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비트코인 캐시가 급등하자 ‘비트코인보다 싸니까 더 오를 것’이라는 말을 다시 들었다. 거래 화면에서 가격만 보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내가 먼저 확인하는 건 BCH의 발행량, 실제 사용량, 거래소 수급이다. 이름이 비슷해도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는 서로 다른 자산이다.
1. 발행량은 가격 상승의 근거가 아니다
비트코인 캐시(BCH)는 2017년 비트코인에서 갈라졌다. 최대 발행량은 2,100만 개이고, 블록 보상은 21만 블록마다 절반으로 줄어든다. 2024년 4월에는 84만 번째 블록을 지나며 보상이 6.25 BCH에서 3.125 BCH로 내려갔다. 하루에 약 144개 블록이 만들어진다고 가정하면 신규 발행량은 약 900 BCH에서 450 BCH로 감소한 셈이다.
여기서 자주 생기는 착각이 있다. 신규 공급이 하루 450 BCH 줄었다고 해서 가격이 자동으로 오르지는 않는다. 기존 보유자가 거래소에 내놓는 물량은 그보다 클 수 있다. 반감기는 공급 조건의 변화다. 매수세가 그 물량을 받아내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2. 온체인 거래 건수는 추세로 읽는다
BCH는 낮은 수수료로 일상 결제를 처리하겠다는 방향에서 출발했다. 블록 크기도 처음의 8MB에서 2018년 32MB로 커졌고, 2024년부터는 사용량에 따라 한도가 조정되는 방식이 적용됐다. 처리할 수 있는 공간이 크다는 사실과 그 공간을 실제로 쓰고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11월 1일 셀레네 익스플로러 화면에서 최근 144개 블록의 거래 속도는 초당 약 0.12건이었다. 하루로 환산하면 약 1만 건이다. 조회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숫자이므로 이것만으로 사용이 늘거나 줄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는 최근 7일 평균을 이전 30일 평균과 비교하고, 증가세가 며칠이나 이어졌는지 본다. 하루만 거래 건수가 튀었다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면 지속적인 수요로 해석하기 어렵다.
활성 주소도 함께 보지만 사용자 수로 바로 바꾸지는 않는다. 한 사람이 여러 주소를 쓸 수 있고, 거래소 주소 하나에 많은 이용자의 자산이 모일 수도 있다. 코인메트릭스 역시 활성 주소를 네트워크 활동의 대용 지표로 설명한다. 거래 건수와 활성 주소가 함께 늘어나는지 보는 이유다.
3. 거래량이 늘 때 매수 체결이 따라오는가
온체인 활동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 날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거래소 안의 매매가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그래서 급등일에는 현물 거래대금과 호가창을 같이 본다. 예를 들어 가격이 10% 올랐는데 거래대금이 평소의 몇 배로 늘고 매수 호가가 계속 채워진다면 수요가 붙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반대로 거래대금은 얇은데 가격만 급히 뛰면 적은 주문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파생상품 미결제약정도 확인한다. 가격과 미결제약정이 동시에 오르면 새 포지션이 쌓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 펀딩비까지 한쪽으로 치우치면 상승의 일부가 레버리지에 기대고 있을 수 있다. 거래소마다 집계 기준이 달라 여러 화면의 숫자를 단순 합산하지는 않는다. 현물 거래량이 따라오지 않는 급등이라면 청산이 가격을 밀었을 가능성도 열어둔다.
4. 거래소 유입은 매도 가능 물량으로 본다
대량의 BCH가 거래소 지갑으로 들어오면 매도 압력을 의심할 만하다. 그래도 입금이 곧 매도는 아니다. 내부 지갑 이동이나 담보 이동일 수도 있다. 반대로 거래소 잔고가 줄었다고 해서 모두 장기 보관에 들어갔다고 볼 수도 없다.
나는 큰 유입이 잡히면 세 가지를 나란히 놓는다. 해당 시점의 가격 변화, 현물 매도 체결, 거래소 전체 잔고의 며칠간 흐름이다. 유입 직후 가격이 밀리고 매도 체결이 늘었다면 경계할 이유가 커진다. 유입만 보이고 체결 변화가 없다면 판단을 보류한다. 지갑 주소의 소유주를 잘못 분류하면 해석 전체가 틀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다.
5. 반감기보다 손실 한도를 먼저 계산한다
2024년 반감기 전에도 BCH 가격은 크게 움직였다. 이런 시기에는 공급 감소라는 확실한 사실에 가격 상승이라는 불확실한 기대가 붙는다. 나는 과거 사례를 매수 신호로 쓰지 않는다. 같은 발행 일정이라도 당시의 비트코인 흐름, 거래소 유동성, 레버리지 규모가 다르면 가격 반응은 달라진다.
매매 전에는 틀렸다고 인정할 가격을 먼저 정한다. 매수가에서 손절가까지 거리가 8%라면, 한 번의 거래에서 계좌의 1%만 잃겠다는 기준 아래 투입액은 계좌의 약 12.5%가 된다. 수수료와 미끄러짐을 고려하면 실제 투입액은 더 낮춰야 한다. 이 비율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공식이 아니라 손실을 제한하기 위한 계산이다.
비트코인 캐시 코인을 볼 때 내가 기다리는 장면은 단순한 급등이 아니다. 온체인 사용이 며칠에 걸쳐 늘고, 현물 거래가 받쳐주며, 거래소로 들어오는 물량까지 시장이 무리 없이 소화하는 모습이다. 그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가격이 먼저 뛰어도 서두를 이유는 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