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좌도 두리마을에 차를 세우고 다리 쪽으로 걸어가면, 신안 퍼플섬 여행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이 보인다. 배 시간표가 아니라 퍼플교 입구 안내판이다. 반월도와 박지도는 다리로 이어져 있어 여객선을 탈 필요가 없다. 섬 여행이라고 배편부터 찾는 분이라면 여기서 동선이 한결 단순해진다.
배편 대신 두리마을까지 가는 길을 먼저 잡는다
자가용이라면 목포 쪽에서 압해도를 지나 천사대교를 건너고, 암태도와 팔금도를 거쳐 안좌도 두리마을의 퍼플교 입구로 간다. 목적지를 그냥 ‘퍼플섬’으로만 찍기보다 ‘퍼플교’ 또는 ‘안좌면 소곡두리길 257-35’로 확인하는 편이 낫다. 도착하면 안내에 따라 주차하고 걸어 들어간다. 차를 가지고 반월도와 박지도를 둘러보는 코스가 아니다.
대중교통은 목포에서 안좌도 방면으로 들어간 뒤 두리마을까지 가는 연결편을 확인해야 한다. 이 구간은 출발지와 요일에 따라 환승과 대기 시간이 여행 시간을 크게 바꾼다. 갈 때 편만 보고 섬에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버스를 놓치면 난감하다. 출발 전 신안군 교통 안내에서 두리마을까지의 편과 마지막 귀로편을 함께 확인해 두는 게 좋다. 배 결항 걱정은 덜지만, 버스 막차 걱정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입장료도 준비할 부분이다. 한국관광공사와 신안군 안내에 실린 일반 성인 요금은 5,000원이고, 보라색 의상 등을 착용하면 무료입장 대상이 될 수 있다. 인정되는 물품과 운영 시간은 현장 기준이 바뀔 수 있으니 출발 당일 다시 확인한다. 특히 겨울에는 해가 빨리 지므로 늦은 오후 도착을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두리에서 박지도를 거쳐 반월도로 걷는다
두리마을에서 다리를 건너 먼저 박지도로 들어가고, 다시 다리를 건너 반월도로 가는 순서가 걷기에 자연스럽다. 퍼플교 두 구간의 길이를 합하면 약 1.5㎞다. 왕복으로 다리만 건너도 약 3㎞이니, 섬 안 산책까지 넣을 생각이라면 ‘잠깐 사진 찍고 오는 코스’로 시간을 잡으면 빠듯하다.
박지도에 닿으면 바로 다음 다리로 가지 말고 마을과 바다 쪽을 조금 걸어본다. 바람의 언덕과 꽃밭은 계절을 탄다. 꽃 사진만 기대하고 먼 길을 왔다면 꽃이 없는 시기에는 허전할 수 있다. 반면 물이 빠진 갯벌과 낮은 섬 능선을 천천히 보는 사람에게는 계절 차이가 오히려 재미있다. 박지도 둘레길까지 걷는다면 물과 간식을 챙기고, 다리만 건널 계획이라면 욕심내어 먼 길로 빠지지 않는 게 낫다.
반월도에서는 마을길과 해안 쪽을 걸은 뒤 두리로 돌아온다. 두 섬을 모두 깊이 돌면 걸음 수가 꽤 늘어난다. 일행 중 걷는 속도가 다른 사람이 있으면 박지도에서 시간을 쓰고 반월도는 짧게 보는 식으로 조절할 만하다. 섬 안에서 자전거나 전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도 있지만, 대여 장소와 운영 여부를 그날 확인해야 한다. 대여 수단을 전제로 일정을 촘촘하게 짜지는 않는다.
물때와 바람은 풍경과 걸음을 바꾼다
퍼플섬에서는 물때 때문에 배를 놓칠 일은 없다. 그렇다고 물때가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만조 무렵에는 다리 아래로 물이 차서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 강하고, 간조 무렵에는 갯벌의 결이 드러난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단정하기보다 보고 싶은 풍경에 맞춰 시간을 고르면 된다. 국립해양조사원 조석 예보에서 인근 바다의 물때를 미리 보는 이유다.
실제 걸음을 더 크게 좌우하는 건 바람이다. 다리 위에서는 햇빛을 피할 곳이 적고, 바람이 불면 체감 온도가 뚝 떨어진다. 여름에는 물과 모자가 필요하고, 겨울에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편이 편하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한 날에는 현장 통제 안내도 확인한다. 날씨가 좋지 않은데 다리 끝까지 가겠다고 고집할 만한 코스는 아니다.
꽃이 많은 시기나 주말에는 입구와 다리에서 걸음이 느려질 수 있다. 반대로 비수기 평일에는 풍경이 한산하지만 문을 연 식당이나 대여 시설이 적을 수 있다. 점심을 섬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라면 영업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확실하지 않으면 안좌도에서 식사 시간을 잡는 편이 마음 편하다.
숙박은 걷고 싶은 시간에 맞춰 고른다
퍼플교와 두 섬의 분위기만 보고 싶다면 당일 방문으로 충분하다. 두리마을에서 다리를 건너 박지도와 반월도를 둘러본 뒤 돌아오는 데 반나절 정도를 두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꽃밭과 둘레길을 모두 걷거나 해 질 무렵까지 머물고 싶다면 안좌도 또는 주변 섬에서 하루 자는 편이 낫다. 숙소를 고를 때는 이름보다 다음 날 이동편과 식사할 곳을 먼저 본다.
반월도와 박지도에도 숙박 안내가 있지만 객실과 편의시설 선택지는 넉넉한 편이 아니다. 섬 안에서 잔다면 예약 전에 입실 방법, 저녁 식사 가능 여부, 짐을 옮길 방법을 묻는 게 좋다. 다리를 건너야 하는 만큼 짐이 많으면 짧은 거리도 길어진다. 차를 세운 안좌도에 숙소를 잡으면 다음 날 다른 신안 섬으로 움직이기는 수월하다.
퍼플섬은 배를 타고 멀리 들어가야 만나는 외딴섬의 분위기와는 다르다. 잘 만든 보행교를 따라 두 마을과 바다를 천천히 걷는 곳에 가깝다. 꽃 한 장면만 보고 돌아오기보다, 물이 든 시간과 빠진 시간 사이에서 섬의 표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볼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더 잘 맞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