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학교 시험 이야기를 듣다가 ‘선행학습 금지법이 있는데 학원에서 다음 학기 수학을 배워도 되나?’라는 질문이 나왔어요. 이름만 보면 학생이 미리 공부하는 것부터 금지하는 법처럼 들리죠. 그런데 실제로 살펴야 할 대상은 학교의 수업과 평가, 그리고 학원 등의 광고입니다.
먼저 법의 이름과 대상을 확인하세요
흔히 선행학습 금지법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이름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입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법 조항을 보면 학교가 편성된 교육과정보다 앞선 내용을 운영하거나, 학생이 배우지 않은 내용을 시험에 내는 행위를 규제합니다. 학원·교습소·개인과외교습자에게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나 선전을 금지하고요.
여기서 구분할 점은 ‘학생의 선행학습’과 ‘학교의 선행교육’입니다. 학생이 호기심에 다음 단원 책을 읽거나 집에서 미리 문제를 푸는 것 자체가 이 법의 금지 대상은 아닙니다. 반면 학교가 교육과정에 편성하지 않은 다음 학기 내용을 수업으로 운영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이름 때문에 학생에게 적용되는 규칙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누가 무엇을 했는지부터 보면 한결 명확해집니다.
학교 수업과 시험은 배운 범위가 기준이에요
학교 시험에서는 ‘학생이 배운 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직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다음 학기 개념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항이 지필평가에 나왔다면 확인이 필요하죠. 수행평가나 교내 대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문제집에서 본 적이 있는 내용인지보다 학교가 어떤 내용을 가르쳤고 어떤 수준으로 평가했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수업 계획에 적힌 날짜가 하루라도 앞당겨지면 곧바로 위반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시흥은행중학교의 2026년 선행교육 예방 안내도 같은 학기 안에서 진도가 빨라져 5월 예정 내용을 4월에 가르치는 경우는 선행교육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과목 내용을 재구성해 가르칠 수도 있지만, 그에 맞게 교수학습·평가 계획을 마련하고 실제 수업과 평가에 반영해야 합니다.
방과후학교도 기본적으로 학교가 편성한 교육과정을 앞서 운영할 수 없습니다. 다만 법에는 고등학교 휴업일에 운영하는 경우 등 일부 예외가 있어요. ‘방과후 수업이니까 무조건 가능하다’거나 ‘방과후 수업은 모두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보다 학교급, 운영 시기, 해당 학교의 조건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학원 수업과 광고는 구분해서 보세요
학원에서 다음 학기 내용을 배운다는 사실만으로 이 법에 따라 바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법 조항이 학원·교습소·개인과외교습자에게 직접 금지하는 것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입니다. 교육부의 불법 사교육 안내에는 ‘의대를 목표로 한다면 초등 때 중등과정을 마쳐야 한다’는 식으로 불안을 자극하는 문구가 위반 사례로 제시돼 있어요.
따라서 학원 안내문을 볼 때는 ‘무엇을 가르치나’와 ‘어떻게 홍보하나’를 나눠 읽는 게 좋습니다. 몇 학년 과정을 다룬다는 수업 설명과, 그 과정을 미리 끝내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압박하는 광고는 성격이 다르니까요. 광고 문구가 의심스럽다면 원본 화면이나 전단을 보관하고 관할 교육지원청에 문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 사례에 적용할 때는 이렇게 확인해요
시험 문제가 범위를 벗어난 것 같다면 문제 한 개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먼저 학교의 과목별 진도 계획과 평가 계획을 확인하고, 해당 개념을 실제 수업에서 언제 배웠는지 살펴보는 게 순서입니다.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라도 그 학기 수업에서 아직 다루지 않았다면 평가 범위를 다시 확인할 이유가 있습니다. 반대로 낯선 형태의 문제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선행학습 유발 문항이라고 할 수도 없고요.
- 학교 수업이라면 편성된 교육과정과 실제로 가르친 내용을 비교합니다.
- 시험이라면 출제 시점까지 배운 범위와 문제의 수준을 함께 봅니다.
- 학원이라면 수업 내용과 광고 문구를 구분해 확인합니다.
차이가 발견되면 과목 담당 교사나 학교에 수업·평가 범위를 먼저 물어볼 수 있습니다. 광고 문제라면 교육지원청을 통해 기준을 확인하면 되고요. 선행학습 금지법을 이해할 때 가장 유용한 질문은 ‘미리 공부했나?’보다 ‘학교가 배우지 않은 내용을 요구했나?’인 것 같습니다. 그 기준을 알고 나면 아이의 공부 계획도 막연한 불안보다 실제 수업을 중심으로 세우기 쉬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