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작은방 벽 한 면을 다시 칠했는데, 롤러를 쥔 시간보다 가구를 옮기고 가장자리에 테이프를 붙인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처음 수성페인트를 칠할 때는 색만 고르면 금방 끝날 것 같죠. 제가 11년 동안 해보니 결과를 좌우하는 건 페인트를 바르기 전 벽 상태와 준비 작업이었습니다.
먼저 벽이 칠할 만한 상태인지 봅니다
손바닥으로 벽을 쓸었을 때 가루가 묻어나거나 기존 페인트가 일어난다면 바로 덧칠하지 않습니다. 들뜬 부분을 걷어내고 먼지를 닦은 뒤, 필요한 곳에 퍼티나 실러를 써야 합니다. 그대로 칠하면 새 페인트까지 함께 떨어질 수 있습니다. 얼룩이나 손때는 중성세제를 묻힌 천으로 닦고, 물기를 완전히 말립니다.
벽지 위에 칠할 생각이라면 이음매와 모서리부터 확인하세요. 단단히 붙은 종이 벽지는 제품 설명에 벽지 도장이 가능하다고 적힌 페인트로 칠할 수 있지만, 들뜬 벽지나 물에 젖어 울어 있는 벽지는 먼저 손봐야 합니다. 비닐 느낌이 강한 벽지나 발포 벽지는 페인트가 잘 붙지 않거나 마른 뒤 끈적일 수 있어 작은 곳에 시험 도장을 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곰팡이가 반복해서 생기거나 벽을 만졌을 때 축축하다면 칠을 멈춥니다. 누수와 결로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페인트로 가린 얼룩이 다시 올라옵니다. 특히 젖은 벽, 넓게 번진 곰팡이, 계속 부푸는 벽지는 관리인이나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먼저 상태를 확인받는 게 낫습니다.
준비물과 비용은 벽 면적으로 계산합니다
가로 4m, 높이 2m인 벽 한 면이면 면적은 8㎡입니다. 두 번 칠할 계획이라면 도장 면적은 16㎡로 계산하죠. 노루페인트의 한 실내용 수성페인트 기술자료에는 1L로 한 번 칠할 수 있는 이론 면적이 약 11.8㎡라고 적혀 있습니다. 실제로는 롤러에 남는 양, 벽의 흡수 정도, 바닥에 흘리는 양이 있어 이 숫자만 믿고 딱 맞춰 사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제품마다 도포량이 다르니 구매할 제품의 표시를 기준으로 잡으세요.
이 정도 벽이라면 페인트 2L 안팎을 먼저 예상하되, 판매 단위와 벽 상태를 보고 양을 고릅니다. 같은 색을 여러 통 사면 제조 시기에 따라 색 차이가 날 수 있으니 한 통에 충분한 양을 담거나, 칠하기 전에 통의 내용물을 함께 섞는 편이 좋습니다. 방문과 몰딩까지 칠할 계획이라면 벽용 페인트로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지 말고 각 표면에 맞는 제품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 기본 도구: 실내용 수성페인트, 벽면용 롤러와 트레이, 모서리용 붓, 마스킹 테이프, 바닥 보양 비닐, 장갑, 걸레
- 벽 상태에 따라 추가: 퍼티와 헤라, 사포, 실러 또는 젯소
- 비용 예시: 4L 페인트 약 2만~4만원, 롤러·붓·트레이·보양재 약 2만~3만원. 작은 벽 한 면을 처음 칠한다면 대략 4만~7만원부터 생각하고, 퍼티나 하도재가 필요하면 그만큼 더 잡습니다. 판매처와 제품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롤러와 트레이는 작업 뒤 씻어 보관하면 다음에도 쓸 수 있습니다. 사다리나 긴 연장대는 한 번 쓰려고 새로 사기보다 빌릴 수 있는지 먼저 알아보세요. 높은 천장에 닿으려고 의자 위에 올라서는 건 위험합니다. 발이 안정적으로 닿지 않는 높이라면 장비를 갖추거나 시공을 맡기는 편이 낫습니다.
칠하는 시간보다 말리는 시간을 넉넉히 둡니다
가구를 벽에서 떼고 바닥과 콘센트 주변을 가립니다. 콘센트 덮개를 분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기 설비를 만지지 말고 테이프로 가장자리를 보호하세요. 창문을 열어 공기가 드나들게 하고, 작업 중에는 아이와 반려동물이 들어오지 않게 합니다. 수성페인트도 냄새가 약할 뿐 환기가 필요합니다.
붓으로 천장선과 모서리를 먼저 칠하고, 롤러로 넓은 면을 이어 갑니다. 롤러에 페인트를 듬뿍 묻히면 빨라 보이지만 흘러내린 자국을 고치는 데 시간이 더 듭니다. 트레이에서 양을 덜어낸 뒤 한 구역씩 겹치며 바르세요. 젖은 부분과 마른 부분을 오가며 계속 문지르면 얼룩이 생기기 쉽습니다.
한 번 칠한 벽은 얼룩덜룩해 보여도 바로 두껍게 덧바르지 않습니다. 제품별 재도장 간격을 기다린 다음 두 번째로 칠하세요. 앞서 말한 노루페인트 제품은 20℃에서 최소 3시간 뒤 재도장을 안내하지만, 추운 날이나 습한 날에는 더 오래 걸립니다. 손끝에 묻지 않는다고 내부까지 충분히 마른 것은 아닙니다.
8㎡ 벽 한 면을 처음 작업한다면 가구 이동과 보양에 1~2시간, 벽 손질에 1~2시간, 두 차례 도장에 각각 30분~1시간 정도를 잡습니다. 여기에 두 번 칠하는 사이의 건조 시간이 더해집니다. 벽이 깨끗하면 하루 안에 칠할 수 있어도, 퍼티가 필요하거나 습도가 높다면 다음 날까지 비워 두는 일정이 편합니다.
막히기 쉬운 곳은 억지로 덧칠하지 않습니다
테이프는 페인트가 완전히 굳어 가장자리가 함께 뜯기기 전에 조심해서 떼어냅니다. 이미 말라 붙었다면 칼끝으로 경계만 살짝 그어 떼되, 벽지까지 베지 않도록 힘을 빼세요. 작은 점처럼 빠진 곳은 마른 뒤 붓으로 고칠 수 있지만, 넓은 얼룩은 그 부분만 여러 번 문지르기보다 벽 한 면을 같은 방향으로 다시 칠하는 편이 흔적이 덜합니다.
제가 처음 칠한 벽도 가까이서 보면 롤러 자국이 조금 남아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비싼 도구를 찾기 전에 벽을 제대로 말리고, 가장자리를 가리고, 재도장 시간을 지키는 데 더 신경 씁니다. 수성페인트 작업은 손재주보다 기다릴 시간을 확보했을 때 훨씬 편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