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에서 ‘아들이 위급한데 어머니가 사망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봤습니다. 처음에는 보험 가입 자체가 문제였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의정부지법이 징역 3년을 선고한 이유는 그보다 무겁습니다. 아들이 피를 토해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였는데도 필요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고, 그사이 아들의 이름으로 보험에 가입해 사망 뒤 보험금을 청구했다는 것이 1심 법원의 판단입니다.
아들이 쓰러진 뒤 무슨 일이 있었나
연합뉴스가 전한 판결 내용에 따르면, 간 질환을 앓던 아들은 2023년 9월 20일 밤 집에서 여러 차례 피를 토했습니다. 보도된 토혈량은 약 3리터입니다. 어머니는 약 25년간 보험설계사로 일한 60대였지만, 당시 119에 신고하거나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가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날 어머니는 아들이 질병으로 사망하면 각각 최고 5천만 원과 2억 원을 지급하는 보험 2건에 가입했습니다. 계약자는 어머니, 사망보험금을 받을 사람도 어머니였습니다. 보험계약서에서 아들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에는 어머니가 대신 서명한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그날 밤 지인의 신고로 경찰과 구급대가 출동했을 때 아들은 의식과 호흡이 있었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2일 새벽 숨졌습니다.
어머니는 이후 두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한 곳은 2억 원 지급을 거절했고, 다른 한 곳은 약 2천5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두 계약의 ‘최고 보장액’을 합친 2억 5천만 원을 실제로 받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장액과 실제 지급액은 구별해서 봐야 합니다.
법원은 왜 징역 3년을 선고했나
어머니는 재판에서 아들이 피를 토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고, 위급한 상황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험계약서에도 아들이 직접 서명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신고자의 진술, 병원 기록, 의료진의 소견 등을 근거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상태를 알 수 있었고, 당시 아들이 외출하거나 계약서에 서명하기도 어려웠다고 본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구별할 대목은 적용된 혐의입니다. 경찰은 수사 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넘겼지만, 이후 공소청은 유기치사와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의 징역 3년도 그 혐의들에 대한 판단입니다. ‘살인죄로 징역 3년을 받았다’고 읽으면 판결 내용을 잘못 이해하게 됩니다.
재판부는 어머니가 사실상 아들을 구호할 수 있는 보호자였는데도 심각한 상태로 방치했고, 이를 기회로 금전적 이익까지 얻으려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2억 원 보험금 청구는 지급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과 생계를 책임져 온 사정 등도 형을 정할 때 고려했습니다. 공소청과 어머니 모두 항소했으므로, 2026년 11월 2일 현재 징역 3년은 확정된 형이 아닌 1심 선고입니다.
가족 보험인데 대신 서명하면 안 되나
보험에서는 돈을 내는 사람을 ‘계약자’, 보장 대상이 되는 사람을 ‘피보험자’, 보험금을 받는 사람을 ‘수익자’라고 부릅니다. 한 사람이 세 역할을 모두 맡을 수도 있고, 이 사건처럼 서로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약자가 피보험자의 동의까지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상법 제731조는 다른 사람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계약을 맺을 때 그 사람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규정합니다. 요건을 갖춘 전자문서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성인 자녀의 사망을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자녀 본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아들이 직접 서명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보험 가입 직후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계약을 사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보험료를 냈거나 보험금 일부가 지급됐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의 동의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가입 경위, 서명의 진위, 건강 상태를 알린 내용, 사고 경위를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 집 보험에서는 무엇을 확인할까
가족의 보험을 살펴볼 때는 보장 금액만큼이나 ‘누가 동의했고 누가 받는지’가 중요합니다. 가족이 대신 가입을 권했다면 계약서나 전자서명 기록에서 계약자·피보험자·수익자를 확인할 만합니다. 특히 사망보험의 피보험자가 본인이라면 자신의 동의가 어떤 방식으로 기록됐는지 알아두는 편이 좋습니다. 동의한 기억이 없는데 가입 사실을 알게 됐다면 해당 보험사에 계약 내용과 동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남는 장면은 보험 청구가 아니라 지인의 신고로 구급대가 출동했다는 점입니다. 가족이 심하게 피를 토하거나 의식·거동에 문제가 생겼다면, 곁에 있는 사람이 먼저 할 일은 119를 부르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보험 서류의 서명 한 칸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면서도, 위급한 순간에는 사람을 돌보는 행동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을 남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