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 상품을 기획할 때 혜택표보다 먼저 본 숫자는 전월 실적과 월 한도였다. 기업은행 bc카드도 마찬가지다. 이름에 BC가 붙었다고 혜택이 같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국내전용 BC로 발급하는 기업은행 I-ALL 신용카드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연회비는 1만 4천 원이다.
1. 0.5% 할인이 모든 결제에 붙지는 않는다
BC카드의 I-ALL 상품 안내를 보면 ALL 영역은 전월 실적과 할인 한도 없이 0.5% 할인이다. 그런데 LIVING과 MEMBERSHIP 대상 가맹점은 ALL 할인에서 빠진다. 이 두 영역은 별도 조건을 채워야 할인받는다. ‘어디서나 0.5%’로 예상 수익을 잡으면 틀어지는 이유다.
LIVING에는 지정 온라인 쇼핑몰, 배달앱, 대형마트, 커피, 편의점, 교통, 주유·충전, 통신요금 등이 들어간다. MEMBERSHIP은 지정 OTT와 온라인 멤버십의 정기결제다. 이름이 비슷한 가게라도 결제 방식이 다르면 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결제만 대상이고, 편의점 온라인 결제도 제외된다. 배달앱은 공식 앱이나 홈페이지 결제여야 한다.
전월 실적이 50만 원에 못 미치면 LIVING과 MEMBERSHIP 할인은 없다. 이때 해당 영역 결제에 ALL 0.5%가 대신 붙는 것으로 계산해서도 안 된다. 생활비가 이 영역에 몰린 사람에게는 꽤 큰 차이다.
2. 전월 50만 원과 통합한도를 함께 본다
LIVING은 전월 50만 원 이상이면 1%, MEMBERSHIP은 5% 할인이다. 최근 3개월 동안 매달 50만 원 이상 썼다면 각각 1.5%, 7%로 올라간다. 다만 우대율은 전월 실적을 한 번 채웠다고 곧바로 계속 적용되는 혜택이 아니다. 연속 이용 조건이 끊기면 일반 할인율로 돌아간다.
두 영역은 할인 한도를 공유한다. 전월 실적 50만 원 이상이면 합산 월 2만 원, 70만 원 이상이면 3만 원, 100만 원 이상이면 4만 원이다. ALL 0.5% 할인에는 이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월 실적이 50만 원인 상태에서 이번 달 LIVING 할인 계산액이 1만 9천 원이고 MEMBERSHIP 할인 계산액이 2천 원이라면, 둘을 합쳐 2만 1천 원 전부를 받는 게 아니다. 실제 할인은 월 2만 원에서 멈춘다. 남은 한도는 다음 달로 넘어가지 않는다.
실적도 청구금액 그대로 세면 안 된다. BC카드 안내상 세금·공과금, 4대보험, 아파트관리비, 상품권 구매·충전, 후불교통 등은 전월 이용금액과 연속 이용 실적에서 제외된다. 카드 명세서에 55만 원이 찍혀도 그중 관리비 10만 원이 포함돼 있다면 혜택을 판단할 실적은 45만 원이다. 할인 대상과 실적 인정 대상은 따로 확인해야 한다.
3. 소비 패턴 2개를 대입하면 차이가 선명하다
월 40만 원 쓰는 경우
매달 LIVING 가맹점에서 20만 원, MEMBERSHIP에서 2만 원, 그 밖의 일반 가맹점에서 18만 원을 쓴다고 하자. 전월 실적이 계속 40만 원이면 LIVING과 MEMBERSHIP 할인은 0원이다. 일반 가맹점 18만 원에 붙는 ALL 할인만 월 900원이다. 1년 내내 같은 패턴이라면 할인액은 1만 800원. 연회비 1만 4천 원을 빼면 3천 200원 손해다. 첫 발급 직후 제공되는 실적 유예 혜택은 반복되는 연간 소비 패턴을 비교하기 위해 이 계산에서 제외했다.
월 60만 원 쓰는 경우
이번에는 LIVING 25만 원, MEMBERSHIP 2만 원, 일반 가맹점 33만 원으로 잡아보자. 전월 실적 50만 원 이상을 채웠고 일반 할인율이 적용된다면 LIVING 2천 500원, MEMBERSHIP 1천 원, ALL 1천 650원이다. 합계는 월 5천 150원이다. 이 패턴이 12개월 유지되면 연간 할인액은 6만 1천 800원, 연회비를 뺀 금액은 4만 7천 800원이다. 3개월 연속 실적을 채워 우대율이 적용되는 달에는 같은 소비로 월 6천 800원까지 올라가지만, 처음부터 1년 내내 우대율을 받는다고 잡지는 않는 편이 정확하다.
두 사례의 차이는 월 소비액 20만 원만이 아니다. 50만 원 문턱을 넘으면서 생활비와 구독료에 별도 할인율이 붙는 것이 더 크다. 반대로 실적을 맞추려고 불필요한 물건을 산다면 그 지출은 할인액보다 먼저 비용으로 계산해야 한다.
4. 연회비 손익분기점은 내 결제처로 계산한다
ALL 할인만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회비 1만 4천 원을 회수하는 데 할인 대상 결제액이 연 280만 원 필요하다. 1만 4천 원을 0.5%로 나눈 값이다. 월평균 약 23만 3천 원이다. 단, 이 금액은 LIVING·MEMBERSHIP 대상이나 할인 제외 결제를 빼고 계산한 금액이어야 한다. 해당 영역을 주로 쓰면서 전월 50만 원을 못 채우는 사람에게 이 손익분기점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비교 대상이 연회비 없는 체크카드라면 기준은 더 높아진다. 예컨대 일반 결제에서 0.2% 할인을 받는 체크카드와 I-ALL의 0.5%를 비교하면 차이는 0.3%포인트다. 연회비 차이 1만 4천 원을 그 차이로 회수하려면 연간 약 467만 원, 월평균 약 39만 원의 일반 할인 대상 결제가 필요하다. 체크카드의 특별 할인 영역에 해당하는 소비라면 이 비교도 다시 해야 한다.
기업은행 bc카드가 잘 맞는 사람은 ‘실적을 채우기 위해’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원래 쓰던 인정 실적이 매달 50만 원을 안정적으로 넘는 사람이다. 나는 카드 혜택표를 볼 때 할인율보다 먼저 지난 석 달의 실적 제외 금액을 뺀다. 그 숫자가 50만 원 아래를 오간다면, 화려한 생활 할인보다 연회비 없는 카드의 단순한 할인이 마음 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