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히아 모어를 보고 다시 A반이 그리워졌다

나히아 모어를 보고 다시 A반이 그리워졌다

마지막 시즌까지 따라가고 나니 이상하게 전투 장면보다 A반이 함께 웃던 시간이 더 자주 떠올랐다. 그래서 나히아 모어가 나왔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이미 끝난 이야기에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 싶다가도, 그 애들이 어른이 된 뒤에는 어떻게 지낼지 궁금했으니까. 이 글은 공식 소개에 나온 설정까지만 다룬다. 모임의 이유와 마지막 장면은 남겨둘 생각이다.

나히아 모어는 어느 시점의 이야기일까

나히아 모어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마지막 시즌 뒤에 이어지는 특별 에피소드다. 공식 회차 표기는 ‘170+1화 More’. 유에이 고교 졸업 8년 후가 배경이고, 러닝타임은 약 23분이다. 숫자에 ‘+1’을 붙인 방식부터 본편에 한 걸음 더 머무는 느낌이 난다.

미도리야 이즈쿠는 유에이 고교 교사로 일하면서 아머를 입고 활동한다. 바쿠고 카츠키와 토도로키 쇼토를 비롯한 옛 A반 친구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프로 히어로로 살아간다. 바쁜 사람들이 어떤 축하할 일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이 공개된 줄거리의 큰 틀이다. 여기까지만 알아도 이 편의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다. 새로운 적을 앞세워 판을 키우기보다, 긴 싸움 이후의 시간을 보여주는 후일담에 가깝다.

눈길이 가는 건 강한 기술보다 달라진 일상

나히아를 오래 봤다면 A반을 떠올릴 때 출석부처럼 이름만 줄줄 나오지는 않을 거다. 같은 교실에서 훈련하고, 부딪치고, 서로를 구하던 모습이 먼저 따라온다. 그래서 졸업 8년 후라는 설정이 꽤 크게 다가온다. 히어로가 된 결과만큼이나 그 일을 매일 해내는 생활이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데쿠가 교사로 일한다는 설정이 마음에 남는다. 누군가에게 도움받으며 출발했던 인물이 이제 학생들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난 시간이 느껴진다. 아머를 입고 현장에 나서는 모습까지 함께 제시되니, 히어로라는 일을 한 가지 방식으로만 보여주지 않는 점도 흥미롭다. 바쿠고와 토도로키 역시 학교에서 알던 친구인 동시에 각자의 직업을 가진 어른이다. 이 변화를 거창한 설명보다 짧은 만남 속에서 확인하는 맛이 이 편의 관전 포인트다.

사실 23분 안에 A반 전원의 근황을 넉넉히 담기는 어렵다. 특정 인물을 오래 기다린 팬이라면 분량이 아쉬울 수도 있다. 반대로 익숙한 얼굴들이 같은 시간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반가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후자에 조금 더 가깝다. 학창 시절의 떠들썩함을 기억하는 만큼, 다들 바빠졌는데도 모일 수 있다는 설정이 괜히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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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라카의 이야기는 가볍게 지나가지 않는다

공식 소개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은 우라라카 오챠코다. 그는 ‘개성 카운슬링’ 활동에 힘을 쏟고 있고, 한 달쯤 전부터 가끔 토가 히미코의 꿈을 꾼다. 여기서 꿈의 의미를 단정하면 이 에피소드가 쌓아둔 감정을 먼저 풀어버리는 셈이라, 왜 이런 설정이 등장했는지만 생각해보고 싶다.

나히아의 큰 싸움에는 이긴 사람의 환호만 있지 않았다. 끝내 이해하지 못한 마음, 뒤늦게 돌아보게 되는 선택도 남았다. 우라라카의 현재 활동과 꿈을 나란히 놓은 공식 소개는 그 시간이 그에게 아직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사건은 끝났어도 그 사건을 겪은 사람의 하루까지 곧바로 제자리로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처럼 읽힌다.

이 대목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가벼운 동창회 분위기만 기대했다면 토가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질 테니까. 그래도 나는 이런 흔적이 남아 있는 편이 좋다. 힘든 일을 겪고 성장한 인물이라면, 그 경험을 싹 지운 듯한 후일담보다 조금은 복잡한 얼굴을 가진 미래가 더 자연스럽다.

처음 보는 사람보다 오래 따라온 사람에게

나히아 모어를 시리즈 입문편으로 고르기는 어렵다. 졸업 8년 후라는 배경부터 본편의 마지막을 전제로 하고, 인물들이 왜 반가운지도 앞선 이야기를 알아야 온전히 느껴진다. 본편을 아직 끝내지 않았다면 마지막 시즌까지 본 뒤에 이어 보는 편이 감정선을 따라가기 좋다. 공식 소개만 읽어도 데쿠와 A반의 이후 행적을 조금은 알게 되니, 완전한 무정보 관람을 원한다면 소개 문구도 건너뛰는 게 낫다.

반면 마지막 시즌을 보고도 작별 인사가 조금 급했다고 느꼈다면 이 한 편이 반가울 것이다. 대형 전투의 긴장감이나 모든 인물의 자세한 미래를 기대하기보다는, 함께 자란 친구들의 다음 시간을 잠깐 들여다본다는 마음이 잘 맞는다. 나히아 모어라는 제목의 ‘더’는 새 출발을 크게 외치는 말보다, 좋아했던 사람들과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가까워 보인다. 나도 A반을 떠올릴 때면 그런 시간이 가장 오래 남는다.

나히아 모어를 보고 다시 A반이 그리워졌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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