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방 소도시 펜션에 묵었는데, 체크인 전에 먹은 카레순대국이 숙소만큼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카레에 순대를 넣은 음식인가 싶었다. 막상 먹어보니 순대국의 진한 국물에 카레 향이 얹힌 쪽에 가까웠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여행 중 한 끼로는 꽤 괜찮았다. 다만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권할 맛은 아니었다.
숙소 근처 식당은 위치부터 확인한다
펜션을 100곳 넘게 다니면서 저녁 식당을 즉흥적으로 골랐다가 곤란했던 적이 많다. 지도에는 숙소에서 가까워 보여도 차로 돌아가야 하는 길이 있고, 읍내 식당은 생각보다 일찍 문을 닫기도 한다. 특히 술을 마실 계획이라면 차로 10분 거리도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이번에는 체크인 전 식사를 하기로 하고 숙소에서 식당까지의 실제 이동 경로와 영업시간을 먼저 확인했다.
메뉴를 고를 때도 비슷하다. 카레순대국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어 주문했지만, 일행 중 한 명은 일반 순대국을 골랐다. 낯선 메뉴가 궁금해도 동행인까지 모두 같은 음식을 주문할 필요는 없다. 여행 첫 끼가 입맛에 안 맞으면 남은 일정까지 괜히 피곤해진다.
카레 향은 확실한데 순대국 맛도 남아 있다
그릇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카레 향이었다. 국물 색도 일반 순대국보다 노란빛이 돌았다. 한 숟갈 떠먹으니 카레가 돼지국물의 묵직한 맛을 덮지는 않았다. 오히려 특유의 향을 조금 누그러뜨려서, 순대국을 먹고 싶지만 돼지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편하게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대와 고기 건더기는 평범한 순대국처럼 들어 있었고, 밥을 말았을 때 카레 맛이 더 또렷해졌다. 다만 카레라이스 같은 걸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국물은 어디까지나 국물이다. 걸쭉한 소스도 아니고, 매운맛이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 음식도 아니었다. 카레 향이 나는 순대국을 떠올리는 편이 실제 맛에 가깝다.
새우젓과 들깨가루는 처음부터 넣지 않았다. 카레 향과 기본 국물 맛을 확인한 뒤 조금씩 더하는 게 낫다. 제가 먹은 그릇은 새우젓을 살짝 넣었을 때 맛이 선명해졌지만, 들깨가루까지 많이 넣으니 향이 한꺼번에 겹쳤다. 양념을 넣기 전후의 차이가 제법 커서 첫 몇 숟갈은 그대로 먹는 쪽을 권한다.
사진보다 중요한 건 먹고 난 뒤의 일정
숙소 리뷰에서도 객실 사진만 보고 예약하면 놓치는 게 있다. 바비큐장 동선, 밤 소음, 침구 상태처럼 사진 밖에 있는 것들이 실제 만족도를 좌우한다. 여행지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카레순대국은 사진으로 보면 색이 독특해서 한 번쯤 주문하고 싶지만, 든든하고 향이 남는 한 끼라는 점까지 생각해야 한다.
저희는 식사 후 바로 펜션에 들어가 쉬는 일정이라 괜찮았다. 반면 체크인 직후 가벼운 산책을 오래 하거나, 곧바로 다른 음식을 먹을 계획이었다면 꽤 무거웠을 것 같다. 맑은 국물이나 담백한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도 선뜻 권하기 어렵다. 카레를 좋아해도 순대국의 고기 맛과 식감이 싫다면 만족하기 힘들다. 두 음식 중 적어도 순대국은 즐겨 먹는 사람에게 잘 맞을 메뉴다.
다음 여행에서도 다시 주문할까
같은 식당에 다시 간다면 저는 카레순대국을 한 번 더 주문할 것 같다. 익숙한 순대국에 작은 변화가 있어서 여행 중 먹은 음식으로 기억에 남았고, 밥 한 공기와 먹기에도 든든했다. 그렇다고 카레순대국을 찾아 먼 길을 돌아갈 정도는 아니다. 숙소 근처에서 식사할 곳을 고르다가 메뉴판에서 발견하면 시도해볼 만한 한 끼였다.
펜션을 고를 때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맞추면 만족도가 올라가듯, 이 음식도 이름에서 상상한 맛을 조금 내려놓으면 재미있다. 진한 국물과 카레 향이 함께 오는 맛. 저는 숙소에 들어가기 전 배를 채워야 했던 그날의 일정과도 잘 맞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