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강민호의 2,500경기 출장 소식을 보고 기록표를 한참 들여다봤다. 처음에는 숫자가 워낙 커서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런데 포수가 매 경기 쪼그려 앉아 공을 받고, 투수와 호흡을 맞추고, 다시 타석에 들어서는 장면을 떠올리니 다르게 보였다. 강민호의 기록은 오래 뛴 선수의 기록인 동시에, 가장 체력 소모가 큰 자리 중 하나를 오래 지킨 선수의 기록이다.
포수로 쌓은 2500경기의 무게
KBO 기록에 따르면 강민호는 2004년 롯데에서 데뷔했고, 2026년 4월 1일 두산전에서 리그 최초로 통산 2,500경기에 출장했다. 이미 2024년 3월에는 2,238번째 경기에 나서며 통산 최다 출장 기록을 새로 썼다. 이 숫자들이 특별한 이유는 포수라는 자리 때문이다. 포수는 공을 받는 일 외에도 주자의 움직임을 살피고, 투수의 상태와 상대 타자의 반응을 계속 읽어야 한다. 한 경기의 피로가 몸과 머리에 함께 쌓인다.
KBO가 2,500경기를 앞두고 발표한 자료에는 더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다. 당시 통산 출장 상위 10명 가운데 포수는 강민호 한 명뿐이었다. 2005년부터 2025년까지 21시즌 중 100경기 이상 출전하지 못한 해도 세 번뿐이다. 길게 뛴 것만큼 자주 그라운드에 있었다는 뜻이다. 포수의 가치를 타율이나 홈런만으로 재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발투수가 바뀌어도 홈플레이트 뒤에서 경기를 이어 가는 시간이 팀에는 자산이 된다.
홈런 350개 뒤에 있는 꾸준함
강민호를 수비형 포수로만 기억하기도 어렵다. 2015년에는 개인 최다인 35홈런을 쳤고, 2025년 9월에는 포수 최초로 통산 350홈런에 도달했다. 그런데 내게 더 인상적인 숫자는 한 시즌 최고 기록보다 연속 기록이다. 2010년부터 2026년까지 17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남겼다. 한 해 반짝한 장타가 아니라, 타석에서 위협을 줄 수 있는 힘을 오랫동안 유지한 셈이다.
물론 매년 같은 타자는 아니었다. 2024년에는 136경기에서 타율 0.303, 19홈런, OPS 0.861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127경기에서 타율 0.269, 12홈런, OPS 0.753으로 수치가 내려갔다. 나이만 보고 하락세라고 단정하기 쉬운 구간이다. 하지만 2026년에는 111경기에서 타율 0.267, 13홈런, 58타점, OPS 0.798을 남겼다. 타율은 비슷했지만 출루율은 0.336에서 0.352로, 장타율은 0.417에서 0.446으로 올랐다. 같은 2할6푼대 타율이라도 공격에 기여한 방식은 달랐다는 이야기다.
타율 하나로 놓치기 쉬운 변화
2026년 강민호의 기록을 볼 때는 타석 수를 함께 봐야 한다. 2025년 465타석에서 2026년 344타석으로 줄었다. 출전 경기 수도 127경기에서 111경기로 감소했다. 그런데 홈런은 12개에서 13개로 하나 늘었다. 기회가 줄어든 만큼 한 타석의 생산성이 더 중요해졌고, 출루율과 장타율의 상승이 그 변화를 보여 준다. 예전처럼 많은 타석을 소화하는 모습과는 다르지만, 타석에 섰을 때 상대가 경계해야 할 타자라는 점은 남아 있다.
득점권 타율 0.309도 눈에 띈다. 다만 이 수치 하나로 ‘승부처에 강하다’고 못 박고 싶지는 않다. 득점권 타율은 기회가 몇 번 왔는지, 어떤 투수를 만났는지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 기록을 읽는 재미는 숫자에 별명을 붙이는 데보다 서로 다른 숫자를 나란히 놓는 데 있다. 2026년 강민호는 출전과 타석이 줄었어도 OPS를 끌어올렸고, 17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도 이어 갔다. 그 정도면 시즌의 흐름을 설명할 근거는 충분하다.
앞으로 볼 장면은 기록표 밖에도 있다
강민호는 롯데와 삼성을 거치며 오랜 시간 주전 포수로 뛰었다. 그래서 그의 경기를 볼 때는 타격 결과 옆에 포수로서 보낸 이닝과 투수와의 호흡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포수의 판단을 한 사람의 공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경기 운영은 투수의 구위, 벤치의 선택, 상대 타선의 상태가 얽힌 결과다. 그래도 긴 시즌 동안 그 중심에 계속 있었다는 사실은 출장 기록이 분명하게 말해 준다.
다음 시즌 강민호가 몇 경기에 나설지, 홈런을 몇 개 더 칠지는 아직 모른다. 나는 큰 이정표만 기다리기보다 한 경기의 타석과 포수석을 같이 보고 싶다. 2,500경기와 350홈런은 눈에 들어오는 숫자다. 그 숫자 사이를 채운 평범한 경기들이야말로 강민호의 이야기를 오래 남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