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비트코인이 빠르게 오르는데 미결제약정도 같이 뛰는 화면을 봤다. 채팅방에는 매수세가 강하다는 말이 많았다. 나는 먼저 현물 거래량과 펀딩비를 열었다. 미결제약정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누가 유리한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1. 미결제약정과 거래량은 다른 숫자다
미결제약정은 아직 닫히지 않은 선물 계약의 규모다. CME 설명대로 거래량은 일정 기간 체결된 계약을 세고, 미결제약정은 남아 있는 계약을 센다. 같은 계약이 하루에 여러 번 거래되면 거래량은 계속 쌓일 수 있다. 반면 기존 계약의 매수자와 매도자가 함께 포지션을 닫으면 미결제약정은 줄어든다.
예를 들어 미결제약정이 10만 계약에서 11만 계약으로 늘었다면 새로 열린 계약이 닫힌 계약보다 1만 계약 많았다는 뜻이다. 그 1만 계약을 전부 신규 매수로 읽으면 틀린다. 선물 계약마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함께 있다. 가격 방향은 체결 압력과 현물 수급을 더 봐야 판단할 수 있다.
표시 단위도 확인한다. 코인글래스는 미결제약정을 코인 수량과 달러 가치로 각각 제공한다. 비트코인 수량이 그대로 1만 BTC인데 가격만 10% 오르면 달러로 표시한 규모도 대략 10% 오른다. 달러 수치만 보면 포지션이 새로 쌓인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나는 같은 거래소, 같은 계약, 같은 단위의 4시간·24시간 변화를 나란히 놓는다.
2. 가격과 미결제약정을 같이 읽는다
가격이 오르고 미결제약정도 늘면 상승 구간에 새 계약이 붙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그 계약이 추세를 오래 밀어줄지는 별개다. 현물 거래량까지 늘고 펀딩비가 크게 치우치지 않았다면 상승의 바탕이 상대적으로 넓다. 반대로 현물 거래는 잠잠한데 선물 계약만 급증한다면 가격이 작은 매도에도 흔들릴 수 있다.
가격이 오르는데 미결제약정이 줄면 기존 숏 포지션 청산이나 자발적 정리가 상승에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 숏 청산이 멈춘 뒤에도 현물 매수가 이어지는지 봐야 한다. 가격이 내리며 미결제약정이 늘면 하락에 새 계약이 붙는 상황이고, 가격과 미결제약정이 함께 급락하면 포지션 정리나 강제 청산이 진행됐을 수 있다. 네 조합 모두 원인을 확정하는 판정표는 아니다.
가령 4시간 동안 가격이 3%, 미결제약정 수량이 12% 올랐는데 현물 거래량은 평소와 비슷하다고 하자. 내가 경계하는 것은 상승률 3% 자체보다 새 포지션이 쌓이는 속도다. 반대 방향으로 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포지션 축소가 연쇄적으로 나올 여지가 커진다. 이 수치는 설명을 위한 가상 사례이며, 12%를 보편적인 과열 기준으로 쓰지는 않는다.
3. 펀딩비와 청산 규모로 쏠림을 확인한다
무기한 선물의 펀딩비는 매수·매도 포지션 사이에 주고받는 비용이다. 바이낸스 선물 안내처럼 실제 지급 여부는 정해진 시점에 포지션을 보유했는지에 달려 있다. 양의 펀딩비가 높아지면 매수 포지션 유지 비용이 커진다는 뜻이지만, 그 자체로 즉시 하락한다는 신호는 아니다. 강한 상승장에서 높은 펀딩비가 한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미결제약정 증가, 펀딩비 상승, 현물 거래량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지를 본다. 세 숫자가 겹치면 신규 매수 포지션의 부담을 의심할 만하다. 이후 가격이 밀릴 때 롱 청산 규모가 커지고 미결제약정이 빠르게 줄면 실제로 포지션이 해소되는 과정에 가깝다. 반면 미결제약정만 낮아졌다는 이유로 곧바로 반등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청산 뒤 현물 매도가 계속될 수 있어서다.
청산 가격을 볼 때는 마지막 체결가와 기준 가격도 구분해야 한다. 바이낸스 선물은 미실현 손익과 청산 판단에 기준 가격을 사용한다고 안내한다. 차트에 잠깐 찍힌 가격만 보고 내 포지션의 청산 위험을 계산하면 오차가 생길 수 있다.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이 차이는 실전에서 더 아프다.
4. 온체인 흐름으로 현물 수급을 교차 확인한다
선물 시장의 열기를 확인한 뒤에는 거래소로 들어오는 코인 물량을 본다. 예를 들어 미결제약정과 펀딩비가 함께 오르는 동안 거래소 보유 비트코인이 늘면, 매도 가능한 현물 공급도 살펴볼 이유가 생긴다. 하지만 입금이 전부 매도 주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담보 이동이나 거래소 내부 지갑 재배치일 수도 있다.
글래스노드는 거래소 지갑 주소를 식별해 온체인 유입·유출을 계산하며, 주소 변경과 내부 이동 때문에 최근 수치가 수정될 수 있다고 밝힌다. 나는 큰 입금 한 번보다 며칠간의 순유입 흐름과 실제 현물 거래량이 맞물리는지 본다. 거래소 이슈가 생긴 날에는 입출금 제한이나 지갑 이동 공지도 함께 확인한다. 지표의 변화가 시장 참여자의 매매인지 운영상의 이동인지 가르는 데 필요하다.
내 매매 기록에는 미결제약정의 절대값보다 변화의 조합이 더 쓸모 있었다. 같은 가격 상승이라도 현물 거래가 따라붙는 상승과 선물 계약만 불어나는 상승은 견딜 수 있는 변동 폭이 다르다. 숫자가 엇갈리는 날에는 방향을 맞히려 서두르기보다 포지션 크기를 줄이는 쪽이 마음도 계좌도 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