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여행 가계부를 보다가 베트남에서 돌아온 뒤 남은 지폐를 다시 발견했다. 출발 전에는 환율을 꼼꼼히 비교했는데, 막상 쓸 현금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대충 잡았던 여행이었다. 베트남동환전은 어디서 바꾸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를 바꾸고 어떤 비용까지 더해 비교하느냐가 잔고에 더 크게 남는다.
1. 여행 경비에서 현금으로 쓸 돈만 떼어 보기
여행 예산이 40만 원이라고 해서 40만 원을 전부 현금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숙소와 항공권을 이미 결제했다면 현지에서 지폐가 필요한 곳부터 적어보는 편이 정확하다. 베트남 관광청 안내에서도 길거리 음식이나 작은 상점에서는 현금을 쓰는 반면, 숙소와 규모가 있는 식당 등에서는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가게마다 결제 수단은 다르니 카드 한 장만 믿고 움직이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현지에서 쓸 예산이 40만 원이라면 시장·간식 8만 원, 작은 식당 6만 원, 교통과 비상금 4만 원을 현금 몫으로 잡을 수 있다. 나머지 22만 원은 카드로 결제할 계획을 세우는 식이다. 이 숫자는 추천 환전액이 아니라 계산 예시다. 야시장에 자주 갈 사람과 리조트에서 주로 지낼 사람의 현금 몫은 당연히 다르다.
나는 현금 예산을 잡을 때 하루 단위로도 나눈다. 4일 여행에 현금 18만 원을 쓴다면 하루 평균 4만 5천 원이다. 첫날 교통비가 크고 마지막 날은 적게 쓴다면 날짜별로 금액을 옮기면 된다. 이렇게 적어두면 ‘혹시 모르니 더 바꾸자’는 마음도 조금 가라앉는다.
2. 환율 우대보다 실제 받는 동을 비교하기
환전 화면의 ‘우대 90%’라는 문구는 눈에 잘 들어온다. 그런데 우대율은 보통 환전 수수료에 적용되는 비율이다. 내가 내는 원화 총액이나 받는 베트남동의 양을 바로 뜻하지는 않는다. 은행과 환전 방식마다 기준도 다를 수 있어, 같은 원화로 최종 몇 동을 받는지 확인하는 게 편하다.
가령 100만 동을 받는 데 A 방식은 5만 5천 원, B 방식은 5만 7천 원이 든다고 가정해보자. 차이는 2천 원이다. 여기서 환전 장소까지 가는 교통비가 3천 원이라면 A 방식의 숫자만 보고 움직일 이유는 줄어든다. 반대로 여행 동선에서 바로 수령할 수 있다면 2천 원을 아끼는 선택이 된다. 환율은 계속 움직이므로 이 금액은 현재 시세가 아니라 비교 방법을 보여주는 예시다.
원화를 달러로 바꿨다가 현지에서 동으로 바꾸는 방법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된다. 두 번 바꿀 때마다 적용 환율과 수수료가 생길 수 있다. ‘달러를 거치면 무조건 유리하다’고 외우기보다, 출발 전 실제 견적에서 최종 받는 동을 나란히 적는 편이 낫다. 지폐 상태나 수령 가능 여부도 함께 확인하면 현지에서 당황할 일이 적다.
3. 공항과 현지 ATM은 필요한 만큼 이용하기
늦은 밤 공항에 도착한다면 첫 이동에 쓸 현금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베트남 관광청은 주요 공항의 환전 창구와 국제카드 사용이 가능한 ATM을 안내한다. 다만 공항에서 전액을 바꾸기 전에 숙소까지의 교통비와 첫 끼 식사비 정도를 먼저 계산해볼 만하다. 그 뒤의 현금은 이동 동선과 결제 계획을 보고 마련해도 된다.
ATM 인출은 환전 창구를 찾는 시간을 줄여주지만 무료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카드 발급사의 해외 인출 수수료, 현지 ATM 수수료, 적용 환율을 함께 봐야 한다. 특히 ATM에 거래별 고정 수수료가 붙는다면 적은 돈을 여러 번 찾을수록 부담이 커진다. 예를 들어 한 번에 2천 원씩 든다면 세 번 인출할 때 수수료만 6천 원이다. 그렇다고 여행 경비를 한꺼번에 모두 뽑을 필요도 없다. 보관 부담과 인출 비용 사이에서 자신의 동선에 맞는 횟수를 고르면 된다.
카드 결제나 ATM 화면에 원화와 현지 통화 선택지가 나타나면 표시된 환율과 추가 비용을 확인한다. 원화 금액이 익숙해서 무심코 누르기 쉽지만, 현지 통화 결제가 더 유리한 경우가 있다. 카드별 수수료가 다르므로 출발 전에 카드사 안내에서 해외 결제와 인출 조건을 확인해두는 편이 정확하다.
4. 남을 지폐까지 여행 가계부에 넣기
베트남동은 자릿수가 커서 지갑에서 돈이 빨리 줄지 않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여행 중 영수증을 세세하게 분류하기보다 저녁마다 ‘오늘 쓴 현금’만 적는다. 아침에 150만 동이 있었고 밤에 110만 동이 남았다면 40만 동을 쓴 셈이다. 영수증이 없는 길거리 간식도 빠지지 않는다.
처음에 바꾼 돈을 전부 썼다고 생각하면 여행비가 실제보다 커 보인다. 가령 300만 동을 마련해 70만 동이 남았다면 이번 여행의 현금 사용액은 230만 동이다. 남은 70만 동은 재환전할지, 다음 여행에 쓸지 따로 기록한다. 다시 원화로 바꿀 때의 환율까지 생각하면 애초에 과하게 바꾸지 않는 편이 손쉬운 절약일 때가 많다.
베트남동환전에서 내가 가장 자주 보는 숫자는 환율표의 소수점보다 여행 마지막 날 지갑에 남은 금액이다. 현금이 모자라 불안하지 않을 만큼 챙기되, 남을 돈까지 미리 넉넉하게 사두지는 않는 것. 그 정도의 계산이 여행을 빡빡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가계부에도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