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 여행지를 찾다 보면 도자기 마을과 쌀밥집은 금방 눈에 띄는데, 사찰은 어디로 가야 할지 조금 막막합니다. 그런데 지도를 펼쳐 보면 풍경이 제법 다릅니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영월암, 산수유마을과 이어지는 영원사, 옛 산성 곁에 있는 신흥사까지요. 걷고 싶은 거리와 함께 보고 싶은 풍경을 먼저 고르면 하루 일정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가볍게 둘러볼지, 산길까지 걸을지 먼저 고르기
이천 가볼만한곳 사찰을 찾는다면 세 곳을 같은 방식으로 묶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영월암은 설봉공원과 연결해 시내 중심 여행에 넣기 좋고, 영원사는 백사면 산수유마을 쪽 일정과 어울립니다. 신흥사는 장호원읍 선읍리 일대의 설성산성과 함께 보는 길입니다. 사찰 한 곳만 들른다면 가까운 다른 관광지까지 살펴보고 출발점을 정하는 게 편합니다.
걷는 양도 생각해야 합니다. 설봉공원을 산책하는 것과 설봉산 기슭의 영월암까지 오르는 것은 다르고, 산수유마을에서 영원사를 포함한 둘레길을 걷는다면 짧은 마을 산책보다 시간이 더 듭니다. 이천시가 안내하는 산수유 둘레길은 8km, 예상 소요 시간은 2시간 10분입니다. 사찰에 잠깐 들를 생각인지, 걷는 일 자체가 여행의 목적에 가까운지에 따라 코스를 골라야겠더라고요.
영월암은 설봉공원과 함께 보기
처음 이천 사찰을 방문한다면 영월암이 가장 떠올리기 쉬운 곳입니다. 설봉산 기슭에 자리해 이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고, 아래쪽에는 설봉호가 있는 설봉공원이 있습니다. 공원에서 호숫가를 걷다가 영월암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풍경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다만 공원 산책만 생각하고 얇은 밑창 신발을 신기보다는 경사진 길을 걸을 수 있는 편한 신발이 낫습니다.
영월암에서는 건물만 보고 돌아서기 아쉽습니다. 바위 면에 새긴 ‘이천 영월암 마애여래입상’이 국가유산청의 보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이천시 문화관광 안내에는 절의 옛 이름이 북악사였으며, 1774년 영월대사 낭규가 중창한 뒤 영월암이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절 이름의 유래를 알고 보면 작은 경내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설봉공원으로 내려와 호수 주변을 더 걸어도 좋습니다. 이천시 안내에 따르면 설봉공원은 설봉산을 뒤에, 설봉호를 앞에 둔 시민 휴식 공간입니다. 주말이나 행사 기간에는 공원 방문객이 늘 수 있으니 주차와 이동 시간에는 여유를 두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산길 상태도 날씨에 따라 달라지므로 비가 온 뒤에는 특히 발밑을 살펴야 합니다.
영원사는 산수유마을 걷는 날에
봄철 백사면으로 향한다면 영원사를 일정에 넣어볼 만합니다. 이천시의 산수유 둘레길은 산수유마을 입구에서 육괴정, 낙수재, 잣나무숲길, 영원사를 거쳐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노란 산수유꽃이 피는 때에는 마을 구경에 눈길이 쏠리기 쉬운데, 조금 더 걸으면 원적산 자락의 사찰 풍경까지 만날 수 있는 셈입니다.
영원사에는 석조약사여래좌상도 있습니다. 불상이나 건축물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마을과 숲길, 절이 차례로 이어진다는 점이 이 코스의 매력입니다. 반면 8km를 걷는 일정이 부담스럽다면 둘레길 전체를 채우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산수유마을을 둘러본 뒤 영원사 방문을 따로 계획하고, 이동 경로와 현장 접근 상황을 확인하면 됩니다.
계절도 분위기를 바꿉니다. 산수유꽃이 피는 봄에는 마을 풍경이 화사하고, 가을에는 붉은 열매가 눈에 들어옵니다. 꽃철에는 사람과 차량이 몰릴 수 있어 조용한 사찰 시간을 원한다면 이른 시간에 움직이는 편이 좋겠습니다. 꽃 개화 시기나 행사 일정은 해마다 달라지니 출발 전 이천시 문화관광 안내를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신흥사는 설성산성과 묶어 걷기
유적을 함께 보고 싶다면 신흥사 쪽으로 눈을 돌려보세요. 이천시가 소개하는 청미 역사문화길 1구간은 신흥사와 설성산성 일대에서 시작해 선읍리 입상석불 등을 지나갑니다. 안내된 거리는 4.3km, 예상 소요 시간은 1시간 20분입니다. 절 한 곳을 둘러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의 옛 흔적을 따라 걷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설성산성은 설성산 능선과 골짜기를 감싼 옛 성으로, 이천시 설명에 따르면 북쪽 성벽 가까이에 신흥사가 있습니다. 이름에 얽힌 눈 이야기 같은 전승도 전해지지만, 성을 쌓은 정확한 시기와 목적이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역사 이야기는 전승과 확인된 내용을 구분해 읽으면 훨씬 흥미롭습니다. 길을 걸을 때는 사찰과 산성 주변의 지형을 함께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루 일정은 한 지역씩 느긋하게
영월암, 영원사, 신흥사를 하루에 모두 넣을 수도 있겠지만 이동이 많아 사찰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집니다. 시내에서 출발한다면 설봉공원과 영월암을 한 묶음으로, 백사면을 찾는 날에는 산수유마을과 영원사를 한 묶음으로 잡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신흥사는 설성산성과 역사문화길을 걷는 날에 여유 있게 들르면 좋고요.
사찰은 관광지이면서 누군가에게는 기도하는 공간입니다. 경내에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법당 내부 촬영이나 출입은 현장 안내를 따르는 게 좋습니다. 방문 가능 시간과 주차 위치도 현장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출발 전에 확인해 두면 덜 서두르게 됩니다. 이천에서는 유명한 풍경 한 장보다 절까지 걸어가는 길과 잠시 멈춰 선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