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아치 가벽을 만들 때 곡선만 예쁘게 그리면 반은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세워 보니 아치 양쪽 높이가 8mm 달랐고, 퍼티를 두껍게 바른 자리에는 금이 갔습니다. 그 뒤로는 톱을 잡기 전에 설치할 자리와 고정 방법부터 확인합니다. 사진에서는 곡선이 먼저 보이지만, 실제로 오래 버티는 건 그 뒤의 뼈대입니다.
치수보다 먼저 고정할 곳을 확인합니다
여기서는 폭 180cm, 높이 240cm 정도의 실내 장식용 아치 가벽을 기준으로 잡겠습니다. 통로 폭은 85cm, 아치가 시작되는 양쪽 높이는 바닥에서 190cm,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은 205cm로 두면 머리 위 공간을 확보하면서 곡선도 눈에 들어옵니다. 실제 천장 높이가 다르면 이 수치를 그대로 옮기지 말고 바닥·벽·천장을 각각 두세 군데 재야 합니다. 오래된 집은 같은 벽에서도 1cm 가까이 차이 나는 일이 있습니다.
가벽은 석고보드 천장이나 벽지에만 고정해서 세우면 안 됩니다. 고정 지점 뒤에 받쳐 줄 구조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하고, 바닥에 온돌 배관이 있는 집에서는 위치를 모른 채 구멍을 뚫으면 안 됩니다. 전선·수도관 위치가 불분명하거나 천장 속 구조를 확인할 수 없다면, 그 자리의 가벽 고정은 시공자에게 맡기는 편이 맞습니다. 콘센트나 조명을 아치에 새로 넣는 배선 작업도 직접 하지 않습니다. 출입 동선과 스프링클러·감지기·환기구를 가리는 자리인지도 이때 함께 봅니다.
재료비와 도구는 어느 정도 들까요
위 크기에 목재 틀을 세우고 양면을 마감한다면 각재, 9mm 안팎의 합판 1~2장, 석고보드 5~6장, 아치 안쪽을 덮을 얇은 곡면용 판재, 피스·코너비드·퍼티·프라이머·페인트가 필요합니다. 최근 자재상 단가를 보면 일반 석고보드 한 장은 대략 4천~6천원, 9mm 합판 한 장은 2만~3만원 선입니다. 여기에 목재와 소모품, 재단·배송비를 더하면 재료비는 대략 18만~30만원으로 잡는 게 현실적입니다. 지역과 판재 종류, 배송 조건에 따라 차이가 크니 구매 전에는 필요한 재단 치수까지 적어 견적을 받아야 합니다.
줄자, 수평계, 드릴드라이버, 톱, 커터칼, 사포, 보안경, 방진마스크도 준비합니다. 드릴과 톱을 계속 쓸 계획이 없다면 빌리는 쪽이 낫습니다. 특히 합판의 긴 직선 재단은 자재상에 맡기면 집에서 나는 먼지와 오차를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곡선만 직접 자르더라도 연습용 자투리 한 장은 남겨 두세요. 얇은 판재라고 모두 같은 반경으로 휘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아치 안쪽 마감재는 구입 전에 휨 가능 범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아치 곡선은 종이 본 하나로 맞춥니다
먼저 바닥에 가벽의 실제 폭을 표시하고 좌우 기둥, 상부 가로재가 들어갈 자리를 그립니다. 통로 폭 85cm라면 중심선을 기준으로 좌우 42.5cm씩 표시합니다. 아치의 양 끝과 가운데 높이를 정한 뒤 큰 종이나 얇은 판재에 곡선을 그려 본을 만듭니다. 본을 반으로 접어 양쪽 선이 겹치는지 보면 삐뚤어진 부분이 바로 드러납니다. 이 본 하나로 앞면과 뒷면의 합판을 함께 표시해야 곡선이 어긋나지 않습니다.
고정할 바탕이 확인된 상태에서 목재 틀을 세우고 수평·수직을 다시 봅니다. 통로 양쪽 기둥과 아치 위쪽에는 판재를 받을 가로재를 충분히 넣습니다. 곡선을 낸 합판 두 장을 앞뒤에 대고, 그 사이 아치 안쪽에는 짧은 받침목을 간격을 맞춰 고정합니다. 받침이 듬성듬성하면 얇은 판재가 울렁거리고 나중에 퍼티 선이 갈라집니다. 피스 머리는 마감면보다 조금만 들어가게 조이고, 너무 깊이 박혀 판재가 찢어진 곳은 다시 고정합니다.
양면의 평평한 부분은 석고보드로 덮고, 아치 안쪽은 미리 휘어 봤던 판재로 감쌉니다. 이때 안쪽 판재를 한 번에 힘으로 밀어 넣지 않습니다. 한쪽 끝부터 조금씩 밀착시키며 고정해야 곡선이 살아납니다. 판재 연결부는 받침목 위에 오게 하고, 이음새가 한 줄로 몰리지 않도록 배치합니다. 석고보드가 문틀처럼 단단할 거라 생각하고 선반이나 무거운 장식을 달 계획이라면, 마감 전에 하중을 받을 별도 보강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완성도를 가르는 건 퍼티와 건조 시간입니다
제가 처음 실패한 부분도 여기였습니다. 아치 양쪽 모서리에 곡선용 코너비드를 붙이고 퍼티를 얇게 여러 번 올려야 하는데, 하루에 끝내려고 한꺼번에 두껍게 발랐습니다. 마르면서 움푹 꺼진 자리가 생겨 다음 날 다시 갈아내야 했죠. 이음새에는 보강 테이프를 쓰고, 퍼티는 제품에 적힌 건조 시간을 지켜 2~3회 나눠 바릅니다. 완전히 마른 뒤 사포로 다듬고 프라이머, 페인트 순서로 갑니다.
재단과 틀 작업에 반나절에서 하루, 판재 부착과 퍼티에 하루, 건조·샌딩·도장에 하루 이상 잡으면 대체로 2~3일은 걸립니다. 습도가 높거나 퍼티가 두꺼우면 더 늦어집니다. 작업 중에는 바닥을 넓게 보양하고 절단·샌딩할 때 보안경과 방진마스크를 착용하세요. 먼지가 집 안에 퍼지기 쉬우니 생활 공간과 작업 공간도 분리해 두는 게 좋습니다.
아치 가벽은 곡선을 자르는 순간보다 설치할 바탕을 확인하고 앞뒤 선을 맞추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을 들이면 마지막 페인트칠은 훨씬 편해집니다. 고정 위치가 확실한 곳에서 작은 아치부터 시작하는 것이, 큰 가벽을 급히 세웠다가 다시 뜯는 것보다 결국 덜 힘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