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쇼미더머니 무대 영상을 몇 개 이어 보다가, 개코가 프로듀서석에 앉아 있던 시즌까지 다시 틀었다. 처음 볼 때는 참가자 랩과 탈락 결과를 따라가느라 바빴는데, 두 번째로 보니 무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눈에 들어왔다. 특히 시즌 6과 시즌 10의 개코는 같은 사람인데도 곁에 앉은 파트너에 따라 보는 맛이 조금 다르다. 최종 결과나 주요 탈락자는 언급하지 않을 테니, 아직 안 본 사람도 편하게 읽어도 된다.
시즌 6에서는 최자와 함께 만든 팀의 색이 보인다
쇼미더머니6에서 개코는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와 한 팀으로 프로듀서석에 앉았다. 이 조합이 익숙해서 처음에는 ‘둘이야 당연히 잘 맞겠지’ 싶었다. 그런데 경연을 이어 보면 오래 함께 음악을 만든 두 사람이 참가자의 무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는 재미가 있다. 랩 한 구절의 힘, 곡 전체의 흐름, 무대 위에서 들렸을 때의 인상이 각기 다른 문제라는 게 느껴진다.
나는 이 시즌을 볼 때 심사 장면보다 팀이 모인 뒤의 분위기에 더 마음이 갔다. 개코와 최자의 대화가 길지 않아도 서로 말을 알아듣는 듯한 순간이 있고, 그 사이에 참가자의 개성이 어디에 놓일지 궁금해진다.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를 좋아했다면 프로듀서 공연도 빼놓기 아깝다. 익숙한 목소리가 경연장이라는 공간에서 들리니, 평소 듣던 음원과는 에너지가 다르게 전해졌다.
물론 방송은 제작 과정을 전부 보여 주지 않는다. 화면에 담긴 짧은 회의만으로 누가 어떤 아이디어를 냈는지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무대가 끝난 뒤 다시 앞 장면으로 돌아가 보면, 참가자에게 기대했던 방향과 실제 공연 사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이 부분이 시즌 6을 재시청하게 만드는 이유였다.
시즌 10에서는 코드 쿤스트와의 조합이 새롭다
쇼미더머니10에서는 개코가 코드 쿤스트와 팀을 이룬다. 시즌 6의 최자와는 관계의 출발점부터 다르게 느껴진다. 오래 호흡을 맞춘 듀오를 보는 익숙함 대신, 서로 다른 음악 취향이 한 곡 안에서 어떻게 만날지 기다리게 된다. 개코의 또렷한 랩과 코드 쿤스트가 만드는 소리의 질감을 떠올리면, 팀 이름이 공개됐을 때부터 기대할 만한 조합이다.
정주행할 때 나는 참가자가 누구를 선택하는지만 보지 않고, 프로듀서들이 어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도 따라갔다. 비슷하게 잘하는 래퍼라도 어떤 팀과 만나느냐에 따라 보여 줄 수 있는 면이 달라진다. 시즌 10에서는 그 차이를 예상해 보는 일이 꽤 즐겁다. 참가자에게 맞는 곡을 고르는 일과 팀 특유의 색을 만드는 일이 늘 같은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고.
둘의 짧은 예능 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Mnet이 공개한 팀 영상도 볼 만하다. 경연의 긴장감에서 잠깐 벗어나 서로 반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다. 다만 그런 장면만 기대하고 본편을 시작하면 초반 예선의 반복적인 구성은 조금 길게 느껴질 수 있다. 나는 본편을 연달아 보다가 호흡이 늘어진다 싶을 때 팀 영상이나 무대를 다시 찾아보는 편이 더 잘 맞았다.
개코를 따라 볼 때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두 시즌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개코의 말을 무조건 ‘정답’처럼 듣기보다, 그가 어떤 순간에 반응하는지 보는 편이 재미있다. 기술적으로 빽빽한 랩에 마음이 가는지, 한 번 듣고 기억나는 구절에 눈길이 가는지, 참가자가 자기 이야기를 전달할 때 표정이 달라지는지. 방송에 나온 장면만으로 속마음까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작은 반응을 찾으면 익숙한 경연도 새롭게 보인다.
또 하나는 같은 참가자의 예선과 팀 무대를 이어 보는 것이다. 첫인상에서 기대했던 장점이 뒤의 공연에서도 살아 있는지, 예상 못 한 면이 드러나는지 비교할 수 있다. 나는 이때 자막의 평가보다 실제 목소리를 먼저 듣는 편이다. 좋은 한 소절이 있었는데 방송의 긴박한 편집 때문에 그냥 지나쳤다는 걸 재시청하면서 발견한 적도 있다.
반대로 무대만 골라 보면 놓치는 것도 있다. 팀을 고르는 과정과 연습 장면을 알아야 공연에서 왜 그런 구성이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하면 한 시즌씩 순서대로, 시간이 부족하면 개코가 속한 팀의 흐름을 중심으로 따라가면 된다. 시즌 6에서는 최자와의 호흡, 시즌 10에서는 코드 쿤스트와의 조합을 비교하는 식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까지 포함해 본 후기
솔직히 쇼미더머니 특유의 탈락 편집이나 반복되는 긴장 연출은 몰아볼수록 피곤할 때가 있다. 음악을 더 듣고 싶은데 결과 발표를 오래 기다려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개코의 모든 방송 장면이 늘 재미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예능의 속도감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무대 영상부터 보고, 마음에 든 팀의 앞뒤 이야기를 찾아가는 방식이 편할 것이다.
그래도 시즌 6과 시즌 10을 다시 보며 남은 건 승패보다 ‘한 사람의 목소리를 무대에 어떻게 올릴까’ 하는 고민이었다. 최자와 함께할 때와 코드 쿤스트와 함께할 때 그 고민이 화면에 나타나는 방식도 달랐다. 개코의 음악을 좋아해서 보기 시작했다면, 어느새 참가자의 다음 무대까지 기다리게 되는 순간이 올 거다. 나는 그게 이 두 시즌을 다시 켜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