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 상담을 하다 보면 보호자가 “피가 멈췄으니 이제 산책 모임에 가도 되겠죠?”라고 묻는 일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헷갈립니다. 흔히 강아지 생리기간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암컷 강아지의 발정기에 나타나는 출혈입니다. 피가 보이는 기간과 임신할 수 있는 기간이 꼭 같지는 않습니다.
강아지 생리기간은 피가 보이는 날만 세면 안 됩니다
발정기는 보통 2~3주 이어지고, 개에 따라 2~4주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처음에는 외음부가 붓고 붉은 분비물이 보입니다. 이 출혈은 흔히 7~10일가량 관찰되지만, 양과 기간은 제각각입니다. 스스로 핥아 깨끗이 하는 아이는 보호자가 출혈을 거의 못 볼 수도 있습니다.
며칠 뒤 분비물이 옅어지거나 줄어들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때가 오히려 수컷을 받아들이는 시기일 수 있습니다. 메르크 수의학 매뉴얼은 출혈이 주로 보이는 발정 전기와 교배를 받아들이는 발정기의 평균을 각각 약 9일로 설명합니다. 평균일 뿐이니 ‘시작한 지 열흘째’ 같은 날짜만으로 안전한 날을 계산하면 곤란합니다.
저는 보호자에게 달력에 세 가지를 적으라고 합니다. 외음부가 붓기 시작한 날, 분비물을 처음 본 날, 분비물과 붓기가 사라진 날입니다. 다음 발정 때 비교할 기준이 생깁니다. 출혈 첫날을 발정의 정확한 첫날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첫 발정과 다음 발정은 나이와 체격에 따라 다릅니다
첫 발정은 대체로 생후 6개월 이후에 시작하지만 체격에 따른 차이가 큽니다. 작은 품종은 비교적 일찍, 대형·초대형 품종은 1~2세 무렵에 시작하기도 합니다. 아직 어린 대형견에게 출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이상이라고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반대로 어린 소형견이라도 발정 징후가 보이면 임신 예방을 시작해야 합니다.
다음 발정까지의 간격도 꼭 6개월은 아닙니다. 평균은 약 7개월이지만 4~13개월까지 폭이 넓고, 일부 품종은 1년에 한 번 정도 발정하기도 합니다. 첫 발정 몇 차례는 간격이 불규칙할 수 있습니다. 자기 강아지의 기록을 쌓아 이전과 비교하는 편이 남의 강아지 일정에 맞추는 것보다 정확합니다.
행동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사람 곁에 붙거나, 반대로 예민해지고, 산책 중 소변을 조금씩 자주 보는 아이가 있습니다. 훈련이 갑자기 무너졌다고 여기고 반복해서 혼내면 생활만 더 불편해집니다. 이 시기에는 새 훈련을 밀어붙이기보다 익숙한 산책과 짧은 놀이를 유지하는 편이 낫습니다.
산책과 위생은 생활 리듬을 조금 바꾸면 됩니다
발정 중에도 컨디션이 괜찮다면 산책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목줄을 채우고, 다른 개와 가까이 마주치는 시간과 장소를 피해야 합니다. 한적한 시간에 짧게 걷고 돌아와 실내에서 냄새 찾기 놀이를 하는 식으로 조절하면 됩니다. 마당이 있어도 혼자 내보내지는 마세요. 집에 중성화하지 않은 수컷이 있다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잠깐 떨어뜨리는 정도가 아니라, 발정 기간 내내 확실히 분리해야 합니다.
출혈 때문에 팬티나 기저귀를 쓴다면 집 안에서만 보조 용품으로 생각하세요. 젖거나 더러워지면 갈아 주고, 벗겨 두는 시간도 마련해 피부를 살핍니다. 배변과 산책 전에는 벗기는 편이 편합니다. 무엇보다 팬티는 교배를 막는 장치가 아닙니다. 피가 줄었다고 수컷과 접촉시켜도 되는 것도 아닙니다.
산책 중 우연히 교배가 일어났다면 억지로 두 개를 떼어 놓지 마세요. 다칠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동물병원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는 게 우선입니다.
평소와 다른 출혈은 발정으로 넘기지 마세요
출혈량은 개마다 달라 ‘몇 방울까지 정상’이라는 기준을 세우기 어렵습니다. 평소보다 유난히 많거나 오래 지속되고, 통증 때문에 만지는 것을 싫어하거나 기운이 떨어진다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흰색이나 고름 같은 분비물, 심한 냄새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중성화 수술을 한 강아지에게 새로 출혈이 보인다면 일반적인 발정으로 여기지 말고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발정이 끝난 뒤 몇 주 동안은 자궁축농증 징후를 놓치기 쉽습니다. 물을 갑자기 많이 마시고 소변이 늘거나, 밥을 거부하고 구토하거나, 배가 불러 보이면 신속하게 동물병원에 가야 합니다. 고름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분비물이 없다는 이유로 안심할 수 없습니다. 메르크 수의학 매뉴얼과 PDSA도 발정 후 이런 증상을 주의 깊게 보도록 안내합니다.
보호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날짜와 몸 상태를 기록하고, 발정 중에는 다른 개와의 거리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입니다. 훈련 현장에서도 한 번의 완벽한 대처보다 매일 지킬 수 있는 생활 습관이 아이를 더 편안하게 만드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