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실에서 10개월 아기 부모님을 만나면 식단표보다 먼저 휴대전화 사진을 보여주실 때가 많아요. “이만큼 먹고 끝났는데 너무 적은가요?” 하고요. 저도 두 아이를 키우며 밥 한 숟갈에 마음이 오르내렸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는 한 끼를 몇 그램 먹었는지보다 세 끼를 편안하게 경험하고, 조금씩 다양한 식감에 익숙해지는 흐름을 보는 편이 낫습니다.
세 끼는 맞추되 먹는 양은 하루 전체로 봐요
10개월 아기 이유식은 아침·점심·저녁 세 끼를 기본으로 잡을 수 있어요. 영국 보건서비스 안내도 10~12개월 무렵에는 평소 수유와 함께 하루 세 끼를 먹는 흐름을 제시합니다. 그렇다고 시계처럼 정확히 세 번, 매번 같은 양을 먹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낮잠이 길어진 날은 점심이 늦어질 수 있고, 아픈 뒤 며칠은 평소보다 적게 먹기도 합니다.
아침에는 익숙한 재료로 간단히 차리고, 점심이나 저녁에 새로운 맛을 하나 더해도 충분해요. 예를 들면 아침에 달걀을 넣은 부드러운 밥, 점심에 소고기와 애호박을 넣은 진밥, 저녁에 두부와 당근을 곁들인 밥처럼요. 이미 먹어본 재료를 돌려 쓰면 장보기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매 끼니마다 단백질 세 종류와 채소 여러 가지를 채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한 끼를 거의 안 먹었다면 다음 끼니까지의 컨디션과 수유를 함께 보세요. 어제는 잘 먹던 아기가 오늘은 숟가락을 밀어낼 수 있습니다. 며칠 단위로 먹는 양, 기저귀 상태, 활력을 함께 보는 게 한 그릇의 남은 양보다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먹는 양이 계속 줄고 소변도 눈에 띄게 적거나, 처지거나, 체중 증가가 걱정된다면 소아청소년과에서 확인받는 게 좋습니다.
진밥에서 부드러운 덩어리로 천천히 옮겨요
“이가 두 개뿐인데 씹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도 자주 받아요. 이 시기에는 치아 개수만 보고 식감을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잇몸과 혀로 으깨고 입안에서 음식을 움직이는 연습을 하거든요. 아주 고운 죽만 먹던 아기라면 되직한 진밥에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쉽게 으깨지는 채소를 조금 섞는 식으로 시작할 수 있어요.
같은 10개월이어도 속도는 다릅니다. 덩어리를 잘 받아들이면 잘 익힌 채소나 부드러운 과일을 손으로 쥘 수 있게 내어줄 수 있어요. 낯설어 헛구역질을 한다면 크기와 질감을 다시 조절하고 익숙한 음식 옆에 소량만 놓아주세요. 억지로 입에 넣거나 숟가락으로 밀어 넣을 이유는 없습니다. 손으로 집었다 내려놓고, 으깨고, 입에 가져가는 과정도 먹는 연습이에요.
손으로 먹는 시간을 준다고 해서 별도 이유식 도구를 잔뜩 살 필요도 없어요. 잘 고정되는 식탁 의자, 씻기 쉬운 그릇, 아기가 잡아볼 숟가락 하나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희 집 둘째도 비싼 흡착 식판보다 평범한 작은 그릇을 더 오래 썼어요. 아기가 집어 먹는 동안 어른이 숟가락으로 진밥을 함께 먹여도 괜찮습니다.
메뉴는 익숙한 재료로 만들고 철분도 챙겨요
쌀이나 다른 곡류에 채소만 넣으면 만들기는 편하지만, 메뉴가 늘 비슷해지기 쉬워요. 고기, 생선, 달걀, 두부, 콩류처럼 철분과 단백질을 보탤 재료를 번갈아 활용해 보세요. 소고기를 매일 먹여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식사가 힘들어집니다. 생선은 가시를 꼼꼼히 빼고 완전히 익혀 내고, 고기는 질긴 덩어리 대신 부드럽게 다지거나 찢어 섞어주세요.
가족 밥상에서 아기 몫을 덜어 쓰면 준비 시간이 줄어요. 국을 끓일 때 간하기 전에 익힌 채소와 고기를 건져 아기에게 맞게 잘게 자르는 식입니다. 아기 음식에 소금이나 설탕을 더할 필요는 없어요. 달지 않은 플레인 요구르트처럼 먹을 수 있는 유제품도 있지만, 돌 전에는 우유를 모유나 분유 대신 주된 음료로 바꾸지 않습니다. 모유나 분유는 이유식과 함께 계속 먹는 시기예요.
새 재료를 먹일 때는 처음부터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넣기보다 한 가지씩 반응을 살피는 편이 편합니다. 달걀이나 땅콩 같은 알레르기 유발 식품도 무조건 돌 이후로 미루는 식의 규칙은 아닙니다. 다만 심한 습진이나 이미 확인된 음식 알레르기가 있다면 도입 방법을 진료 중 상의하세요. 땅콩을 준다면 통째로 주거나 땅콩버터를 한 숟갈 떠서 주지 말고, 매끈한 땅콩버터를 다른 음식에 묽게 섞는 식으로 질식을 예방해야 합니다.
간식보다 먼저 식탁에서의 안전을 살펴요
이유식을 세 끼 먹기 시작하면 간식도 꼭 챙겨야 할 것 같지요. 하지만 10개월에는 간식이 필수 일정은 아닙니다. 끼니 사이 배가 고파 보이면 평소 수유와 식사 간격을 먼저 살펴보세요. 과자나 주스를 준비해 두어야 외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물은 식사 중 컵으로 조금씩 마시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의 모양은 꼭 확인해주세요. 통포도와 방울토마토, 견과류, 생당근, 사과의 단단한 조각, 떡처럼 질기고 끈적한 음식은 그대로 내기 어렵습니다. 과일과 채소는 충분히 부드럽게 익히거나 아기에게 맞는 모양으로 자르고, 작은 둥근 음식은 통째로 주지 않아요. 꿀은 돌 전까지 피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아기가 앉은 자세로 먹게 하고, 먹는 내내 어른이 지켜보라고 안내합니다. 유모차에서 이동하며 먹이거나 손에 음식을 쥐여둔 채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상담할 때 제가 가장 자주 덜어드리는 짐은 ‘새 메뉴를 매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에요. 잘 먹던 재료를 다시 내도 되고, 어떤 날은 손으로 만지기만 하고 끝나도 됩니다. 10개월 아기 이유식은 그날 빈 그릇을 만드는 일보다 아기가 가족과 앉아 여러 음식을 안전하게 만나가는 시간에 더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