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퇴사를 앞둔 지인이 퇴직금계산기 화면을 보여줬다. 월급과 근속기간을 넣었는데 회사가 안내한 금액과 차이가 난다는 얘기였다. 숫자를 다시 보니 월급을 잘못 입력한 게 아니었다. 퇴직일, 상여금, 퇴직연금 유형을 확인하지 않은 채 두 금액을 비교하고 있었다.
퇴직금은 흔히 ‘한 해 일하면 한 달 월급’으로 기억한다. 대략적인 규모를 짐작할 때는 편하지만 실제 계산은 더 촘촘하다. 퇴직 직전 3개월의 임금과 달력상 일수, 전체 재직일수가 함께 들어간다. 계산기가 보여주는 숫자를 이해하려면 먼저 어떤 값을 넣었는지부터 봐야 한다.
1. 퇴직일은 마지막 근무일의 다음 날이다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의 퇴직금계산기는 퇴직일에 근무한 날의 다음 날을 입력하도록 안내한다. 3월 31일까지 일했다면 입력할 퇴직일은 4월 1일이다. 하루 차이가 작아 보여도 재직일수와 퇴직 전 3개월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므로 날짜부터 맞추는 편이 좋다.
입사일도 근로계약서나 인사기록으로 확인해야 한다. 중간에 근무 형태가 바뀌었거나 퇴직금을 중간에 정산한 이력이 있다면 최초 입사일만 넣은 결과와 실제 산정기간이 다를 수 있다. 특히 중간정산이 적법하게 이뤄진 경우, 그 이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은 정산 시점부터 새로 계산한다.
2. 월급 세 배가 아니라 3개월 임금 총액을 본다
퇴직금의 기본 산식은 ‘1일 평균임금 × 30 × 재직일수 ÷ 365’다. 1일 평균임금은 퇴직일 전 3개월의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값이다. 여기서 총일수는 출근한 날만이 아니다. 주말과 공휴일을 포함한 달력상 날짜다. 3개월이 어느 달에 걸쳐 있는지에 따라 분모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4월 1일 입사해 2026년 3월 31일까지 근무했다고 가정해 보자. 퇴직일은 2026년 4월 1일이고 재직일수는 730일이다. 퇴직 전 3개월인 1월부터 3월까지의 세전 임금이 매달 300만 원이라면 총액은 900만 원, 기간은 90일이다. 1일 평균임금은 10만 원이고 산식상 퇴직금은 600만 원이다. 이 예시는 다른 가산액이나 제외기간이 없고, 1일 통상임금이 평균임금보다 높지 않다는 조건을 둔 단순 계산이다.
실제 급여명세서에서는 기본급 외에 수당이 붙는다. 고용노동부 계산기 역시 퇴직 전 3개월의 기본급과 기타수당을 세전 금액으로 입력받는다. 통장에 들어온 실수령액을 넣으면 세금과 보험료가 이미 빠진 만큼 계산이 어긋난다.
3. 상여금과 연차수당은 지급월만 보면 놓친다
정기상여금이 있는 직장이라면 마지막 3개월에 상여금을 받았는지만 볼 일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계산 예시는 퇴직 전 1년간 받은 연간 상여금의 3개월분을 평균임금 산정에 더한다. 연간 상여금이 400만 원이라면 예시상 100만 원이 3개월 임금 총액에 가산되는 식이다.
연차수당도 지급 시점과 발생 시점을 구분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계산기 예시는 퇴직 전전년도에 발생해 퇴직 전년도에 사용하지 않은 연차에 대한 수당 중 3개월분을 반영한다. 퇴직하면서 새로 지급되는 미사용 연차수당까지 같은 방식으로 한꺼번에 입력하면 금액이 커질 수 있다. 연차 발생 내역과 이미 지급된 내역을 급여명세서로 대조하는 이유다.
다만 명칭에 ‘상여금’이나 ‘수당’이 붙었다고 모두 같은 방식으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급 기준과 임금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정 항목의 반영 여부가 애매하다면 급여규정과 지급 내역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4. 휴직과 통상임금이 결과를 바꿀 수 있다
퇴직 직전 3개월에 휴직이나 휴업이 끼어 있으면 낮아진 급여를 그대로 3개월 일수로 나눠도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평균임금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정한 기간은 해당 기간과 그 기간의 임금을 함께 빼고 계산할 수 있다. 어떤 사유로 쉬었는지, 언제부터 언제까지였는지가 중요하다. 계산기에는 관련 기간을 입력하는 칸이 마련돼 있다.
평균임금이 1일 통상임금보다 낮을 때도 결과가 달라진다. 고용노동부는 이 경우 통상임금을 퇴직금 계산의 기준으로 안내한다. 매달 같은 기본급을 받아도 달력상 일수나 특정 수당의 구성에 따라 단순 평균임금이 예상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 계산기 결과가 월급 한 달치보다 작아 보인다면 이 비교를 먼저 확인할 만하다.
5. 회사의 퇴직급여 제도부터 확인한다
위 산식은 퇴직금제도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급여 수준을 가늠할 때 쓰는 기준이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인 DC형은 구조가 다르다. 회사가 가입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계정에 납입하고, 실제 적립금은 운용 결과의 영향을 받는다. DC형 가입자가 퇴직금계산기 금액과 계좌 잔액을 곧바로 비교하면 차이가 날 수 있는 이유다.
계산에 앞서 지급 대상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4주를 평균한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퇴직급여제도 설정 의무를 두지 않는다. 지급 대상과 제도 유형을 확인한 뒤 금액을 봐야 숫자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퇴직금계산기는 이직 후 현금 흐름을 가늠하는 데 유용하다. 다만 화면의 한 숫자를 곧바로 받을 금액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날짜·세전 임금·상여금·연차수당·제도 유형을 하나씩 맞춰 보는 편이 낫다. 저는 이런 계산에서 오차가 보이면 공식부터 다시 풀기보다 입력값이 실제 급여 기록과 같은지 먼저 확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