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업 첫날 책을 한가득 들고 오는 분들이 있다. 기본서, 요약집, 예상문제집을 모두 샀는데 정작 한 달 뒤에는 어느 책도 절반을 못 넘겼다고 한다. 주택관리사보 시험은 책을 많이 사는 쪽보다 끝까지 반복할 책을 고르는 쪽이 유리하다. 처음 준비한다면 1차 기본서 세 과목을 기준으로 시작하고, 기출문제집은 공부가 진행되는 순서에 맞춰 더하는 편을 권한다.
책을 사기 전에 1차와 2차를 나눠라
1차는 민법, 회계원리, 공동주택시설개론 세 과목이다. 각 과목 100점 만점에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민법 80점, 시설개론 70점을 받아도 회계원리가 35점이면 통과할 수 없다. 그래서 교재 선택도 좋아하는 과목을 더 깊이 파는 방식으로 가면 안 된다. 세 과목 모두 40점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만드는 책이 먼저다.
2차는 주택관리관계법규와 공동주택관리실무 두 과목이다. 1차와 달리 선발예정인원에 따른 합격자 결정 방식까지 고려해야 한다. 2026년 제29회 선발예정인원은 1,600명이었다. 2차는 객관식에 주관식 문항도 섞이므로, 눈으로 답을 알아보는 공부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만 1차를 처음 준비하는 사람이 2차 교재까지 한꺼번에 펼치면 대개 진도만 분산된다. 2027년 응시를 목표로 지금 시작한다면 우선 1차 과목별 학습량부터 가늠하는 게 낫다.
처음 사는 1차 교재는 과목별 기본서 세 권이면 된다
민법은 조문과 판례를 문제에 연결해 설명하는 책을 고른다. 서점에서 대리, 무효와 취소 부분을 펼쳐 보자. 설명을 읽은 뒤 바로 관련 기출문제를 풀 수 있는 구성이라면 초보자가 쓰기 편하다. 판례 문장만 빽빽하게 모아 놓은 책은 처음 한 달에 속도가 잘 나지 않는다. 민법은 문장을 통째로 외우기보다 누가 어떤 권리를 주장하는지 구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회계원리는 계산 과정을 생략하지 않는 책이 좋다. 답이 맞았는지만 확인하는 해설로는 다음 문제에서 또 막힌다. 분개부터 재무제표로 이어지는 과정, 숫자가 달라졌을 때 다시 풀 수 있는 풀이가 있는지 확인하자. 회계를 처음 접한다면 얇은 압축서 한 권으로 시작하는 선택은 권하지 않는다. 초반에는 기본 개념을 붙잡는 시간이 필요하고, 여기서 막히면 다른 두 과목 점수로도 과락을 메우지 못한다.
공동주택시설개론은 구조와 설비를 그림이나 도식으로 보여주는 책이 편하다. 설비 이름을 글로만 외우면 비슷한 개념이 쉽게 섞인다. 책을 직접 볼 때는 그림이 많은지만 보지 말고, 그림 옆에 어떤 원리와 문제 유형이 연결되는지 확인하자. 현장 경험이 없는 수험생에게 특히 차이가 크다.
현재 확인되는 2027년판 1차 기본서에는 에듀윌과 박문각의 과목별 책이 있다. 어느 출판사가 무조건 낫다고 말하기보다, 같은 과목의 같은 단원을 두 권에서 비교해 보는 게 정확하다. 강의를 들을 예정이라면 강사가 실제로 쓰는 교재와 판본을 맞추는 편이 좋다. 수업 중 페이지를 찾느라 시간을 쓰는 건 아깝다.
기출문제집은 기본서와 역할을 나눠라
기본서는 모르는 내용을 찾는 책이고, 기출문제집은 시험이 무엇을 반복해서 묻는지 확인하는 책이다. 기본서 세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읽은 뒤 기출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한 단원을 공부했으면 해당 단원 기출을 바로 풀어라. 틀린 문제는 해설에 밑줄만 긋지 말고, 기본서의 어느 개념을 놓쳤는지 한 줄로 표시하면 된다.
처음에는 과목별 기출을 모은 한 권이나 한 세트면 충분하다. 여러 출판사의 기출집을 동시에 사도 실리는 과거 시험 문제는 겹친다. 차이는 해설의 친절함, 단원 배열, 개정 사항 반영 여부에서 난다. 최근 회차를 빠뜨리지 않았는지, 오래된 법령에 맞춘 해설을 고쳤는지, 정오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지도 구매 전에 봐야 한다. 큐넷에서 공개한 실제 문제와 정답을 한 회차 직접 풀어 보면 교재 해설이 자신에게 맞는지도 금방 드러난다.
공부 시간을 주 12시간 낼 수 있다면 처음 8주에는 회계원리 5시간, 민법 4시간, 시설개론 3시간 정도로 시작해 보겠다. 회계가 낯선 수험생을 위한 예시일 뿐, 고정 비율은 아니다. 2주마다 과목별 기출 정답률을 확인하고 40점에 못 미치는 과목에 시간을 옮겨야 한다. 새 요약집을 사기 전에 지금 가진 책에서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 점수가 오르는지 확인하는 게 순서다.
2차 교재는 법령 기준일과 답안 연습 공간을 보라
2차를 준비할 때는 1차와 구매 기준이 달라진다. 주택관리관계법규는 법령이 바뀔 수 있으므로 해당 시험 연도에 맞는 개정판인지, 개정 내용 안내가 제공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몇 년 지난 중고 기본서를 값이 싸다는 이유로 고르면 나중에 고쳐 읽을 부분이 늘어난다. 공동주택관리실무 역시 최신 제도와 기출 반영 여부를 살피는 편이 안전하다.
주관식 대비용 책은 답을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직접 적을 공간이 있는지 보자. 처음부터 긴 문장을 외우기보다 기출의 빈출 용어를 정확히 쓰는 연습이 먼저다. 객관식에서 맞힌 주제도 막상 답안을 쓰면 용어가 흐릿한 경우가 많다. 1차를 통과한 뒤 2차 공부 시간이 촉박해질 수 있으니, 그때는 기본서 전 범위를 다시 읽기보다 최신 기출과 틀린 단원을 중심으로 범위를 줄이는 편이 현실적이다.
교재를 고를 때 내가 묻는 건 ‘이 책을 몇 번 볼 수 있나’다. 두꺼운 책이 든든해 보여도 반복할 시간이 없다면 점수로 이어지기 어렵다. 1차 기본서 세 권과 해설이 맞는 기출문제집으로 시작하고, 부족한 과목이 확인될 때만 책을 더 사는 쪽이 수험 기간을 덜 흔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