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명 사자성어는 어떻게 골라야 오래 남을까요?

1회
좌우명 사자성어는 어떻게 골라야 오래 남을까요?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좌우명을 적어 보라고 하면 ‘초지일관’이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그 말을 고른 이유를 물으면 선뜻 답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뜻은 외웠지만 자기 생활과 아직 연결되지 않은 거지요. 좌우명 사자성어는 멋있게 들리는 말보다, 흔들리는 순간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이 오래 남습니다.

먼저 내가 지키고 싶은 태도를 생각합니다

네 글자를 고르기 전에 요즘 자주 부딪히는 장면 하나를 떠올려 보면 좋습니다. 시작은 잘하지만 금세 그만두는지, 열심히 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전에 판단부터 하는지에 따라 어울리는 말이 달라집니다.

사자성어의 한자를 풀어 보는 일도 중요합니다. 같은 ‘꾸준함’을 말하는 듯해도 초지일관은 처음 세운 뜻에, 절차탁마는 갈고닦는 과정에 무게가 있습니다. 글자에 담긴 장면을 알면 네 글자가 추상적인 구호에서 구체적인 약속으로 바뀝니다.

시작한 뜻을 잊기 쉽다면 초지일관과 우공이산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초지’는 처음 세운 뜻입니다. ‘관’은 꿴다는 뜻이지요. 처음 품은 뜻이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끝까지 이어진다는 그림으로 읽으면 됩니다. 시험을 앞두고 ‘하루에 책 20쪽 읽기’를 정했다면, 기분이 좋은 날에만 많이 읽는 것보다 정한 분량을 계속 지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다만 처음의 계획을 한 번도 고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책 20쪽이 지금의 형편에 맞지 않아 10쪽으로 조정할 수는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읽는 힘을 기르겠다는 처음의 뜻을 놓지 않는 일입니다. 좌우명은 자신을 묶어 두는 문장이 아니라 방향을 되찾게 하는 문장이니까요.

우공이산(愚公移山)은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말입니다. 《열자》의 이야기에서 우공은 집 앞의 산이 길을 막자 흙을 파내기 시작합니다. 한 사람이 산을 당장 옮길 수 없다는 반응 앞에서도, 자신이 못 마치면 자손이 이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이 말은 큰일도 꾸준히 힘을 들이면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두 표현은 쓰임이 조금 다릅니다. 초지일관이 ‘왜 시작했는가’를 붙든다면, 우공이산은 ‘얼마나 오래 걸리더라도 계속할 수 있는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한 달 만에 실력이 눈에 띄지 않아 초조한 사람에게는 우공이산의 산이 더 선명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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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절차탁마와 일일삼성

절차탁마(切磋琢磨)는 뼈나 뿔을 자르고 갈며, 옥이나 돌을 쪼고 닦는 모습을 담은 말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이 표현이 《시경》의 〈기오〉와 《논어》의 〈학이〉에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재료를 한 번 손댄 것으로 끝내지 않고 거듭 다듬는 모습이 학문과 덕행을 닦는 태도로 이어진 것이지요.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는다면 ‘매일 열심히’보다 행동을 더 또렷하게 정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쓴 뒤 어색한 문장 세 곳을 고치거나, 발표를 마친 뒤 전달되지 않은 부분을 다시 짚는 식입니다. 잘하려는 마음만으로는 실력이 자라지 않습니다. 어디를 다시 갈고 닦을지 보아야 합니다.

일일삼성(一日三省)은 하루에 세 번 자신을 돌아본다는 뜻입니다. 《논어》 〈학이〉에서 증자가 자신을 살핀다고 말한 데서 왔습니다. 여기서 ‘삼’은 무작정 자책을 세 차례 하라는 표어로 읽기보다, 하루의 행동을 자주 점검한다는 태도로 받아들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잘못만 찾는 반성이라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밤에 ‘오늘 약속을 지켰나’, ‘친구의 말을 끝까지 들었나’를 짧게 적어 볼 수 있습니다. 절차탁마가 실력과 태도를 다듬는 손의 움직임이라면, 일일삼성은 다듬을 곳을 알아차리는 눈에 가깝습니다. 둘을 나란히 써 두어도 뜻이 겹치지 않습니다.

사람 사이에서 자주 흔들린다면 역지사지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자리를 바꾸어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역’은 바꾸다, ‘지’는 자리, ‘사’는 생각하다라는 뜻을 지닙니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막상 다툼이 생기면 그 자리를 바꾸어 보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조별 과제에서 한 사람이 약속한 자료를 늦게 보냈다고 해 봅시다. 먼저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사정을 듣기 전에 ‘성의가 없다’고 단정하는 일과, 마감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하는 일은 다릅니다. 역지사지는 잘못을 무조건 눈감아 주라는 말이 아닙니다. 판단하기 전에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는지 묻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학생들에게 좌우명을 고를 때 뜻풀이 옆에 자기 경험을 한 줄 쓰게 하면 말이 달라집니다. ‘우공이산, 매일 연습한 기타 소리가 조금씩 나아졌으니까’처럼요. 남이 보기 좋은 네 글자보다 내가 겪은 하루와 맞닿은 네 글자가 힘이 셉니다. 좌우명은 벽에 붙어 있을 때보다, 다음 행동을 고르는 순간에 제 역할을 합니다.

좌우명 사자성어는 어떻게 골라야 오래 남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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