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실에서 변리사 수험생을 만나면 첫 질문이 비슷합니다. 책을 몇 권 더 봐야 하느냐는 겁니다. 그런데 11년 동안 합격자 답안을 보면, 차이는 책의 두께보다 버릴 범위를 정한 시점에서 벌어졌습니다. 큐넷변리사 시험은 1차 객관식과 2차 논술형의 공부법도 다릅니다. 일정과 자격을 먼저 확인하고, 점수가 나오는 순서대로 시간을 써야 합니다.
올해 일정이 끝났다면 다음 공고부터 확인하세요
2026년 제63회 변리사 시험은 1차 원서접수를 1월 12일부터 16일까지 받았고, 시험은 2월 28일에 치렀습니다. 2차 접수는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시험은 7월 31일과 8월 1일이었습니다. 최종 합격자는 10월 28일 발표됐습니다. 지금 준비를 시작한다면 이 날짜를 다음 회차 일정으로 옮겨 적으면 안 됩니다. 다음 시험의 접수일과 서류 기준일은 큐넷의 새 시행계획 공고로 확인해야 합니다.
변리사는 기사 시험처럼 전공 학위나 관련 경력을 요구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다만 최종 합격 발표일을 기준으로 변리사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응시할 수 없습니다. 영어도 별도 필기과목으로 치르지 않고 공인어학성적으로 대체합니다. 학습 계획을 짜기 전에 본인의 영어 성적이 해당 회차의 기준점수와 인정기간을 충족하는지 확인하세요. 기준을 못 맞춘 채 법 과목부터 파고들면 시험장에 갈 준비가 끝난 게 아닙니다.
1차 합격자나 면제 대상자는 2차 접수 때 적용되는 자격과 제출 서류도 확인해야 합니다. 큐넷에서 원서접수 화면만 보고 넘어가지 말고, 변리사 시행계획의 면제·서류 항목까지 읽는 데 시간을 쓰는 편이 낫습니다. 이 확인은 하루면 되지만, 놓치면 한 해 계획이 어긋납니다.
1차는 60점보다 실제 합격선을 보고 공부합니다
1차 필기과목은 산업재산권법, 민법개론, 자연과학개론 세 과목입니다. 각 과목 100점 만점에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이 합격자 선정의 기본 조건입니다. 여기서 평균 60점만 목표로 잡으면 위험합니다. 조건을 채운 사람 가운데 성적순으로 합격자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제63회 채점 통계를 보면 2026년 1차 응시자 3,697명 중 632명이 합격했습니다. 합격률은 17.09%, 합격선은 평균 80.00점이었습니다. 2025년 합격률 18.66%와 비교해도 만만한 시험이 아닙니다. 실전 목표를 60점에 맞추기보다, 과락을 막으면서 세 과목 합계 점수를 올리는 방향으로 잡아야 합니다.
과목별 수치를 보면 시간 배분이 더 분명해집니다. 2026년 과락률은 산업재산권법 35.78%, 민법개론 31.02%, 자연과학개론 26.52%였습니다. 특히 산업재산권법은 2025년 31.99%에서 과락률이 올랐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법 조문을 같은 비중으로 외우라는 뜻은 아닙니다. 자주 틀리는 쟁점과 기출에서 반복된 조문을 먼저 묶고, 지엽적인 예외는 득점 기반을 만든 뒤에 다루는 게 효율적입니다.
하루 네 시간을 쓴다면
최근 기출을 풀어 세 과목 점수가 산업재산권법 55점, 민법개론 70점, 자연과학개론 45점으로 나왔다고 해봅시다. 이 경우 하루 네 시간 중 산업재산권법에 100분, 자연과학개론에 100분, 민법개론에 40분을 배분할 수 있습니다. 민법에서 어려운 새 판례를 끝없이 늘리기보다 이미 맞히는 유형을 유지하고, 두 취약 과목의 반복 오답을 줄이는 편이 먼저입니다. 배분은 일주일 뒤 기출 점수로 다시 조정합니다. 남의 시간표를 그대로 복사할 이유는 없습니다.
자연과학은 네 영역을 똑같이 공부하지 않습니다
자연과학개론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함께 다룹니다. 수험생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약한 영역 하나를 완벽히 이해할 때까지 붙드는 겁니다. 1차에서 필요한 것은 네 영역의 학문적 완성이 아니라 제한 시간 안에 맞힐 문제를 고르는 능력입니다.
먼저 최근 기출을 시간 재고 풀어 영역마다 맞힌 문제, 개념은 알았지만 계산에 막힌 문제, 시작도 못 한 문제를 표시하세요. 개념을 알고도 놓친 문제는 다시 맞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한 문제를 풀기 위해 긴 선수학습이 필요한 단원은 당장 투자 효율이 낮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과학 기본 문항을 안정적으로 맞히고 물리 계산에서 계속 시간을 잃는다면, 물리의 모든 심화 단원을 펼치기 전에 지구과학 실수를 없애고 물리의 빈출 공식부터 고정하는 식입니다.
단, 한 영역을 통째로 버리는 전략은 최근 점수로 검증해야 합니다. 2026년 자연과학개론 과락률은 26.52%로 전년의 30.28%보다 낮았지만, 응시자 네 명 중 한 명 넘게 40점 미만이었습니다. 모의고사에서 자연과학이 40점 안팎이라면 다른 과목 고득점 계획보다 이 과목의 과락 탈출이 우선입니다.
2차는 아는 내용을 답안에 쓰는 연습이 먼저입니다
2차는 특허법, 상표법, 민사소송법과 선택과목을 치르는 논술형 시험입니다. 1차 때처럼 보기에서 정답을 고르는 연습만 이어 가면 실제 점수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제63회 2차에서는 202명이 합격했고 합격선은 56.44점이었습니다. 점수만 보고 쉬웠다고 판단하면 곤란합니다. 제한 시간 안에 쟁점을 찾아 문장으로 써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모범답안 전체를 외우려 들지 마세요. 기출문제 하나를 읽고 쟁점 제목을 적은 뒤, 각 쟁점의 요건·판단·사안 적용을 짧게 써보는 순서가 낫습니다. 답안을 채점할 때는 빠뜨린 쟁점과 틀린 법리를 따로 표시합니다. 빠뜨린 쟁점은 문제 읽기 연습으로, 틀린 법리는 해당 부분의 기본서 확인으로 고칩니다. 같은 문제를 다시 썼을 때 두 오류가 줄어드는지 보는 게 강의를 한 편 더 듣는 것보다 분명한 점검입니다.
선택과목은 남들이 많이 고른다는 이유만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전공 지식, 기존 기출을 읽는 속도, 답안을 완성하는 시간을 비교해야 합니다. 제 수업에서도 처음에는 익숙해 보이는 과목을 골랐다가 실제 답안을 한 장도 못 채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선택 전에 기출 한 회분을 직접 써보면 판단이 빨라집니다.
큐넷변리사 준비에서 가장 아까운 시간은 공부하지 않은 시간이 아니라, 점수로 돌아오지 않는 내용을 붙잡은 시간입니다. 접수 요건을 확인하고 기출 점수를 기록한 다음, 과락 위험과 답안의 빈칸부터 줄이세요. 볼 것을 늘리는 결정은 그다음이어도 늦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