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사투리 모음, 뜻을 알면 더 잘 들릴까요?

1회
제주도 사투리 모음, 뜻을 알면 더 잘 들릴까요?

얼마 전 수업에서 ‘혼저 옵서예’를 보여 줬더니 한 학생이 ‘혼자 오라는 뜻인가요?’ 하고 물었습니다. 소리가 비슷하니 그럴 만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혼저’는 ‘어서’라는 뜻입니다. 제주도 사투리 모음을 읽을 때는 익숙한 표준어와 소리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뜻을 짐작하면 곧잘 빗나갑니다.

제주에서 이어져 온 말을 흔히 ‘제주도 사투리’라고 부르지만, 제주어라는 이름도 함께 쓰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어 교육 플랫폼 ‘페우다’에는 실제 구술 자료를 바탕으로 고른 기본 어휘와 지역별 말하기 자료가 실려 있습니다. 아래 표현도 낱말 하나씩 외우기보다 누가 누구에게, 어떤 자리에서 하는 말인지 떠올리며 읽어 보겠습니다.

손님을 맞을 때 들리는 말

‘혼저 옵서예’는 ‘어서 오세요’에 해당하는 인사입니다. ‘혼저’의 뜻을 알고 나면 관광지 간판에서 보던 문장이 비로소 환영의 말로 들립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자료에는 ‘혼저 옵서게’처럼 끝이 다른 인사도 나옵니다. 끝말까지 한 가지 형태로만 외워 두면 실제 대화를 들을 때 오히려 낯설 수 있습니다.

  • 혼저: 어서. ‘혼저 들어와’는 ‘어서 들어와’라는 뜻입니다.
  • 옵서게: 오십시오. ‘혼저 옵서게’처럼 앞말과 이어 씁니다.
  • 누게꽈?: 누구세요?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 말입니다.
  • 먹언?: 먹었어? ‘밥은 먹언?’처럼 안부를 묻는 자리에서도 나옵니다.

제주학연구센터의 구술 자료에는 이 말들이 한 장면에 함께 나옵니다. 찾아온 이에게 ‘누게꽈?’ 하고 묻고, 안으로 들이며 ‘혼저 들어와’라고 말합니다. 곧이어 밥은 먹었느냐고 묻지요. 인사말만 떼어 놓고 볼 때보다 집 안 풍경이 그려져 뜻이 오래 남습니다.

어멍과 아방, 부르는 말 속의 관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가족 이야기에 자주 나옵니다. ‘어멍’은 어머니나 엄마, ‘아방’은 아버지나 아빠에 해당합니다. ‘할망’과 ‘하르방’은 각각 할머니와 할아버지입니다. 표준어 뜻을 일대일로 붙여 두면 첫걸음은 뗄 수 있지만, 말투의 거리감은 대화 속에서 읽어야 합니다.

  • 어멍: 어머니, 엄마. ‘영수 어멍’이라면 영수의 엄마를 가리킵니다.
  • 아방: 아버지, 아빠. ‘어멍 아방’처럼 함께 쓰이기도 합니다.
  • 할망·하르방: 할머니·할아버지.
  • 사름: 사람. ‘사름덜’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구술 자료에 나타납니다.

‘영수 어멍, 잇어?’라는 말을 읽으면 이름 대신 ‘누구의 엄마’로 이웃을 부르는 장면이 보입니다. 어휘를 기억하는 데에는 이런 관계가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처음 만난 제주 사람에게 들은 표현을 그대로 옮겨 부르기보다, 상대가 실제로 쓰는 호칭과 말투를 먼저 듣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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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하영, 게난으로 대화 따라가기

짧은 말 몇 개만 알아도 제주어 대화의 흐름이 달라집니다. ‘무사’는 ‘왜’, ‘하영’은 ‘많이’라는 뜻입니다. ‘무사 안 먹어?’는 ‘왜 안 먹어?’이고, ‘하영 먹어’는 ‘많이 먹어’로 읽을 수 있습니다. ‘무사’를 표준어의 ‘무사하다’와 연결하면 뜻을 놓치기 쉽습니다.

  • 무사: 왜. 까닭을 묻는 말입니다.
  • 하영: 많이. 양이나 정도가 많을 때 씁니다.
  • 게난: 그러니까. 앞말을 받아 까닭이나 설명을 이을 때 나옵니다.
  • 게민: 그러면. 앞의 상황을 바탕으로 다음 말을 꺼냅니다.
  • 겐디: 그런데. 이야기의 방향이 바뀌는 지점을 알려 줍니다.

‘게난’, ‘게민’, ‘겐디’는 얼핏 비슷해 보여도 하는 일이 다릅니다. 제주어 교육 플랫폼의 기본 어휘 카드에는 ‘게고·게난·게도·게민·겐디’를 각각 ‘그리고·그러니까·그래도·그러면·그런데’에 대응시켜 놓았습니다. 문장을 읽다 ‘겐디’를 만나면 앞 이야기와 달라지는 내용이 오는지 보면 됩니다. 낱말의 뜻과 문장 속 역할이 함께 잡힙니다.

먹을거리에서는 뜻을 거꾸로 짐작하기 쉬운 두 말이 있습니다. 제주 지역에서 ‘감저’는 고구마, ‘지슬’은 감자를 가리킵니다. ‘감저’의 소리만 듣고 감자를 떠올리기 쉬운데, 제주학연구센터 구술 자료는 두 낱말의 대응 관계를 따로 밝혀 둡니다. 메뉴판에서 만나면 소리보다 실제 가리키는 음식을 확인하는 까닭입니다.

표기가 달라 보여도 성급히 고치지 않는 까닭

제주어를 적은 글에서는 ‘ᄆᆞᆫ딱’처럼 익숙하지 않은 글자를 만나기도 합니다. 이 말은 ‘전부’라는 뜻이고, 제주어 교육 플랫폼에는 ‘몬딱’이라는 표기도 함께 제시됩니다. 낯선 글자를 무조건 오타로 고쳐 읽으면 제주어의 소리와 기록 방식이 지닌 차이를 놓칠 수 있습니다.

구술 자료에는 같은 뜻의 말도 지역과 화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혼저 옵서예’만이 유일한 인사말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제주어보전회 역시 지역과 문맥에 따라 표기와 발음, 표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실제 사람이 한 말을 옮긴 자료라면 먼저 그 자료의 표기를 존중하고, 뜻은 앞뒤 문장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혼저’, ‘무사’, ‘하영’ 세 말만 알아들어도 충분합니다. 다음에는 ‘게난’이나 ‘겐디’가 들리는 순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됩니다. 말은 목록에 있을 때보다 누군가를 맞고, 밥을 권하고, 이유를 묻는 장면 안에서 더 또렷해집니다.

제주도 사투리 모음, 뜻을 알면 더 잘 들릴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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