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이 가까워지면 연금계좌에 얼마를 더 넣어야 하느냐는 상담이 늘어납니다. 납입액부터 정하기보다 저는 그 돈을 언제 다시 써야 할지 먼저 묻습니다. 연금저축과 IRP는 세금을 줄이는 데 유용하지만, 급하게 꺼낼 돈까지 넣으면 기대한 이점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세액공제 한도는 600만 원과 900만 원입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연금저축 납입액은 연 6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입니다. IRP 등 퇴직연금을 합치면 한도는 연 900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두 계좌에 각각 900만 원씩 공제받는 구조가 아닙니다. 연금저축에 600만 원을 넣었다면 IRP에 추가로 넣은 돈 중 300만 원까지 공제 대상이 되는 식입니다.
월 납입액으로 바꾸면 연금저축 600만 원은 월 50만 원, 합산 900만 원은 월 75만 원입니다. 상담 중에는 월 75만 원을 몇 년이나 유지할 수 있는지 계산해 보면 부담을 느끼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납입 한도를 채우는 일과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함께 따져야 합니다.
공제 한도와 납입 한도도 다릅니다. 연금계좌에는 일반적으로 연 1,8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지만, 그 전액이 세액공제 대상은 아닙니다. 공제 한도를 넘겨 넣을 계획이라면 추가 납입의 목적이 노후자금 마련인지, 다른 자금 운용 방법보다 유리한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최대 공제액과 실제 환급액은 다를 수 있습니다
총급여 5,500만 원 이하 근로자의 연금계좌 세액공제율은 15%, 이를 초과하면 12%입니다. 지방소득세까지 고려해 흔히 각각 16.5%, 13.2%로 계산합니다. 총급여 5,000만 원인 사람이 연금저축에 600만 원을 납입하면 최대 99만 원, IRP를 포함해 900만 원을 납입하면 최대 148만 5,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총급여 7,000만 원이라면 같은 납입액에 대한 계산상 공제액은 각각 79만 2,000원과 118만 8,000원입니다. 연금저축 600만 원을 이미 채운 상태에서 IRP에 300만 원을 더 넣어 늘어나는 공제액은 앞의 두 사례에서 각각 49만 5,000원, 39만 6,000원입니다. 추가 납입을 결정할 때 비교할 숫자는 900만 원 전체의 공제액보다 이 차액입니다.
다만 이 금액이 누구에게나 그대로 현금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공제를 적용한 뒤 실제로 낼 세금이 적다면 세액공제를 전부 활용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의 회사 부담금도 본인이 납입한 공제 대상 금액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연말정산 예상세액과 올해 본인 명의로 납입한 금액을 함께 확인해야 계산이 현실에 가까워집니다.
3. 중도 인출 때는 돈의 출처를 봐야 합니다
연금저축에 넣은 돈을 중간에 꺼낼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세금입니다.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과 운용수익을 연금 외 방식으로 인출하면 일반적으로 기타소득세 15%가 적용되고,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부담은 16.5%입니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액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므로, 인출액 전체에 무조건 16.5%가 붙는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총급여 7,000만 원인 사람이 300만 원을 납입해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계산상 공제 효과 39만 6,000원을 얻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나중에 그 300만 원 전부가 공제받은 납입액으로서 일반적인 연금 외 인출 과세 대상이 되면 세금은 49만 5,000원입니다. 운용수익이 없다는 단순한 가정에서도 처음 계산한 공제액보다 9만 9,000원 많습니다. 실제 부담은 공제받은 금액, 인출 순서, 운용수익과 인출 사유에 따라 달라집니다.
IRP는 돈을 꺼내는 조건도 더 좁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은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등 정해진 사유에 해당할 때 중도 인출을 허용합니다. 가까운 시일에 전세 보증금이나 치료비로 쓸 가능성이 있는 돈이라면, 세액공제 예상액만 보고 IRP에 묶어 두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4. 연금으로 받을 때도 인출 계획이 필요합니다
국세청이 안내하는 일반적인 연금수령 요건은 55세 이후 수령 신청, 가입 후 5년 경과, 연금수령한도 이내 인출입니다. 이연퇴직소득에는 가입 기간에 관한 예외가 있습니다.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과 운용수익을 요건에 맞춰 연금으로 받으면 연령에 따른 원천징수세율은 지방소득세를 제외하고 70세 미만 5%, 70세 이상 80세 미만 4%, 80세 이상 3%입니다.
여기서도 '나중에 세율이 낮다'는 말만 듣고 수령액을 크게 잡으면 곤란합니다. 세액공제받은 납입액과 운용수익에서 나오는 사적연금소득은 연 1,500만 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 또는 별도 분리과세를 검토해야 합니다. 퇴직금에서 넘어온 돈과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돈은 과세 방식이 다르므로 계좌 잔액 하나만 보고 세금을 예상할 수 없습니다.
제가 가족의 연금 납입액을 정한다면 먼저 비상자금과 몇 년 안에 쓸 돈을 따로 확보하겠습니다. 그다음 실제 낼 세금 범위에서 연금저축 납입액을 정하고, 더 오래 묶어 둘 수 있는 돈이 있을 때 IRP 추가 납입을 검토하겠습니다.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이 연말에 무리해서 채운 금액보다 노후에는 더 쓸모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