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니 카드 혜택보다 먼저 보게 되는 숫자가 있습니다. 지난달에 실제로 카드로 쓴 돈이 얼마인지, 그중 혜택을 받는 결제는 얼마인지입니다. 대한항공마일리지카드도 이 두 숫자를 빼고 적립률만 보면 예상보다 마일리지가 적게 쌓일 수 있어요.
여행을 자주 떠나는 집이라면 마일리지는 꽤 반가운 혜택입니다. 다만 여행 계획이 아직 없다면 연회비를 내며 모은 마일리지를 언제 쓸 수 있을지부터 생각해 보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1. 카드값 전체가 적립 대상은 아닙니다
월 카드값이 80만 원이고 1,000원당 1마일이 쌓인다고 가정해 볼게요. 단순 계산으로는 한 달 800마일, 1년 9,600마일입니다. 그런데 매달 20만 원이 적립 제외 항목이라면 실제 적립 대상은 60만 원입니다. 이때 연간 적립량은 7,200마일로 줄어듭니다. 같은 카드값을 써도 차이가 2,400마일이나 나죠.
카드마다 제외 항목은 다릅니다. 세금, 공과금, 아파트 관리비, 보험료, 상품권 구매액, 무이자 할부 이용액처럼 가계부에서 비중이 큰 지출이 빠지는 상품도 있습니다. 현대카드의 대한항공 제휴카드 안내에도 이런 제외 항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신청 전에는 지난 3개월 카드 내역을 펼쳐 놓고 적립되는 금액만 따로 더해 보는 게 정확합니다.
2. 연회비는 마일리지의 비용입니다
1,000원당 1마일과 1,500원당 1마일은 얼핏 작은 차이처럼 보입니다. 적립 대상 금액이 월 60만 원이라면 1년 뒤 각각 7,200마일과 4,800마일입니다. 차이는 2,400마일이에요. 그런데 적립률이 높은 카드의 연회비가 더 비싸다면 그 차액까지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간 7,200마일을 모으는 카드의 연회비가 3만 원이라고 해볼게요. 내가 실제로 쓸 항공권에서 1마일의 체감 가치가 10원이라면 마일리지 가치는 약 7만 2,000원이고, 연회비를 빼면 4만 2,000원입니다. 같은 960만 원의 연간 카드 지출에 1%를 돌려받는 카드라면 혜택은 9만 6,000원이죠. 물론 실제 상품의 적립 조건과 환급 조건은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이 숫자는 비교 방법을 보여 주기 위한 예시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1마일은 무조건 몇 원’이라는 값을 정해 두지 않는 겁니다. 원하는 날짜의 항공권 현금 가격에서 마일리지 사용 시에도 내야 하는 세금과 유류할증료를 뺀 뒤, 필요한 마일리지로 나눠야 내 여행에서의 가치를 대략 볼 수 있습니다.
3. 쓸 여행이 있어야 마일리지가 혜택이 됩니다
가계부에는 마일리지 잔액도 적어 둡니다. 숫자가 늘어나는 재미는 있지만, 실제로 쓰지 못하면 생활비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대한항공은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등에 마일리지를 쓸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다만 원하는 날짜와 좌석에 언제나 쓸 수 있다고 가정해서는 곤란합니다. 가족 여행이라면 필요한 인원수만큼 좌석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대한항공 안내에 따르면 제휴카드로 적립한 스카이패스 마일리지에는 유효기간이 적용됩니다. 가족 마일리지 합산 제도도 있지만, 이용하려는 보너스 종류에 따라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젠가 해외여행 가겠지’보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어느 노선에 쓸지’가 카드 선택에는 더 쓸모 있는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2년 안에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이미 보유한 마일리지가 있다면 카드 적립분이 부족한 양을 채워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항공편 이용 계획이 드물고 마일리지 잔액도 없다면, 쓰는 순간 혜택이 확정되는 할인 카드가 가계부에는 더 잘 맞을 수 있어요.
4. 카드에 맞춰 소비를 늘리지 않습니다
전월 실적이나 추가 적립 구간을 맞추려고 예정에 없던 10만 원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10만 원을 써서 100마일을 더 받는다면, 마일리지를 1마일당 20원으로 넉넉히 잡아도 혜택은 2,000원 정도입니다. 필요한 소비가 아니었다면 가계부에서는 9만 8,000원이 더 나간 셈이죠.
그래서 저는 카드 후보를 고를 때 지난달 지출을 먼저 적어 봅니다. 적립되는 월평균 결제액, 연회비, 자주 가는 여행지, 보유 마일리지. 이 네 줄이면 화려한 부가 혜택에 덜 흔들립니다. 라운지나 할인 쿠폰도 실제로 이용할 일정이 있을 때만 가치에 넣습니다.
대한항공마일리지카드는 여행을 기다리는 마음까지 담긴 카드라서 숫자만으로 고르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매달 쓰던 돈에서 자연스럽게 쌓이고, 쓸 여행이 눈앞에 있을 때 가장 기분 좋은 혜택이 됩니다. 가계부에는 그 정도의 현실감이 오래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