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공연 안내에서 ‘배우 이성형’이라는 이름을 봤다. 드라마에서 본 얼굴인가 싶어 이름을 찾아봤는데, 예상과는 조금 다른 무대가 나왔다. 서울거리예술축제의 공연 소개에는 이성형이 배우이자 연출자로 적혀 있었다. 작품은 움직이는 침대를 타고 이야기를 펼치는 거리극 ‘항해’였다.
같은 ‘배우’라는 말도 어디에 적혀 있느냐에 따라 떠올리는 모습이 다르다. 나는 처음에 TV 출연작부터 찾으려 했지만, 이성형의 작업을 이해하려면 공연 제목을 먼저 보는 편이 훨씬 쉬웠다.
이름만 검색했을 때 헷갈렸던 이유
‘이성형 배우’라고 입력하면 비슷한 이름의 다른 배우가 함께 눈에 띈다. 성격을 설명하는 ‘이성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도 섞인다. 검색 결과 몇 줄만 보고 출연작을 옮겨 적으면 엉뚱한 사람의 이력이 붙기 쉬운 조합이다.
그래서 이름 옆에 ‘마린보이’와 작품명 ‘항해’를 붙여 다시 찾아봤다.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이성형을 ‘항해’의 연출자와 배우로 표기하고, 조혜진도 함께 배우로 올려두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교육 안내에서는 그를 마린보이 대표이자 서커스·거리예술 아티스트, 아트테크니션으로 소개한다. 두 안내를 나란히 보니 같은 사람의 활동이 좀 더 또렷해졌다.
여기서 아트테크니션이라는 소개가 눈에 남았다. 무대에 서는 일에 더해 공연에 쓰이는 장치를 만들고 다루는 작업까지 이어진다는 뜻으로 읽혔다. 실제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안내에는 ‘항해’와 ‘나홀로 서커스’ 등의 제작·연출 이력이 실려 있다.
‘항해’의 침대는 왜 움직일까
서울거리예술축제가 소개한 ‘항해’는 한 사람이 움직이는 침대를 타고 꿈과 현실 사이를 지나가는 이야기다. 광대는 그 위에서 몸짓으로 세상과 사람에게 말을 건다. 대사보다 움직임과 무대 장치가 먼저 눈에 들어올 법한 설정이다.
소개를 읽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침대였다. 객석에 가만히 놓인 침대라면 익숙한 소품인데,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장면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다. 다만 이건 작품 설명을 읽고 든 내 생각이다. 직접 공연을 본 뒤의 감상은 아니다.
축제 기록에는 공연 시간이 35분으로 적혀 있다. 짧은 시간 안에 관객이 침대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광대가 건네는 이야기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묘기만 기다리기보다 침대가 움직이는 순간 인물의 표정과 몸짓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고 싶다.
혼자 나오는 서커스에도 함께 만드는 사람이 있다
마린보이의 또 다른 작품 ‘나홀로 서커스’는 분위기가 확 달라 보인다. 공연 소개서에 따르면 작은 차를 타고 등장한 광대가 저글링, 미니자전거, 채찍 묘기 등을 선보인다. 공연 시간은 30분 안팎으로 안내돼 있다. ‘항해’의 움직이는 침대가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만든다면, 이쪽은 광대가 무엇을 꺼내 보일지 기대하게 만든다.
흥미로운 부분은 출연진 표기다. ‘나홀로 서커스’ 소개서에는 이성형이 공연자, 조혜진이 기술 스태프로 적혀 있다. 제목에는 ‘나홀로’가 들어가지만 공연을 가능하게 하는 손길까지 한 사람뿐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관객 앞에 서는 사람과 뒤에서 장치를 챙기는 사람을 함께 확인하니 무대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소개서에는 무대 크기와 음향 같은 공연 조건도 적혀 있다. 작은 차가 올라갈 경사로를 협의할 수 있다는 대목은 특히 구체적이었다. 화면으로 볼 때는 잠깐 지나가는 등장이더라도, 현장에서는 차가 안전하게 들어오고 나갈 길부터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공연 소개를 읽다가 이런 준비 과정까지 상상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성형의 작품을 찾을 때 써볼 방법
이번에 이름을 따라가며 알게 된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검색어를 조금 길게 쓰는 것이었다. ‘이성형 배우’만 넣었을 때보다 ‘이성형 마린보이 항해’나 ‘이성형 나홀로 서커스’처럼 이름과 작품을 묶었을 때 원하는 공연 기록을 찾기 쉬웠다.
- 공연을 찾을 때는 이름과 작품명을 함께 입력한다.
- 출연 여부는 축제 프로그램이나 공연 소개서의 출연진 표기를 확인한다.
- 공연을 보러 갈 계획이라면 예전 기록의 날짜를 현재 일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새 공지를 확인한다.
나도 처음에는 익숙한 드라마 한 편을 찾으면 궁금증이 풀릴 줄 알았다. 그런데 남은 건 움직이는 침대와 작은 차, 그리고 그것을 무대로 옮기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다. ‘배우 이성형’이라는 이름을 다시 만나면 이제는 어느 공연에서 어떤 몸짓을 보여줄지부터 궁금해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