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니 큰돈이 들어올 때일수록 먼저 월 지출부터 적게 됩니다. 퇴직급여도 그랬어요. 통장에 얼마가 들어오는지만 보면 든든하지만, 다음 달부터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따라 알맞은 퇴직연금수령방법은 달라집니다.
퇴직급여가 들어올 계좌부터 확인하기
퇴직연금은 회사의 제도가 확정급여형(DB)인지 확정기여형(DC)인지에 따라 쌓이고 운용되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래도 퇴직할 때 확인할 일은 비슷합니다. 예상 퇴직급여, 지급 예정일, 돈을 받을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가 무엇인지 회사 담당자에게 확인하는 겁니다.
고용노동부 안내에 따르면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본인 명의 IRP 계좌로 지급됩니다. 55세 이후 퇴직했거나 퇴직급여가 300만원 이하인 경우처럼 예외도 있어요. IRP로 받는다는 말이 곧바로 매달 연금을 받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계좌에 들어온 뒤 일시금으로 찾을지, 조건을 갖춰 연금으로 받을지 선택하는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이때 은행이나 증권사 앱에서 계좌 이름만 보고 넘어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퇴직급여가 실제로 입금됐는지, 이전 직장의 퇴직급여가 다른 계좌에 남아 있지는 않은지, 수령 신청은 어느 금융회사에서 해야 하는지까지 확인하면 뒤늦게 서류를 다시 챙길 일이 줄어듭니다.
한 번에 받을지 나눠 받을지 계산하기
일시금은 목돈이 바로 필요할 때 이해하기 쉬운 선택입니다. 퇴직 후 주택 대출을 갚아야 하거나 소득이 끊기는 기간의 생활비를 마련해야 할 수도 있죠. 다만 한 번 찾은 돈을 매달 얼마씩 쓸지는 스스로 관리해야 합니다.
연금은 퇴직급여를 나눠 받아 생활비 흐름에 맞추는 방식입니다.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을 55세 이후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국세청 기준으로도 연금 수령은 55세 이후 개시 신청 등의 요건을 따릅니다. 일반적인 연금계좌에는 가입 후 5년 요건이 있지만, 퇴직급여가 IRP로 이전된 금액을 연금으로 찾을 때는 이 요건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령 퇴직급여 3600만원을 단순히 10년으로 나누면 월 30만원, 15년으로 나누면 월 20만원입니다. 세금과 운용 결과를 빼고 계산한 금액이지만, 가계부에는 꽤 쓸모 있는 기준이 됩니다. 매달 고정지출이 180만원이고 다른 소득이 160만원이라면 월 20만원이 빈칸을 메웁니다. 반면 당장 1500만원의 큰 지출이 예정돼 있다면 전액을 같은 일정으로 나눠 받는 계획은 생활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금 신청 화면에서 지급 주기와 기간, 받을 금액을 확인할 때는 세후 예상액도 함께 봐야 합니다. 금융회사별로 신청 메뉴와 지급 방식이 다를 수 있고, 연금으로 인정되는 인출에는 연간 수령 한도도 적용됩니다. 원하는 금액을 적었다고 모두 같은 세금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세금은 퇴직급여와 내 납입금을 구분하기
IRP 잔액을 한 덩어리로 보면 세금 계산이 헷갈립니다. 회사에서 받은 퇴직급여, 내가 추가로 납입해 세액공제를 받은 돈, 운용수익은 과세 방식이 다릅니다. 특히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찾을 때와 요건에 맞춰 연금으로 받을 때의 세금 차이를 확인해야 합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IRP로 옮긴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으면, 해당 금액에 적용될 퇴직소득세의 70%를 첫 10년간 적용합니다. 실제 연금 수령 기간이 10년을 넘으면 60%, 20년을 넘으면 2026년부터 50%가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비교를 위해 퇴직소득세가 3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각각 210만원, 180만원, 150만원 수준의 세금을 전체 수령분에 나눠 부담하는 셈입니다. 300만원이 매년 붙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본인이 세액공제를 받고 넣은 돈과 운용수익에는 별도 세율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앱에 표시된 IRP 총잔액만으로 실수령액을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금융회사에 재원별 잔액과 수령 방식별 예상 세액을 확인해 달라고 하면 비교가 한결 쉬워집니다.
월 생활비에 맞춰 수령 신청하기
저라면 신청 전에 가계부에 세 줄을 씁니다. 매달 꼭 나가는 돈, 퇴직 뒤에도 들어오는 돈, 앞으로 1~2년 안에 쓸 목돈입니다. 예를 들어 생활비 220만원에서 다른 소득 170만원을 빼면 매달 50만원이 부족합니다. 이 금액을 퇴직연금으로 얼마나 오래 메울 수 있는지 계산한 뒤 지급 주기를 고르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 회사에 퇴직급여 지급 예정일과 IRP 이전 여부를 확인합니다.
- IRP를 관리하는 금융회사에서 일시금과 연금 수령 시 예상 세후 금액을 각각 확인합니다.
- 연금을 택했다면 지급 주기, 금액, 시작일을 신청하고 첫 입금 뒤 가계부 계획과 맞는지 살핍니다.
퇴직 직후에는 생활비 외에도 건강보험료나 이사비처럼 평소보다 큰 지출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금 혜택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월 수령액을 무리하게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달 부족한 돈을 현실적으로 채우면서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 결국 우리 집에 맞는 선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