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사 종류는 왜 아홉 가지일까요?

1회
품사 종류는 왜 아홉 가지일까요?

수업 시간에 ‘세 명이 왔다’와 ‘셋이 왔다’를 칠판에 나란히 쓰면 학생들이 잠깐 멈춥니다. 둘 다 사람의 수를 말하는데, ‘세’는 관형사이고 ‘셋’은 수사라고 하니까요. 품사 이름부터 외우면 이런 차이가 억지스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두 말이 문장 안에서 하는 일을 보면 조금씩 납득이 됩니다.

‘품사’는 단어를 성질에 따라 나눈 갈래입니다. 국립국어원이 설명하는 학교 문법의 품사 종류는 아홉 가지입니다. 명사·대명사·수사·동사·형용사·관형사·부사·조사·감탄사이지요. 아홉 이름을 한 줄로 외우기 전에, 단어가 문장에서 어디에 놓이고 어떻게 쓰이는지부터 보겠습니다.

이름을 가리키는 말은 왜 셋으로 나눌까요?

‘학생이 책을 읽는다’에서 ‘학생’과 ‘책’은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입니다. 이런 단어를 명사라고 합니다. ‘그가 책을 읽는다’의 ‘그’는 앞서 말한 사람을 대신 가리키므로 대명사입니다. ‘셋이 책을 읽는다’의 ‘셋’은 수량을 나타내는 수사이고요. 명사·대명사·수사는 문장에서 주어처럼 쓰일 수 있고 뒤에 조사가 붙기도 합니다. 이 공통점 때문에 세 품사를 묶어 체언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세 학생’의 ‘세’를 다시 보지요. ‘세’는 뒤의 ‘학생’을 꾸며 주며, 홀로 ‘세가 왔다’처럼 쓰이지 않습니다. 반면 ‘셋’은 ‘셋이 왔다’처럼 조사를 붙여 쓸 수 있습니다. 뜻만 보고 둘을 같은 품사로 묶으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숫자를 나타내느냐보다 문장 속에서 혼자 설 수 있느냐, 뒤의 명사를 꾸미느냐가 구분에 도움이 됩니다.

대명사도 단순히 명사를 줄여 쓴 말이라고 생각하면 헷갈립니다. ‘민지가 웃었다. 그가 먼저 인사했다’라고 쓰면 ‘그’가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앞 문장을 읽어야 알 수 있지요. 이름을 직접 부르는 명사와, 문맥을 받아 대상을 가리키는 대명사는 역할이 다릅니다.

움직임과 상태를 말하는 단어는 어떻게 다를까요?

‘학생이 웃는다’의 ‘웃는다’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입니다. ‘학생이 밝다’의 ‘밝다’는 상태나 성질을 나타내는 형용사이고요. 두 품사는 모두 문장에서 주로 서술어가 되며 형태가 바뀝니다. ‘웃다·웃고·웃으니’, ‘밝다·밝고·밝으니’처럼요. 그래서 동사와 형용사를 함께 용언이라고 부릅니다.

형용사는 이름과 달리 문장을 끝맺는 힘도 있습니다. ‘꽃이 예쁘다’는 그것만으로 문장이 됩니다. ‘예쁜 꽃’의 ‘예쁜’도 형용사 ‘예쁘다’가 형태를 바꾼 말입니다. 반면 ‘새 꽃’의 ‘새’는 그 자체가 명사 앞에 놓여 꾸며 주는 관형사입니다. 둘 다 명사를 꾸민다고 해서 같은 품사는 아닙니다. ‘예쁘다’처럼 기본형을 떠올리고 활용할 수 있는지 살피면 차이가 보입니다.

물론 움직임과 상태라는 뜻만으로 모든 사례를 단번에 가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문장에서는 단어의 뜻과 함께 활용하는 모습, 문장 안에서 맡은 일을 같이 봐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품사를 물을 때 제가 기본형을 먼저 확인하라고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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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며 주는 말과 붙여 쓰는 말은 무엇이 다를까요?

‘새 책을 빨리 읽는다’에서 ‘새’는 뒤의 명사 ‘책’을 꾸미는 관형사입니다. ‘빨리’는 ‘읽는다’를 꾸미는 부사이고요. 관형사와 부사는 다른 말을 꾸며 준다는 공통점이 있어 수식언으로 묶습니다. 다만 무엇을 어떻게 꾸미는지는 다릅니다. ‘그 책’, ‘세 학생’의 ‘그·세’도 관형사이고, ‘아주 빨리 읽는다’의 ‘아주·빨리’는 부사입니다. 부사는 용언뿐 아니라 다른 부사나 문장 전체를 꾸미기도 합니다.

‘학생이 책을 읽는다’에서는 ‘이’가 누가 읽는지를, ‘을’이 무엇을 읽는지를 드러냅니다. 이런 말이 조사입니다. 조사는 앞말에 붙여 쓰고, 문장 속 말들의 관계를 나타내므로 관계언이라고도 부릅니다. ‘학생’과 ‘학생이’를 비교하면 조사가 왜 필요한지 분명합니다. 이름 하나만으로는 그 학생이 읽는 사람인지, 다른 역할을 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는 학생이다’의 ‘이다’도 학교 문법에서는 조사, 그중에서도 서술격 조사로 다룹니다. ‘학생이고’, ‘학생이니’처럼 형태가 달라져서 동사나 형용사로 오해하기 쉽지요. 조사라고 해서 모두 똑같이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다’의 이런 특징을 함께 기억하면 아홉 품사의 틀 안에서 왜 조사로 분류하는지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문장 밖에서도 제 몫을 하는 말이 있을까요?

‘아, 학생이 벌써 왔구나’의 ‘아’는 놀라움이나 깨달음을 드러냅니다. 뒤의 ‘학생’에 붙어 관계를 나타내지도 않고, ‘왔구나’를 꾸미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독립적으로 쓰이는 말이 감탄사입니다. 감탄사를 독립언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름에 그대로 담겨 있지요. ‘어머’, ‘아차’ 같은 말도 대화 속에서 비슷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제 ‘아, 그 세 학생이 새 책을 아주 빨리 읽는다’를 읽어 보면 아홉 품사가 한꺼번에 등장하지는 않아도 각자의 자리가 보입니다. ‘아’는 감탄사, ‘그·세·새’는 관형사, ‘학생·책’은 명사, ‘이·을’은 조사, ‘아주·빨리’는 부사, ‘읽는다’는 동사입니다. 대명사·수사·형용사는 이 문장에 없을 뿐이고요. 품사 문제는 목록에서 이름을 고르는 시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어가 문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읽어 내는 연습에 가깝습니다. 뜻이 비슷한 ‘세’와 ‘셋’을 다른 자리에 놓고 읽는 순간, 아홉 갈래도 외워야 할 표보다 말을 이해하는 도구가 됩니다.

품사 종류는 왜 아홉 가지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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