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홍건희의 2026년 기록을 다시 봤는데, 평균자책점 4.50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단 4경기, 4이닝이라는 숫자였다. 불펜 투수에게 한 시즌 4이닝은 성적을 평가하기에도 짧다. 그런데 10월 23일 KIA가 다음 시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연초의 계약 선택까지 다시 주목받게 됐다. ‘홍건희 은퇴 위기·기아 역제안 거절’이라는 말도 그 과정에서 따라붙었다.
거절한 계약은 두산의 남은 2년이었다
먼저 계약의 순서를 짚어야 한다. 홍건희는 두산과 맺었던 계약에서 2025시즌 뒤 선수 선택권을 행사해 남은 2년 15억 원 조건을 포기했다. 시장에서 새 계약을 찾는 선택이었다. 이후 계약이 늦어지자 은퇴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2026년 1월 21일 친정팀 KIA와 1년 최대 7억 원에 합의했다. 연봉 6억 5000만 원에 인센티브 5000만 원을 더한 조건이다.
여기서 ‘기아 역제안 거절’은 확인된 계약 경과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공개된 구단 발표와 보도로 확인되는 건 두산 계약의 남은 기간을 포기한 일, 그리고 KIA와 새로 계약한 일이다. KIA가 어떤 조건을 역제안했고 홍건희가 이를 거절했다는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2년 15억 원 대신 1년 최대 7억 원 계약을 맺었으니 금액 차이는 선명하다. 다만 당시의 선택을 지금의 결과만으로 설명하면, 선수가 감수한 위험과 시장의 평가가 어떻게 엇갈렸는지는 놓치기 쉽다.
두산에서 쌓은 기록이 선택의 배경이었다
홍건희에게 시장에서 다시 평가받고 싶은 근거가 없었던 건 아니다. KBO 기록실을 보면 두산에서 2022년 18세이브, 2023년 22세이브를 올렸다. 2024년에는 65경기 59⅓이닝을 던지며 9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했다. 마무리와 셋업을 모두 경험한 투수였다. 2020년 KIA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뒤 불펜의 중요한 순간을 맡아 온 시간도 길었다.
흐름이 꺾인 건 2025년이다. 그해 성적은 20경기 16이닝, 평균자책점 6.19였다. 2024년과 비교하면 등판은 45경기, 투구 이닝은 43⅓이닝 줄었다. 한 시즌 전에는 꾸준히 마운드에 올랐던 투수가 다음 해에는 실전 기회를 크게 잃은 셈이다. 영입을 검토하는 팀이라면 과거의 세이브 기록과 함께 지금 얼마나 자주, 건강하게 던질 수 있는지를 볼 수밖에 없다. 계약 기간이 짧아진 배경도 그 기록의 변화 속에서 읽힌다.
친정 복귀 뒤에는 투구보다 기다림이 길었다
KIA 복귀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홍건희는 4월 12일부터 16일까지 3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 1홀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어깨 문제로 이탈했고, 긴 재활 뒤 9월에 돌아와 한 경기만 더 던졌다. KBO 기록실에 남은 최종 성적은 4경기 4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4.50이다. 안타 5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고 삼진 2개를 잡았다.
이 숫자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 평균자책점 4.50만 보면 평범한 부진처럼 보일 수 있지만, 표본이 4이닝이라 한 번의 실점이 수치를 크게 흔든다. 오히려 더 무거운 기록은 등판 횟수다. KIA가 기대했던 건 마무리와 셋업 경험을 갖춘 베테랑의 꾸준한 가동이었는데, 1군 마운드에서 그 역할을 보여줄 시간이 거의 없었다. 2025년 16이닝에 이어 2026년에도 4이닝에 그쳤다는 점이 선수에게도 구단에도 뼈아프다.
재계약 불발이 곧 은퇴 확정은 아니다
KIA는 10월 23일 홍건희를 포함한 선수 6명과 2027시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친정 복귀가 한 시즌 만에 끝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재계약 불발과 은퇴 결정은 다른 이야기다. 현재 확인된 것은 KIA와의 결별까지이며, 홍건희가 은퇴를 선언했다는 발표는 없다.
통산 492경기, 58세이브, 56홀드는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기록이 아니다. 동시에 최근 두 시즌의 투구 이닝이 16이닝과 4이닝이었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팀에서 기회를 얻는다면 이름값보다 건강한 몸으로 연속해서 던질 수 있느냐가 먼저 확인될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계약 선택 하나의 성공과 실패로만 보고 싶지 않다. 한때 뒷문을 맡던 투수가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을지, 다음 기록이 찍히는 순간을 기다리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