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개봉작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결국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다시 언급됐다. 2019년 영화인데, 누군가는 상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반지하 집과 계단을 기억했다. 수상 경력만 알고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어떤 영화인지 감을 잡기 어려울 수 있다. 이야기를 어디까지 알고 보는 게 좋을지도 고민된다.
관람 전에는 두 가족이 만난다는 출발점 정도면 충분하다. 이후의 사건을 미리 알기보다, 인물들이 같은 공간을 어떻게 다르게 쓰는지 보는 편이 이 영화의 재미를 살린다.
황금종려상은 어떤 상일까?
칸영화제 공식 기록에 따르면 <기생충>은 2019년 제72회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황금종려상은 경쟁 부문 작품 가운데 선정되는 최고상이다. 배우 한 사람의 연기나 흥행 성적에 주는 상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니 ‘황금종려상 기생충’이라는 말은 작품 전체가 칸에서 받은 평가를 가리킨다.
이듬해에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까지 네 부문을 수상했다. 칸 수상과 아카데미 수상은 같은 사건이 아니다. 발표 시기도 2019년과 2020년으로 다르다. 영화를 소개하는 글에서 두 기록이 함께 나와 헷갈리기 쉬운데, 먼저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이후 아카데미에서 네 개의 상을 받은 순서로 기억하면 된다.
큰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취향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 작품은 가벼운 가족 코미디를 기대한 사람에게 꽤 어둡게 느껴질 수 있고, 처음부터 무거운 사회극을 예상한 사람에게는 의외로 웃긴 장면이 많다. 수상 이력보다 이런 온도 차이를 알고 들어가는 게 관람에는 더 유용하다.
두 가족의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될까?
기택의 가족은 반지하에 살며 일정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다. 장남 기우가 박 사장 집의 과외 자리를 얻으면서 두 가족의 생활이 연결된다. 여기까지가 큰 반전을 건드리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이후 가족들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영화가 직접 보여주는 편이 훨씬 재미있다.
송강호가 기택을, 최우식이 기우를 연기한다. 박 사장 부부는 이선균과 조여정이 맡았다. 인물 이름을 모두 외울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반지하에 사는 기택네와 넓은 집에 사는 박 사장네, 이 두 집만 구분해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다.
영화는 웃음이 나는 상황에서 시작하지만 한 장르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대사 한 줄이 우스웠다가 곧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 변화가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 코미디만 기대하고 고르기보다는 긴장감 있는 드라마를 볼 마음으로 시작하는 편이 맞다. 중요한 장면의 내용을 미리 찾아보지 않아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서는 영화 안에 충분히 나온다.
보기 전에 알아둘 관람 정보는?
국회도서관의 작품 정보에는 본편이 131분, 관람 등급이 15세 관람가로 기록돼 있다. 두 시간이 조금 넘는 길이라 인물들이 자리를 잡는 초반부를 지나면 사건의 속도가 달라지는 편이다. 잔혹한 장면만 이어지는 영화는 아니지만, 후반부에는 폭력과 강한 긴장감이 있다. 어린 관객이나 불편한 장면에 민감한 관객이라면 등급과 분위기를 함께 고려할 만하다.
상영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지 여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초반의 작은 행동과 물건이 나중에 다른 뜻으로 돌아오는 구조라 중간부터 보기에는 아쉬운 작품이다. 특히 누가 어느 집에 들어가고,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를 초반에 따라가면 뒤의 변화가 선명해진다.
박스오피스 기록도 눈에 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9년 한국 영화산업 자료에서는 <기생충>을 그해 관객 천만 명을 넘긴 한국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소개만 들으면 소수 관객이 찾은 작품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국내 극장에서도 넓은 관객층을 만났다. 다만 흥행 규모가 곧 모든 사람에게 편안한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무엇을 눈여겨보면 더 재미있을까?
처음 볼 때는 계단과 창문을 유심히 봐도 좋다. 반지하의 창은 길 위 사람들의 발과 바깥 소음을 가까이 들여오고, 박 사장네 집의 큰 창은 정돈된 마당을 보여준다. 두 집 모두 바깥을 바라보지만 보이는 풍경은 전혀 다르다. 인물들이 위아래로 이동하는 장면도 공간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게 한다.
냄새에 관한 말 역시 지나치기 쉬운 단서다. 화면으로는 보이지 않는데도 인물 사이의 거리를 바꾸기 때문이다. 누가 그 말을 먼저 꺼내는지, 듣는 사람의 표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만 봐도 관계가 드러난다. 이런 요소는 뜻을 미리 외워 가기보다 장면 안에서 발견할 때 더 잘 남는다.
<기생충>의 매력은 상의 이름을 몰라도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고, 다 본 뒤에는 평범해 보였던 공간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는 데 있다. 처음 관람이라면 반전 설명을 찾아 읽는 시간보다 두 가족의 첫 만남을 그대로 지켜보는 시간이 더 값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