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강의에서 한 수강생이 정부의 법 개정 소식을 보고 물었습니다. “입법예고 중이라는데, 이미 바뀐 법인가요?” 뉴스에서는 개정 방향을 확정된 제도처럼 전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입법예고는 아직 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듣는 단계입니다. 이때 자주 나오는 ‘40일’도 모든 법안에 똑같이 적용되는 숫자는 아닙니다.
입법예고는 언제 하는 절차일까요?
행정기관이 법령을 만들거나 고치거나 없애려 할 때, 마련한 안을 미리 알리는 절차가 입법예고입니다. 행정절차법 제41조는 이를 원칙으로 정합니다. 무엇을 왜 바꾸려는지 공개하고, 영향을 받을 사람을 포함해 누구나 의견을 낼 시간을 두는 것이죠.
여기서 ‘예고’라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고문에 적힌 조항과 시행 예정일은 검토 중인 안의 내용입니다. 의견 수렴과 후속 절차에서 문구가 달라질 수 있고, 법률안이라면 국회의 심의도 거쳐야 합니다. 실제 적용 여부를 확인할 때는 입법예고문과 함께 최종 공포된 법령의 시행일을 봐야 합니다.
40일과 20일은 무엇을 가리킬까요?
행정절차법 제43조에 따르면 입법예고 기간은 예고할 때 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입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규칙 같은 자치법규는 20일 이상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법령안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안을 먼저 구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40일이나 20일은 의견을 받을 기간의 원칙이지, 그 기간이 지나면 법이 자동으로 시행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의 40일 기준에도 경위가 있습니다. 법제처의 행정절차법 개정 자료를 보면, 종전에는 입법예고 기간이 20일 이상이었습니다. 2011년 개정으로 법령의 기간을 40일 이상으로 늘렸고, 이 규정은 2012년 3월 15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정부가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더 충분히 듣도록 시간을 넓힌 것입니다. 자치법규에는 20일 기준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국회에서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의 입법예고를 보고 “왜 40일이 아니냐”고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회의 법률안 입법예고에는 별도의 국회 규칙이 적용됩니다. 그 규칙은 일부개정법률안은 10일 이상, 제정법률안과 전부개정법률안은 15일 이상으로 정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기간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입법예고’라는 이름이어도 정부의 법령안인지, 국회에 회부된 법률안인지에 따라 기간 기준이 다른 셈입니다.
기간이 짧으면 곧바로 문제가 될까요?
행정절차법은 40일과 20일 앞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이라는 조건을 둡니다. 또 긴급한 입법이 필요하거나 상위 법령을 단순히 집행하기 위한 경우 등에는 예고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도 정해 놓았습니다. 정부 법령안의 예고를 생략하거나 법정 기준보다 짧게 하려면, 법제업무 운영규정에 따라 주관기관의 장이 법제처장과 협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공고문에 40일보다 짧은 기간이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적법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법령안인지, 기간을 줄인 사유가 무엇인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급하다’는 설명만으로 의견 수렴의 필요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기간 단축을 두고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논거와, 영향을 받는 사람이 안을 읽고 의견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논거가 맞섭니다. 어느 쪽이 설득력 있는지는 해당 안의 내용과 단축 사유를 놓고 판단할 일입니다.
예고 뒤 내용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행정절차법은 국민생활과 직접 관련된 내용이 추가되는 등 중요한 변경이 생기면 해당 부분을 다시 입법예고하도록 정합니다. 처음 공개한 안과 이후의 안을 비교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공고문에서 먼저 볼 날짜는 무엇일까요?
입법예고문을 읽을 때는 공고일만 보지 말고 의견제출 마감일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법 제44조에 따라 행정청은 의견을 받는 기관과 제출 기간 등을 예고할 때 함께 알려야 합니다. 법은 누구든지 예고된 입법안에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정합니다. 소관 부처의 공고문이나 국민참여입법센터에서 법령안의 취지, 바뀌는 조항과 제출 방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원 대상의 연령을 바꾸는 안이라면 “찬성”이나 “반대”만 적는 것보다 어느 조항의 어떤 기준이 누구에게 영향을 주는지 밝히는 의견이 구체적입니다. 시행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 준비에 필요한 기간을 함께 제시할 수 있겠죠. 행정청은 제출된 의견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존중해 처리하고, 제출자에게 처리 결과를 통지해야 합니다. 의견을 냈다고 해서 반드시 원안에 반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입법예고 기간은 법이 바뀌기 전 의견을 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숫자 하나를 외우기보다 누가 어떤 안을 예고했는지, 의견 마감일과 실제 시행일이 각각 언제인지를 나눠 읽으면 뉴스 속 제도 변화가 한결 또렷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