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갓김치를 담그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어요. “양념은 맛있는데 줄기가 너무 짜요.” 저도 처음 주방에서 갓을 다룰 때 잎과 줄기를 같은 속도로 절였다가 그런 김치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갓은 줄기가 굵고 잎은 얇아서 소금을 닿게 하는 자리와 절이는 시간을 조금 달리 봐야 해요. 그다음에는 물기를 충분히 빼고 양념을 바르면 집에서도 아삭하고 알싸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갓 1kg에 맞춘 재료와 계량
손질 전 갓 1kg, 대파 1대 약 80g을 준비합니다. 절임물은 물 1.5L에 굵은소금 120g을 녹여 만들어요. 양념에는 고춧가루 100g, 멸치액젓 70ml, 새우젓 20g, 다진 마늘 35g, 다진 생강 8g, 설탕 20g, 양파 100g이 들어갑니다. 찹쌀풀은 물 150ml와 찹쌀가루 15g으로 끓입니다. 밥숟가락으로 재면 수북하게 뜨는 정도에 따라 차이가 크니, 특히 소금과 액젓은 저울이나 계량컵으로 재는 편이 안전합니다.
새우젓이 없다면 멸치액젓을 10ml 더 넣으세요. 멸치액젓 대신 까나리액젓을 같은 양으로 써도 됩니다. 찹쌀가루가 없을 때는 밥 40g에 물 100ml를 넣고 곱게 갈아 쓸 수 있어요. 풀의 역할은 양념이 갓에 붙도록 돕는 것이니 너무 되직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갓이 500g이라면 모든 재료를 절반으로 줄이되, 절임물은 갓이 잠길 만큼만 만들면 됩니다.
줄기부터 절이고 잎은 상태를 보세요
갓 밑동에 흙이 많으면 먼저 잘라내고, 누렇게 뜬 잎도 떼어냅니다. 줄기 사이를 벌려 흐르는 물에 씻은 뒤 물기를 털어주세요. 큰 갓은 줄기 끝의 두꺼운 부분에 길이 방향으로 칼집을 한 번 내면 절임물이 고르게 닿습니다. 너무 깊이 자르면 버무릴 때 잎이 떨어지니 줄기 두께의 절반 정도만 넣으면 돼요.
넓은 통에 갓의 줄기가 아래로 가게 놓고 절임물을 붓습니다. 잎 전체가 물에 푹 잠기지 않아도 괜찮아요. 1시간 뒤 위아래를 바꾸고, 총 2시간쯤 지나 줄기 하나를 구부려 봅니다. 뚝 부러지지 않고 부드럽게 휘어지면서 약한 탄력이 남으면 적당합니다. 줄기가 아주 굵다면 30분 더 절이세요. 반대로 어린 갓은 1시간 30분에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시계보다 줄기 상태가 더 정확해요.
절인 갓은 깨끗한 물에 두 번 헹굽니다. 줄기 끝을 조금 맛봤을 때 짠맛은 있지만 소금이 혀에 오래 남지 않는 정도면 됩니다. 소쿠리에 줄기가 아래로 향하게 세워 40분에서 1시간 물기를 빼세요. 여기서 급하다고 손으로 세게 짜면 잎이 멍들고 풋내가 납니다. 물이 줄줄 흐르지만 않으면 충분합니다.
양념은 식힌 찹쌀풀부터 섞어요
작은 냄비에 찬물 150ml와 찹쌀가루 15g을 넣고 먼저 풀어줍니다. 중약불에서 바닥을 저으며 끓이다가 묽은 죽처럼 걸쭉해지고 한두 번 기포가 올라오면 불을 끄세요. 약 3~4분이면 됩니다. 뜨거운 풀에 고춧가루를 바로 넣으면 양념이 뭉치기 쉬우니 완전히 식힙니다.
양파는 곱게 갈고 대파는 3~4cm 길이로 썹니다. 식힌 풀에 고춧가루, 액젓, 새우젓, 마늘, 생강, 설탕, 간 양파를 넣어 섞은 뒤 10분 둡니다. 고춧가루가 수분을 머금으면 양념의 농도가 안정돼요. 그때 대파를 넣습니다. 양념만 맛보면 조금 짜게 느껴지는 게 맞습니다. 갓에서 수분이 나오면서 맛이 옅어지거든요. 다만 갓 줄기를 맛봤을 때 이미 짜다면 액젓을 10ml 덜 넣고 시작하세요.
갓을 서너 줄기씩 잡고 줄기 사이에 양념을 먼저 바른 뒤, 남은 양념을 잎에 가볍게 묻힙니다. 손가락으로 문질러 으깨기보다 줄기를 벌려 양념을 얹는 느낌이 좋아요. 줄기 끝을 맞춰 용기에 차곡차곡 눕혀 담고, 손바닥으로 가볍게 눌러 공기만 빼줍니다. 용기를 끝까지 채우면 익으면서 국물이 넘칠 수 있으니 위쪽에 2~3cm 여유를 남기세요.
익히는 시간과 맛이 어긋났을 때
실내가 20~22도라면 뚜껑을 닫아 12~18시간 두었다가 냉장고로 옮깁니다. 여름처럼 실내가 더우면 6~8시간부터 상태를 보세요. 용기 가장자리에 작은 기포가 생기고 갓의 매운 향이 한결 부드러워지면 냉장 보관할 때입니다. 냉장고에서는 2~3일 지나 맛이 더 어우러져요. 따뜻한 곳에 오래 두는 것보다 짧게 실온에 두고 천천히 익히는 편이 갓의 씹는 맛을 지키기 좋습니다.
완성한 김치가 너무 짜면 물을 붓지 마세요. 무 150~200g을 얇게 썰어 갓 사이에 넣고 냉장고에서 하루 두면 무가 양념을 나눠 먹습니다. 싱거울 때는 액젓 10ml와 고춧가루 1큰술을 섞어 줄기 쪽에 조금씩 덧바르세요. 국물이 지나치게 많다면 다음에는 절인 갓의 물기를 20분 더 빼면 됩니다. 예전에 저는 싱거운 줄 알고 액젓을 한꺼번에 부었다가 이튿날 훨씬 짜진 김치를 먹은 적이 있어요. 양념을 고칠 때도 조금 넣고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갓김치는 처음 담근 날의 알싸함도 좋지만, 저는 냉장고에서 사흘쯤 지난 줄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밥 위에 길게 한 줄기 얹었을 때 아삭하게 씹히고 양념이 따라오면, 절이는 동안 줄기 하나를 꺾어 본 수고가 그대로 맛에 남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