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할 때 가장 난감한 순간은 집 계약을 마친 뒤에야 대출 한도가 예상보다 적다는 말을 듣는 때입니다. 전세보증금의 80%를 빌릴 수 있다는 안내만 믿고 계약금을 보낸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숫자는 실제 승인액이 아닙니다. 전세대출조건은 사람, 집, 보증기관, 은행 심사를 함께 통과해야 비로소 금액이 나옵니다.
1. 소득과 무주택 요건은 상품마다 다릅니다
먼저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 대출 대상인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일반 버팀목은 부부합산 연소득 5천만 원 이하, 순자산 3억 4,500만 원 이하, 세대원 전원 무주택 등의 요건이 있습니다. 청년전용 버팀목은 만 19~34세를 대상으로 하며, 기본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신혼가구나 자녀가 있는 가구에는 별도 소득 기준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은행 전세대출에 쓰이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자금보증은 기금대출과 조건이 다릅니다. 보증금 기준은 수도권 7억 원, 그 밖의 지역 5억 원 이하이고, 본인과 배우자의 주택 보유 수는 합쳐서 1주택 이내여야 합니다. 보증금의 5% 이상을 지급한 세대주라는 요건도 있습니다. 기금대출 소득 기준을 넘었다고 해서 모든 전세대출이 막히는 것은 아닌 셈입니다. 다만 보증 요건에 맞더라도 은행의 신용·상환능력 심사는 따로 남습니다.
2. 보증금의 80%와 실제 대출액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서 보증금 2억 4천만 원짜리 집을 구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일반 버팀목의 신규계약 비율인 보증금의 70%를 계산하면 1억 6,800만 원입니다. 하지만 일반가구의 수도권 상품 한도는 1억 2천만 원이므로, 다른 심사에 문제가 없어도 이 상품으로는 나머지 1억 2천만 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비수도권의 일반가구 한도는 8천만 원입니다.
청년전용 버팀목은 보증금의 80% 이내, 최대 1억 5천만 원입니다. 같은 집이라도 청년 자격을 갖췄다면 일반 버팀목과 필요한 자기자금이 달라집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을 이용할 때도 보증금의 80%는 여러 한도 중 하나일 뿐입니다. 기존 전세대출 잔액, 소득과 부채, 주택 조건에 따라 보증 가능액이 줄어들고 은행의 최종 대출액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 전에는 희망 금액을 말하고 해당 주소로 예상 한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3. 집 자체가 심사에서 걸릴 수 있습니다
사람의 소득 조건이 맞아도 집에 문제가 있으면 대출이나 보증이 어렵습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의 소유자와 계약 상대방이 같은지, 근저당권과 압류 같은 권리침해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다가구주택이라면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도 중요합니다. 내 계약서만 보고는 집에 먼저 걸려 있는 부담을 모두 알기 어렵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자금보증은 선순위채권과 임차보증금의 합계가 주택가격의 9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둡니다. 예컨대 인정 주택가격이 3억 원이고 선순위채권이 8천만 원이라면, 보증금 2억 원을 더한 2억 8천만 원은 90%인 2억 7천만 원을 넘습니다. 이런 집은 보증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안심대출보증에도 주택가격과 선순위채권을 따지는 별도 기준이 있습니다. 같은 집이라도 어느 보증을 쓰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계약금과 신청 날짜를 거꾸로 계산합니다
대출 상담 전에 집을 먼저 확정하고 계약금부터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일반전세자금보증은 보증금의 5% 이상을 지급한 세대주가 대상입니다. 보증금 2억 4천만 원이면 계약금으로 최소 1,200만 원을 지급해야 하는 계산입니다. 그러나 계약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대출 승인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신규계약의 보증 신청 기한은 계약서상 잔금지급일과 전입일 중 빠른 날부터 3개월 이내입니다. 기한이 넉넉해 보여도 잔금일에 돈이 필요하다면 심사와 서류 준비는 훨씬 일찍 끝나야 합니다. 주민등록등본, 소득·재직 서류, 확정일자를 받은 계약서, 계약금 지급 영수증을 준비하고 은행에 실행 가능일을 확인하는 게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계약서에는 대출이나 보증이 거절될 때 계약금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협의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특약을 넣었다고 모든 사유로 자동 반환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출 신청 금액, 거절 사유, 반환 시점이 모호하지 않도록 임대인과 문구를 맞춰야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5. 금리 옆에 보증료와 반환 위험도 놓습니다
대출금 1억 2천만 원을 이자만 내는 방식으로 빌리면 연 3%일 때 월 이자는 약 30만 원, 연 4%일 때는 약 40만 원입니다. 금리 1%포인트 차이가 2년 동안 단순 계산으로 240만 원입니다. 여기에 보증료, 우대금리 적용 조건, 갱신 때의 금리 변동 가능성까지 더해야 비교가 됩니다.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 거래 조건을 채워야 한다면 실제로 계속 지킬 수 있는지도 봐야 합니다.
또 하나 자주 혼동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세자금대출 보증은 은행의 대출채권을 보증하는 장치이고,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계약이 끝났을 때 임대인에게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다룹니다. 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내 보증금 전액이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환보증의 가입 가능 여부와 보장 금액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제 가족이 집을 구한다면 광고에 적힌 최대 한도보다 먼저 세 가지 숫자를 적어보겠습니다. 잔금일에 필요한 자기자금, 금리가 올라가도 감당할 월 이자,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보증금입니다. 이 숫자가 맞지 않으면 대출 한도를 더 늘리는 것보다 보증금을 낮추거나 다른 집을 찾는 쪽이 마음 편한 선택일 때가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