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소 호가창을 보다 보면 USDT와 USDC를 같은 1달러로 취급하기 쉽다. 나도 매매 대기 자금을 옮길 때는 가격부터 보지만, 오래 보유할 돈이라면 순서를 바꾼다. 발행사가 무엇을 들고 있는지, 급할 때 어디서 팔 수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두 코인 모두 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어도 위험이 생기는 지점은 다르다.
1. 준비금은 규모보다 구성을 본다
2026년 10월 29일 서클이 공개한 USDC 유통량은 약 700억 달러, 준비금은 약 714억 달러다. 준비금에는 은행 예금, 단기 미국 국채, 국채를 담보로 한 익일물 환매조건부 거래가 포함된다. 서클은 준비금 현황을 주간 단위로 공개하고, 월간 확인 보고서를 받는다. 숫자를 읽을 때는 준비금이 유통량을 넘는지만 볼 게 아니라 현금이 어느 은행에 있고 국채 만기가 얼마나 짧은지도 같이 봐야 한다.
테더가 발표한 2026년 9월 말 수치는 자산 약 1,915억 달러, 부채 약 1,835억 달러다. 차이는 약 80억 달러다. 직접·간접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약 1,324억 달러로 발표했다. 테더는 분기별 준비금 확인 보고서를 내고 있으며, 2025년 재무제표에 대한 별도 감사도 발표했다. 다만 특정 시점의 준비금 확인과 연간 재무제표 감사는 확인하는 범위가 같지 않다. 어느 쪽이든 보고서의 기준일 이후 자산 구성은 달라질 수 있다.
발표 시점이 다른 수치로 두 코인의 우열을 단정할 수는 없다. 내가 확인하는 건 현금성 자산의 비중, 가치가 흔들릴 수 있는 자산의 규모, 그리고 다음 보고서에서 그 구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다. 초과 자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든 모든 보유자가 지체 없이 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2. 1달러 상환과 거래소에서 파는 가격은 다르다
발행사의 1대1 상환 약속은 누구나 지갑의 코인을 바로 보내 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서클 약관상 직접 상환에는 적격 서클 민트 계정이 필요하다. 개인 투자자는 대개 거래소나 다른 시장 참여자에게 판다. 테더도 직접 발행·상환에 계정 확인과 조건을 둔다. 그래서 시장이 흔들릴 때 내가 실제로 받는 가격은 발행사 약관보다 거래소 매수 호가와 주문장 깊이에 더 직접적으로 좌우된다.
예를 들어 1만 달러어치를 팔 때 화면의 최우선 매수 호가가 0.999달러여도 그 가격에 쌓인 물량이 1천 달러뿐이면 나머지는 더 낮은 호가를 받아야 한다. 평균 체결가가 0.995달러라면 달러 기준 손실은 약 50달러다. 여기에 거래 수수료와 출금 비용이 붙는다. 평소 0.1%포인트 안팎의 작은 가격 차이보다 급락장에서 호가가 얼마나 빨리 얇아지는지가 실전에서는 더 크다.
3. 디페깅 사례는 발행사 밖의 위험도 보여준다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이 폐쇄됐을 때 서클은 USDC 준비금 약 400억 달러 중 33억 달러가 그 은행에 묶여 있다고 밝혔다. 약 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USDC는 한때 1달러에서 크게 이탈했다. 이후 예금 접근 문제가 풀리고 상환이 재개되면서 가격도 회복됐다. 준비금이 존재해도 은행 접근과 상환 시간에 의문이 생기면 시장 가격은 먼저 움직인다는 사례다.
테더 역시 시장 불안 때 거래소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간 적이 있다. 2022년 5월 테라는 시장 충격 당시 테더는 인증된 고객의 상환을 처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구분할 것은 발행사에 달러 상환을 신청할 수 있는 참여자와 거래소에서 매도해야 하는 일반 보유자다. 같은 날에도 두 집단이 맞닥뜨린 유동성과 가격은 다를 수 있다. 디페깅을 볼 때 발행사 상환량, 거래소 가격, 호가 잔량을 따로 확인하는 이유다.
4. 온체인 수급은 거래소 데이터와 묶어서 읽는다
USDC나 USDT가 대량으로 발행되면 곧바로 비트코인을 살 자금이 들어왔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새로 발행된 코인이 거래소로 이동했는지, 시장조성자 지갑에 머무는지, 며칠 뒤 소각되는지를 봐야 한다. 반대로 거래소로 들어온 스테이블코인도 매수 주문에 쓰일 수 있고, 다른 거래소로 옮겨질 수도 있다. 온체인 이동만으로 최종 거래 의도를 확정할 수 없다.
서클이 공개한 2026년 10월 말 기준 최근 30일 USDC 발행량은 479억 달러, 상환량은 510억 달러로 순유통량이 약 31억 달러 줄었다. 이 수치 하나로 시장이 약세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같은 기간의 거래소별 현물 거래량, USDC와 USDT의 달러 가격 차이, 주요 체인의 입출금 수수료를 함께 본다. 체인을 잘못 선택하거나 거래소가 해당 네트워크의 입금을 멈추면 준비금이 탄탄해도 내 자금은 제때 움직이지 못한다.
내 기준에서 짧은 매매 대기 자금은 실제로 거래할 시장의 호가와 입출금 상태가 우선이다. 며칠 이상 보관할 자금은 발행사 준비금과 상환 조건의 비중을 높인다. 어느 한쪽을 항상 안전하다고 외우기보다, 보유 기간과 빠져나올 경로를 먼저 정하는 편이 급한 장에서 덜 비싸게 배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