 붙어도 신청 사유에 따라 길이 갈린다. 외교부 안내 기준으로 여권 정보의 정정·변경, 분실, 훼손 등에 따른 재발급은 방문 신청 대상이다. 남은 유효기간만 부여받는 재발급이나 긴급여권 신청도 온라인 접수가 안 된다. 전자여권을 한 번도 발급받지 않았다면 온라인 재발급 대상인지부터 다시 확인해야 한다. 미성년자의 온라인 신청은 법정대리인이 정부24에서 진행할 수 있지만, 친권이나 후견인 자격을 담당자가 확인해야 하는 경우에는 방문이 필요하다.
해외 체류 중이라면 국내 구청을 찾는 문제가 아니다. 재외공관에 방문하거나, 해당되는 경우 재외동포365로 온라인 신청을 진행한다.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서 해외 공관을 수령지로 고를 수는 없고, 해외 서비스에서 국내 기관을 수령지로 지정할 수도 없다. 여행 중간에 어디서 여권을 받을지부터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방문 전에는 사진과 기존 여권을 다시 본다
성인이 방문 신청할 때 기본으로 챙길 것은 신분증, 신청일 전 6개월 이내에 촬영한 여권용 사진 1매, 유효기간이 남아 있다면 기존 여권이다. 신청서는 접수 창구에서 작성할 수 있다. 사진이 오래됐거나 규격에 맞지 않으면 접수가 늦어지거나 반려될 수 있다.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도 규격만 맞으면 가능하지만, 필터나 인공지능으로 얼굴을 보정한 사진은 쓸 수 없다. 사진 한 장 때문에 민원실을 두 번 가는 일이 의외로 번거롭다.
비용도 여권 종류에 따라 다르다. 외교부가 안내하는 성인 10년 복수여권 수수료는 58면 5만 2천 원, 26면 4만 9천 원이다. 반면 기존 여권의 남은 유효기간만 부여받는 방식은 조건과 비용이 다르므로 새 유효기간을 받는 재발급과 섞어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 출국이 코앞이라면 일반 재발급이 제때 끝날 거라고 짐작하지 말고, 먼저 해당 여권사무 대행기관에 가능한 절차와 일정을 물어봐야 한다. 긴급여권이나 신속 발급은 별도 요건이 있다.
숙소 사진을 볼 때 화려한 객실보다 실제 이동 동선을 따져보듯, 여권 재발급 장소도 ‘가장 가까운 구청’이라는 한 줄로 고르기 어렵다. 신청 사유를 확인하고, 수령할 시점의 동선을 생각하고, 해당 민원실의 운영 정보를 확인하는 순서가 내게는 가장 덜 번거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