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동 사동 차이는 누가 행동했는지 보면 알까요?

1회
피동 사동 차이는 누가 행동했는지 보면 알까요?

수업 시간에 ‘책이 읽힌다’와 ‘학생에게 책을 읽힌다’를 칠판에 나란히 쓴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두 문장에 모두 ‘읽힌다’가 있으니 같은 문법이라고 생각하더군요. 그런데 앞 문장에서는 책이 읽는 대상이고, 뒤 문장에서는 누군가 학생에게 읽는 일을 시킵니다. 피동 사동 차이는 단어 끝보다 문장 속 역할을 먼저 보면 선명해집니다.

‘입다’와 ‘시키다’에서 출발하면 쉽습니다

피동의 ‘피’는 한자 被로, 남의 행동을 ‘입는다’는 뜻입니다. 사동의 ‘사’는 使로, 남에게 행동을 ‘시키거나 하게 한다’는 뜻이지요. 이름부터 바라보는 방향이 다릅니다. 피동은 행동을 받는 쪽을 문장의 중심에 놓고, 사동은 다른 이가 행동하도록 만드는 쪽을 드러냅니다.

‘경비원이 문을 닫았다’를 떠올려 봅시다. 닫는 행동은 경비원이 합니다. ‘문이 닫혔다’로 바꾸면 같은 장면을 문 쪽에서 말합니다. 문이 스스로 닫는 행동을 한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피동입니다. 반대로 ‘아이가 잔다’에서 ‘엄마가 아이를 재운다’로 바꾸면, 엄마가 아이에게 자는 일이 일어나도록 합니다. 이것이 사동입니다.

국립국어원의 설명도 이 의미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피동 접미사는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이는 뜻을, 사동 접미사는 주체가 남에게 행동하게 하는 뜻을 더합니다. 용어가 낯설 때는 ‘행동을 받았나, 하게 했나’를 먼저 물으면 됩니다.

왜 둘 다 ‘이히리기’가 나올까요?

학교에서 피동을 배울 때 ‘-이-, -히-, -리-, -기-’를 외우고, 사동을 배울 때도 같은 네 가지를 만납니다. 그래서 접미사만 보고 둘을 가르려 하면 막힙니다. 피동에는 ‘닫히다, 풀리다, 안기다’가 있고, 사동에는 ‘먹이다, 읽히다, 울리다, 웃기다’가 있습니다. 같은 모양의 접미사가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셈입니다.

사동에는 ‘-우-, -구-, -추-’ 같은 접미사도 쓰입니다. ‘깨다’와 ‘깨우다’, ‘늦다’와 ‘늦추다’를 나란히 놓으면 뜻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입니다. 다만 아무 말에나 접미사를 붙여 새 피동사나 사동사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국립국어원도 사동사가 따로 없는 ‘마시다’에는 임의로 접미사를 붙이지 않고 ‘마시게 하다’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합니다.

접미사 뒤에 숨어 있는 뜻을 문장으로 풀어 보면 더 분명합니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글을 읽혔다’는 학생이 글을 읽도록 했다는 말입니다. ‘글이 학생들에게 읽혔다’는 글이 읽는 대상이 되었다는 말이지요. 두 문장의 ‘읽히다’는 모양이 같아도 하나는 사동, 다른 하나는 피동입니다. 글자 한두 개를 표시해 놓고 외우는 방법만으로는 이런 차이를 놓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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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속에서 무엇을 확인하면 될까요?

먼저 기본 문장을 떠올립니다. ‘학생이 책을 읽는다’에서는 학생이 읽는 사람이고 책은 읽는 대상입니다. 이를 ‘책이 학생에게 읽힌다’로 말하면 읽는 대상이 주어 자리에 옵니다. 피동문에서는 원래 행동의 대상이 앞에 나서는 일이 많습니다. 누가 읽었는지 밝히지 않아도 문장은 성립합니다.

사동에서는 행동하게 만드는 사람이 새로 등장합니다. ‘아이가 밥을 먹는다’에 엄마를 넣어 ‘엄마가 아이에게 밥을 먹인다’라고 하면 됩니다. 아이가 실제로 밥을 먹지만, 엄마가 그 일이 일어나게 하지요. ‘엄마가 아이에게 밥을 먹게 했다’도 사동 표현입니다. ‘먹이다’와 ‘먹게 하다’는 장면에 따라 행동에 관여하는 방식이나 느낌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언제나 똑같은 말로 바꿔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누가 주어인가’만으로 판단하지는 마세요. 사동문에도 행동을 하는 사람과 하게 하는 사람이 함께 나오기 때문입니다. 실제 동작을 하는 사람, 그 동작을 하게 하는 사람, 동작을 받는 대상을 각각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교사가 학생에게 책을 읽혔다’에서 교사는 하게 하는 사람, 학생은 읽는 사람, 책은 읽는 대상입니다. 이 관계를 그려 놓으면 ‘읽히다’가 왜 사동인지 드러납니다.

‘읽혀지다’까지 써야 뜻이 또렷해질까요?

글을 고치다 보면 ‘이 책은 널리 읽혀진다’ 같은 문장을 자주 만납니다. 여기서 ‘읽히다’가 이미 피동인데 피동의 뜻을 나타내는 ‘-어지다’를 다시 붙이면 뜻이 겹칩니다. 이 문맥에서는 ‘이 책은 널리 읽힌다’가 간결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잊혀지다’를 ‘잊히다’로 다듬는 것도 같은 까닭입니다.

그렇다고 ‘-어지다’가 들어간 말을 모두 지워서는 안 됩니다. ‘문이 열어졌다’처럼 ‘열다’에 ‘-어지다’를 붙여 피동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또 사동의 뜻이 있는 말 뒤에 피동 표현이 붙은 경우까지 무조건 이중 피동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먼저 앞의 말이 이미 피동인지, 문장 전체가 어떤 일을 말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피동과 사동을 설명할 때 저는 접미사를 마지막에 보여 줍니다. ‘문이 닫혔다’에는 누군가의 행동을 받은 문이 있고, ‘엄마가 아이를 재웠다’에는 자는 일을 하게 한 엄마가 있습니다. 말의 이름에 담긴 ‘입다’와 ‘시키다’를 떠올리면, 같은 ‘읽히다’를 만나도 문장 속에서 어느 쪽 뜻인지 차분히 찾을 수 있습니다.

피동 사동 차이는 누가 행동했는지 보면 알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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