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공항에서 섬티아고행 배를 기다릴 때면 저는 예배당 지도보다 돌아오는 배편을 먼저 봅니다. 신안 섬티아고는 길이 험해서 어려운 곳이 아닙니다. 배가 어느 선착장에 서는지, 섬 사이 노둣길이 몇 시에 잠기는지가 하루 동선을 결정합니다. 12개 예배당을 다 보겠다고 서두르기 전에 그 두 가지부터 맞춰야 합니다.
송공항에서 왕복 배편부터 확인한다
순례길은 병풍도 옆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으로 이어집니다. 보통 신안 압해읍 송공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 대기점도나 소악도에서 걷기 시작합니다. 같은 항로라도 배마다 기항 순서와 들르는 선착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표를 살 때 출발항뿐 아니라 하선할 항구와 돌아올 때 탈 항구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대기점도에서 시작해 소악도에서 나오는 편도 동선이 가장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대기점도에 도착한 시각이 늦거나 노두가 곧 잠긴다면, 소악도에서 내려 반대 방향으로 걷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도 당일 여행에서는 소악도에서 내려 노두를 먼저 건너는 동선을 안내합니다. 정해 둔 방향을 고집하기보다 그날의 배와 물때에 맞추는 게 현실적입니다.
송공항 출발 시각과 운항 횟수는 오래된 여행 글에 적힌 숫자를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계절, 물때, 기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발 전날 송공매표소에서 왕복편의 기항지와 마지막 배를 확인하고, 당일 아침에는 운항 여부를 다시 묻는 편이 안전합니다. 신안군 안내에 실린 송공매표소 연락처는 061-261-1006입니다. 신분증도 챙겨야 합니다. 목포에서 버스로 송공항까지 갈 사람은 버스와 배 사이에 여유를 두는 게 좋습니다.
노둣길은 간조 시각보다 통행 가능 시간이 중요하다
대기점도에서 소기점도, 소기점도에서 소악도, 소악도에서 진섬으로 넘어가는 길은 바닷물이 들면 잠깁니다. 지도에는 길이 계속 이어져 보여도 현장에서는 통행할 수 없는 시간이 생깁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예보로 방문 날짜의 간조 시각을 확인한 다음, 어느 노두를 몇 시쯤 건널지 종이에 적어 봅니다. 간조 시각 하나만 보고 앞뒤로 몇 시간은 괜찮겠다고 계산하면 곤란합니다. 노두마다 높이와 물이 차오르는 모습이 다르니 현장 안내와 주민의 말을 우선해야 합니다.
특히 마지막 예배당이 있는 딴섬은 왕복할 시간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물이 발목에 닿기 시작한 노두를 사진 한 장 때문에 건너지는 않습니다. 밀물이 시작됐다면 다음 썰물이나 배편에 맞춰 동선을 바꾸는 게 맞습니다. 결항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선착장에 도착해도 배를 못 탈 수 있으니, 다음 날 아침 꼭 지켜야 하는 일정이 있다면 당일치기 계획을 빡빡하게 잡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대기점도에서 소악도까지는 걷는 속도로 잡는다
대기점도 선착장의 1번 베드로의 집에서 시작하면 먼저 대기점도에 있는 예배당 다섯 곳을 지나갑니다. 이후 소기점도의 6번 바르톨로메오의 집과 7번 토마스의 집, 섬 사이의 8번 마태오의 집을 거쳐 소악도로 향합니다. 소악도의 9번 작은 야고보의 집을 본 뒤 진섬의 두 곳, 딴섬의 마지막 예배당까지 이어지는 길이 약 12㎞입니다. 숫자만 보면 짧아 보여도 선착장까지 돌아오는 시간과 노두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더해야 합니다.
빠르게 걷기만 하면 3~4시간을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배를 타고 들어와 길을 찾고, 예배당 안팎을 보고, 물을 마시는 시간을 포함해 5~6시간은 남겨 둡니다. 포장된 마을길과 갯벌 옆 길이 섞여 있어 등산 기술은 필요 없지만, 햇빛과 바람을 피할 곳은 많지 않습니다. 여름에는 물을 넉넉히 들고 모자를 쓰고, 겨울에는 바람막이를 챙기는 편이 걷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섬 안에서 대중교통을 기다리며 이동할 곳은 아닙니다. 걷는 것이 기본이고, 전기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지와 다른 선착장에 반납할 수 있는지는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자전거를 타더라도 노두 앞에서는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예배당 하나하나를 빨리 찍고 지나갈 생각이라면 중간의 갯벌과 마을 풍경을 놓치기 쉽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날에는 12곳 완주보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구간만 걷는 편이 더 낫습니다.
식사와 숙박은 섬에 들어가기 전에 정한다
섬에는 마을식당과 게스트하우스, 카페가 있지만 육지 관광지처럼 아무 때나 들어가 식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특히 비수기 평일에는 문을 여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점심을 섬에서 먹을 생각이면 예약 가능 여부를 묻고, 그렇지 않다면 송공항에서 간단한 먹거리와 물을 준비합니다. 쓰레기를 되가져올 작은 봉투도 하나 있으면 좋습니다.
1박을 한다면 숙소 위치부터 보세요. 대기점도에 묵는지 소악도에 묵는지에 따라 다음 날 처음 건널 노두와 탈 배가 달라집니다. 숙소 예약 때 저녁과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지, 입실 시각에 노두를 건널 수 있는지까지 함께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성수기 주말에는 숙박과 배편을 한 묶음으로 잡고, 비수기에는 식당 운영 여부를 더 꼼꼼히 살핍니다.
신안 섬티아고는 예배당을 세는 재미도 있지만, 제게는 바다가 길을 열었다 닫는 속도에 맞춰 걷는 섬으로 남습니다. 배편과 물때가 잘 맞는 날에는 하루에 다 걸을 수 있습니다. 그날 시간이 맞지 않으면 몇 곳만 보고 돌아와도 아쉽지 않습니다. 섬에서는 무사히 나오는 동선까지가 여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