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인돌의 고장 전북특별자치도 고창에서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신앙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국보순회전이 열린다. 고창 세계유산 고인돌박물관은 2026년 9월 1일부터 11월 22일까지 국보순회전 시대를 담다 농경문청동기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전주박물관, 고창군이 함께 마련했다. 고창의 대표 문화유산인 고인돌과 농경문청동기, 청동방울, 방패형동기를 연결해 청동기시대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구성한 자리다.
전시장에서는 보물 농경문청동기와 국보 청동방울, 방패형동기 등 청동유물 3건 5점을 만날 수 있다. 교과서와 사진으로 접하던 문화유산을 지역 박물관에서 가까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전시 일정과 관람 정보
| 전시명 | 국보순회전 시대를 담다 농경문청동기 |
|---|---|
| 전시 기간 | 2026년 9월 1일부터 11월 22일까지 |
| 전시 장소 | 고창 세계유산 고인돌박물관 |
| 소재지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고창읍 고인돌공원길 74 |
| 관람 시간 |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월부터 10월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겨울철 관람 시간 |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1월부터 2월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
| 문의 | 고창 세계유산 고인돌박물관 063-560-8666 |
전시 종료일은 2026년 11월 22일이다. 전시 기간 가운데 11월부터는 관람 종료 시각이 오후 5시로 달라지므로 방문 전에 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만나는 국보와 보물
국보순회전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추진하는 국보순회전 우리 동네에서 만나는 보물 사업이다. 국보와 보물을 비롯한 우리 문화유산을 지역에서도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대도시의 박물관을 찾아가지 않아도 지역 박물관에서 귀중한 유물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2024년 시작된 국보순회전은 2026년 세 번째 해를 맞았다. 2026년에는 고창을 비롯해 진천, 영암, 의령, 성주, 청도 등 6개 지역에서 진행된다. 지역의 역사적 특성과 전시 유물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문화유산 향유의 폭을 넓힌다는 의미가 있다.
고창 전시는 청동기시대 대표 유적인 고인돌이 밀집한 지역에서 당시의 농경생활과 의례문화를 보여주는 청동유물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고인돌이 당시의 무덤과 장례문화를 보여준다면, 이번에 전시되는 청동유물은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소망했는지 살펴보게 한다.
작은 청동판에 담긴 농경생활
이번 전시의 중심 유물은 보물 농경문청동기다. 농경문청동기는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 모습과 당시의 신앙을 표현한 의례용 청동유물이다. 1969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서울의 한 상인에게 구입했으며, 대전의 한 고물상이 소장했던 것으로 전해져 대전에서 나온 유물로 알려졌다.
농경문청동기의 크기는 약 13.5센티미터다. 작은 청동판이지만 양면에 새겨진 형상에는 수천 년 전 사람들의 생업과 의례가 압축돼 있다. 관람객들은 유리 진열장 안의 유물을 천천히 바라보며 작은 선과 형상을 따라 당시의 생활 모습을 읽어낼 수 있다.
한쪽 면에는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가 표현돼 있다. 다른 면에는 밭을 가는 사람과 항아리 모양의 용기를 든 사람 등이 새겨졌다. 특히 따비와 같은 농기구로 밭을 일구는 장면은 청동기시대의 농경생활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꼽힌다.
나뭇가지 위의 새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옛사람들이 새가 풍요를 가져오고 사람들의 소원을 신에게 전한다고 믿었던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경문청동기는 농사 장면을 단순하게 기록한 물건이 아니라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 의례와 관련된 유물로 여겨진다.
농경문청동기는 생업의 현장과 신앙의 세계가 하나의 청동판에 함께 새겨졌다는 점에서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핵심 자료다. 전시 공간에서는 작은 유물에 담긴 사람과 농기구, 용기와 새의 형상을 세심하게 비교하며 볼 수 있다.
의례의 소리를 품은 청동방울
국보 청동방울도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유물이다. 전시된 청동방울은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문화유산으로, 청동기시대의 정교한 금속 제작 기술과 제의문화를 보여준다.
청동은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든다. 구리에 주석을 섞어 녹인 뒤 액체 상태의 청동을 원하는 형태의 틀에 넣고 식히면 단단한 청동기가 된다. 전시 유물의 형태와 표면 무늬는 당시 사람들이 금속을 다루던 기술 수준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에서는 팔주령을 비롯해 간두령과 쌍두령 등 서로 다른 형태의 청동방울을 살펴볼 수 있다. 팔주령은 둥근 몸체 주변에 여덟 개의 방울이 달린 독특한 구조다. 표면에는 촘촘하게 그은 짧은 선과 양끝이 둥글게 말린 고사리무늬를 비롯한 기하학적 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이 청동방울들은 일상에서 쓰는 일반적인 도구보다는 제사나 의례에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방울을 흔들어 소리를 내며 신에게 소원을 전하고 풍요와 안녕을 기원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눈에 보이는 청동기는 어두운 푸른빛을 띠지만, 본래 모습은 빛나는 금색과 비슷했던 것으로 설명된다. 관람객은 오늘날 남은 청동의 색과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의 모습을 함께 떠올리며 유물이 지녔던 신성한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권위와 신앙을 보여주는 방패형동기
방패형동기는 이름처럼 방패를 닮은 형태의 청동유물이다. 윗부분이 양옆으로 뻗어 있으며 가장자리에는 정교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농경문청동기가 농경과 관련된 의례 모습을 보여준다면, 방패형동기는 머리 장식이나 의례와 관련된 상징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유물이다.
윗부분에는 네모난 구멍 네 개가 있다. 이 구멍에 끈을 끼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며, 종교적 행사에서 어딘가에 매달아 쓴 귀한 물건이었을 가능성이 제시된다.
방패형동기는 농경문청동기와 비슷한 인상을 주면서도 구조와 무늬가 다르다. 두 유물을 나란히 비교하면 같은 청동기시대에 제작된 의례용 유물들이 목적과 상징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를 갖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유물은 청동기가 생활도구에 머물지 않고 권위와 신앙을 나타내는 중요한 물건이었음을 보여준다. 전시장에서는 각 유물의 외형뿐 아니라 구멍과 가장자리, 표면의 세부 무늬를 비교해 보는 관람이 가능하다.
영상과 촉각 자료로 넓힌 이해
전시장에는 실물 유물과 함께 청동기시대 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 아하 배움터가 마련돼 있다. 농경문청동기에 새겨진 작은 그림을 확대하고, 밭을 갈거나 농사를 짓는 장면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설명한다.
실물만 보았을 때는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는 사람과 새의 형상도 영상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유물의 앞면과 뒷면을 비교하고 그림에 담긴 의미를 차례로 살피도록 구성돼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팔주령과 쌍두령은 실제 유물과 같은 형태의 자료로도 전시돼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전시 이해를 돕는 점자 책자도 마련됐다. 실물 관람과 영상, 촉각 자료를 함께 활용함으로써 유물의 모양과 의미를 여러 방식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시장에서는 관람객들이 확대 영상으로 세부 문양을 먼저 확인한 뒤 다시 진열장 속 유물로 시선을 옮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은 청동유물에 담긴 요소를 하나씩 찾아가는 관람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고인돌과 청동유물이 잇는 이야기
고창은 청동기시대 대표 무덤인 고인돌을 통해 당시의 삶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지역이다. 이번 전시는 고인돌과 청동유물을 한 공간의 맥락에서 바라보게 한다.
고인돌이 죽음과 장례문화를 보여준다면 농경문청동기의 밭 가는 사람은 생업의 현장을 전한다. 나뭇가지에 앉은 새는 풍요를 바라는 신앙을 보여주며, 청동방울은 의례에서 울렸을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방패형동기는 청동이 권위와 상징의 물건으로도 쓰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농사를 지으며 풍년을 기원하고, 새를 통해 소망을 전하며, 청동방울을 흔들어 공동체의 안녕을 빌었던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모습이 유물 세 점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풍요롭고 평안한 삶을 바라는 마음은 유물 속 장면을 이해하는 연결점이 된다. 고창 세계유산 고인돌박물관의 이번 국보순회전은 무덤 유적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일상과 믿음을 함께 살펴보는 자리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전주박물관, 고창군이 마련한 전시는 지역의 역사 자원과 국가 지정 문화유산을 연결한다. 고인돌이 밀집한 고창에서 농경문청동기와 청동방울, 방패형동기를 함께 공개함으로써 청동기시대의 생활과 의례를 한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전시는 2026년 11월 22일까지 고창 세계유산 고인돌박물관에서 계속된다. 관람객은 농경문청동기의 작은 그림에서 생업을 읽고, 청동방울의 정교한 무늬에서 제작 기술을 확인하며, 방패형동기의 구조에서 당시 의례와 상징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