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시금치나물을 만들고 나면 꼭 한 접시쯤 남습니다. 처음에는 다시 데워 내곤 했는데, 참기름 향은 날아가고 물만 생기더라고요. 그 뒤로는 남은 나물을 밥이나 국, 전의 재료로 씁니다. 이미 데치고 간까지 한 채소라 조리 순서만 잘 잡으면 한 끼를 금방 만들 수 있어요.
먼저 물기와 간을 확인하세요
시금치나물 활용에서 가장 먼저 볼 것은 양념보다 물기입니다. 냉장고에 넣어 둔 나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릇 바닥에 물이 고입니다. 깨끗한 손으로 한 줌씩 쥐고 살짝 짜 주세요. 너무 세게 짜면 잎이 뭉개지니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지 않을 정도면 됩니다. 국에 넣을 때도 이 과정을 거치면 국물이 덜 탁해집니다.
한 가닥 맛보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짭짤한 나물 80g과 싱거운 나물 80g은 밥에 넣었을 때 간이 꽤 다르거든요. 아래 양은 보통 간으로 무친 시금치나물을 기준으로 적었습니다. 짠 나물이라면 다른 양념을 처음부터 더하지 말고, 완성 직전에 맛을 보고 맞추세요. 참기름이나 깨가 이미 넉넉히 들어갔다면 새 기름도 조금만 쓰면 됩니다.
냉장 보관한 나물은 냄새와 표면 상태를 먼저 확인합니다.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미끈거리면 조리해서 먹으려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먹을 만한 나물이라도 여러 번 꺼내 상온에 오래 둔 것은 쓰지 않아요. 남은 양이 적다면 한 번 먹을 만큼씩 덜어 쓰는 게 편합니다.
밥 1공기에는 나물 70g만 넣어 볶아요
볶음밥 1인분에는 밥 1공기(약 200g), 시금치나물 70g, 달걀 1개, 다진 대파 1큰술, 식용유 1작은술을 준비합니다. 대파가 없으면 양파 20g을 잘게 썰어 써도 됩니다. 밥은 뜨거운 것보다 한 김 식힌 것이 덜 뭉칩니다. 나물은 2cm 길이로 썰어야 밥을 뜰 때 한쪽으로 길게 끌려 나오지 않아요.
팬을 중불로 1분 예열한 뒤 기름을 두르고 대파를 30초 볶습니다. 달걀을 넣어 젓가락으로 크게 저으며 익히다가 반쯤 굳으면 밥을 넣으세요. 주걱으로 밥을 펴 가며 2분 정도 볶고, 마지막에 시금치나물을 넣어 30~40초만 섞습니다. 나물을 처음부터 넣으면 팬에서 물이 나와 밥이 축축해지고 잎 색도 어두워집니다.
여기서 간을 봅니다. 싱거우면 소금 한 꼬집이나 간장 1/2작은술을 팬 가장자리에 넣고 10초 더 볶으세요. 제가 처음 이 볶음밥을 만들었을 때는 나물에 간이 되어 있다는 걸 잊고 간장을 1큰술이나 넣었습니다. 밥을 반 공기 더 넣어 겨우 수습했지요. 반대로 물기가 많아 밥이 질어졌다면 센 불로 오래 태우기보다 넓게 펴서 중불에 1분 더 두고 수분을 날리는 편이 낫습니다.
된장국에는 불 끄기 직전에 넣습니다
국 2그릇에는 물 500mL, 된장 1큰술(약 15g), 두부 100g, 양파 40g, 시금치나물 70g이면 됩니다. 멸치 육수가 있으면 물 대신 쓰되, 짠맛이 강한 육수라면 된장을 2작은술부터 풀어 주세요. 두부가 없으면 작은 감자 1개를 얇게 썰어 넣어도 좋습니다. 이때는 감자가 익을 시간을 더 줘야 합니다.
냄비에 물과 된장을 넣고 잘 풀어 끓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얇게 썬 양파를 넣어 중불에서 3분, 깍둑 썬 두부를 넣어 2분 더 끓이세요. 감자를 쓴다면 양파와 함께 넣고 젓가락이 들어갈 때까지 약 6~8분 끓입니다. 시금치나물은 맨 마지막에 넣어 30초만 데우고 불을 끕니다. 이미 익은 잎을 오래 끓이면 흐물해지고 참기름 향이 국물에 지나치게 퍼집니다.
국이 짜졌다면 물을 무작정 많이 붓기 전에 50mL씩 더하고 한 번 끓여 맛보세요. 두부를 50g 더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나물 양념에 마늘이 들어갔다면 국에 다진 마늘을 따로 넣지 않아도 맛이 납니다. 국물 위에 깨가 조금 떠도 이상한 일이 아니니 걷어낼 필요는 없어요.
자투리 나물은 작은 전으로 부쳐요
시금치나물이 80g쯤 남았다면 작은 전 4장으로 만들기 좋습니다. 밀가루 60g, 물 80mL, 달걀 1개와 잘게 썬 나물을 섞으세요. 밀가루가 없으면 부침가루 60g을 써도 되지만, 부침가루에는 간이 있으니 소금은 넣지 않습니다. 반죽은 숟가락으로 떴을 때 천천히 흐르는 정도가 알맞습니다. 나물에서 물이 나와 묽어졌다면 밀가루를 1작은술씩 더하세요.
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중약불로 예열합니다. 반죽을 한 장당 2큰술씩 떠서 얇게 펴고 앞면 2~3분, 뒤집어 2분 굽습니다. 가장자리가 마르고 바닥이 노릇해진 뒤 뒤집어야 찢어지지 않아요. 불이 세면 겉만 갈색이 되고 달걀이 든 속은 축축할 수 있습니다. 익었는지 헷갈리면 가장 두꺼운 전 하나를 갈라 속의 젖은 반죽이 남았는지 확인하세요.
시금치나물이 40g밖에 없다면 같은 반죽에 잘게 썬 양파 30g이나 당근 20g을 보태도 됩니다. 양념이 진한 나물은 전으로 부치면 맛이 고르게 퍼져서 오히려 쓰기 좋더군요. 한 번 무친 시금치를 꼭 나물 접시로 다시 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기를 보고, 간을 맛보고, 마지막에 짧게 익히는 순서만 기억하면 남은 한 줌도 다음 끼니의 든든한 재료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