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설명할 때면 비슷한 질문이 나옵니다. 유엔 회원국은 이렇게 많은데, 왜 중요한 결정은 늘 같은 다섯 나라가 좌우하느냐는 겁니다. 유엔 상임이사국 확대 논의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의석을 몇 개 늘릴지만 정하면 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상임이사국이란 어떤 자리일까요?
안전보장이사회, 줄여서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다루는 유엔 기구입니다. 현재 의석은 15개입니다.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가 계속 자리를 갖는 상임이사국 5개국이고, 나머지 10개국은 총회에서 선출하는 비상임이사국입니다. 비상임이사국의 임기는 2년이며 매년 5개국씩 교체됩니다.
상임이사국의 특별한 권한은 거부권입니다. 절차 문제가 아닌 안보리 결정은 현재 찬성 9표가 필요하고, 상임이사국 한 나라가 반대표를 던지면 채택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상임이사국이 기권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부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상임이사국을 늘린다’는 말에는 새 자리를 만들 것인지, 새 회원에게도 거부권을 줄 것인지라는 서로 다른 질문이 들어 있습니다.
왜 1945년에 정한 구성이 지금까지 이어졌을까요?
1945년 유엔이 출범할 때 회원국은 51개국이었습니다. 지금은 193개국입니다. 특히 독립국이 늘면서 안보리의 지역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습니다. 실제로 유엔 총회는 1963년 안보리 확대를 위한 헌장 개정을 채택했고, 그 개정은 1965년 8월 31일 발효됐습니다. 안보리 의석은 11개에서 15개로 늘었지만, 늘어난 4개는 모두 비상임 의석이었습니다. 상임이사국 5개국의 구성은 그대로였습니다.
현재 아프리카와 중남미·카리브 지역에는 상임이사국이 없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1945년에는 지금의 많은 나라가 식민 통치 아래 있어 유엔 창설 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역사도 강조합니다. 유엔이 2024년 채택한 ‘미래를 위한 협약’ 역시 아프리카의 대표성 부족을 우선 다뤄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다만 이 협약이 새 상임 의석을 이미 만들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확대하자고 하나요?
브라질·독일·인도·일본으로 이뤄진 G4는 상임과 비상임 의석을 함께 늘리자고 주장합니다. 새 상임이사국에도 당장 거부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2026년 유엔 협상에서 G4는 새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문제를 15년 뒤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지역 대표성을 높이면서 거부권을 둘러싼 이견을 좁혀 보려는 제안입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공동 입장은 아프리카에 상임 의석을 최소 2개 부여하고 비상임 의석도 늘리자는 것입니다. 거부권 자체에는 비판적이지만, 거부권이 유지된다면 새 아프리카 상임이사국에도 같은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같은 상임이사국인데 권한이 다르면 불평등이 남는다는 논리입니다.
다른 쪽에서는 상임 의석을 새로 만드는 대신, 임기를 늘리거나 재선이 가능한 의석을 확대하자고 제안합니다. 특정 국가가 영구히 자리를 차지하는 범위를 더 넓히지 않으면서 지역의 참여 기회를 늘리자는 취지입니다. 새 상임 의석을 지지하는 쪽은 이런 방식으로는 안보리의 오래된 대표성 격차를 충분히 고치기 어렵다고 맞섭니다. 거부권을 새 회원에게까지 넓히면 안보리 결정이 더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논의의 한 축입니다.
합의가 이뤄져도 바로 바뀌지 않는 이유
안보리 구성은 유엔 헌장에 적혀 있습니다. 헌장 제108조에 따르면 개정안은 총회 회원국 3분의 2의 찬성으로 채택돼야 하고, 회원국 3분의 2가 자국 절차에 따라 비준해야 발효됩니다. 이 비준국에는 기존 상임이사국 5개국이 모두 포함돼야 합니다. 회원국이 193개국인 현재 기준으로 각각 최소 129개국의 찬성과 비준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2026년 6월 유엔 안보리 개혁 협상 공동의장 문서는 의석 종류, 지역별 배분, 거부권을 놓고 여러 안이 여전히 병존한다고 기록했습니다.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대가 있어도, 어느 나라가 어떤 권한으로 앉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겁니다.
앞으로는 상임·비상임 의석을 함께 늘리는 안, 임기가 더 긴 선출직 의석에 무게를 두는 안, 거부권 처리 방식을 먼저 조정하는 안이 계속 경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논의를 볼 때 ‘확대에 찬성하는가’보다 새 의석을 누가 차지하고, 그 자리에 어떤 권한을 줄 것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같은 확대라는 말 아래에서도 안보리의 모습은 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