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 집 안방 베란다를 봤는데, 의자를 놓기 전에 먼저 치워야 할 게 보였습니다. 창가에 쌓인 상자 때문에 창문을 끝까지 열 수 없었거든요. 안방 베란다 꾸미기는 예쁜 물건을 들이는 일보다 물기와 동선을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오래 갑니다.
가구를 사기 전에 베란다 상태부터 확인하세요
먼저 바닥의 가로·세로 길이와 창문을 열었을 때 남는 폭을 잽니다. 창문 손잡이, 빨래건조대, 실외기 점검문까지 열어 본 상태에서 치수를 적어야 합니다. 줄자로 재는 데 15분, 물건을 빼고 바닥을 닦는 데는 보통 1~2시간 걸립니다. 저는 이 시간을 작업 계획에서 빼먹었다가 새 바닥재를 깔기도 전에 지친 적이 많습니다.
창틀 아래나 벽 모서리에 검은 얼룩이 있다면 휴지로 눌러 습기가 묻어나는지 봅니다. 비 온 뒤 벽이 젖거나 도장면이 부풀었다면 꾸미기를 멈추고 누수 원인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결로가 반복되는 곳에 페인트나 선반을 덮어 놓으면 몇 달 뒤 다시 뜯게 됩니다. 창문 주변 실리콘이 벌어졌거나 외벽 쪽에서 물이 들어오는 듯하면 관리사무소나 방수 시공 전문가에게 상태를 보여주는 편이 안전합니다.
대피공간, 하향식 피난구, 경량 칸막이가 있는 집도 있습니다. 그 앞에 수납장을 놓거나 바닥재로 덮으면 안 됩니다. 집마다 피난 설비의 위치가 다르니 관리사무소에서 도면과 관리규약을 먼저 확인하세요. 난간이나 외벽에 물건을 고정하는 작업도 임의로 시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좁은 바닥은 조립식 마루부터 맞춰 봅니다
바닥이 멀쩡하다면 철거 없이 얹는 조립식 마루가 초보자에게 다루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폭 1.2m, 길이 2m인 바닥은 2.4㎡입니다. 0.81㎡ 한 묶음 제품이라면 계산상 세 묶음이 필요합니다. 다만 모서리와 배수구 주변을 잘라내야 하므로 제품 규격을 확인하고 여유분을 따져 주문해야 합니다.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플라스틱 조립마루를 예로 들면 0.81㎡ 한 묶음이 약 2만 5천 원 선이라, 세 묶음은 약 7만 5천 원입니다. 색과 재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고 배송비도 별도일 수 있습니다. 준비물은 줄자, 연필, 청소도구, 작업장갑입니다. 가장자리를 잘라야 한다면 제품 설명에 맞는 톱이나 절단 공구가 더 필요합니다. 한 번 쓰려고 공구를 사기보다 빌릴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설치 전에는 바닥 먼지와 물기를 없애고 완전히 말립니다. 창문 쪽부터 임시로 놓아 보면서 문턱에 걸리지 않는지 확인한 뒤 연결합니다. 좁은 베란다도 재단이 없으면 1~2시간, 재단이 여러 군데면 반나절은 잡아야 합니다. 배수구를 가리거나 물이 고이는 자리를 막지 말고, 깐 뒤에도 타일을 들어 바닥을 청소할 수 있게 두세요. 물을 자주 쓰는 베란다라면 목재보다 관리가 쉬운 재질이 편합니다.
벽과 수납은 물기에서 한 발 떨어뜨립니다
벽 색이 거슬린다면 먼저 페인트가 벗겨지는 이유부터 봅니다. 손으로 문질렀을 때 가루가 묻거나 표면이 축축하면 바로 칠하지 않습니다. 상태가 양호한 벽이라면 먼지와 유분을 닦고, 마스킹 테이프로 창틀과 바닥을 가린 뒤 베란다 벽에 맞는 제품을 고릅니다. KCC의 셀프 페인팅 안내도 칠하기 전 수분과 먼지 제거를 기본 작업으로 짚습니다. 제품에 적힌 도장 간격과 환기 조건을 지키고, 청소와 보양을 포함해 하루 일정을 비워 두는 게 현실적입니다. 페인트와 롤러·트레이·테이프를 새로 사면 면적과 제품에 따라 대략 4만~8만 원을 예산으로 잡을 만합니다.
선반은 바닥에 세우는 방식이 작업이 적습니다. 깊이 30~40cm짜리 낮은 선반 하나면 화분과 작은 수납함을 나눠 놓기 좋습니다. 창문 개폐와 대피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위치에 두고, 벽과는 손가락 두세 마디 정도 간격을 둡니다. 물기가 잦은 자리에 원목 가구를 바짝 붙여 놓으면 뒤쪽부터 곰팡이가 생기기 쉽습니다.
벽걸이 선반은 벽 재질을 모르면 시작하지 마세요. 콘크리트와 석고보드는 필요한 고정 부품이 다르고, 벽 안에 전선이나 배관이 지날 수도 있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올릴 계획이거나 고정 위치가 불확실하면 설치 기사에게 맡기는 게 맞습니다. 콘센트 신설이나 조명 배선 변경은 셀프 작업 범위에서 빼고 전기 전문가에게 요청하세요.
마지막 물건은 앉을 자리 하나면 충분합니다
안방 베란다는 폭이 좁은 경우가 많아서 의자, 테이블, 화분을 한꺼번에 들이면 다시 창고처럼 보입니다. 먼저 접이식 의자 하나를 놓고 일주일 정도 써 보세요. 앉았을 때 빨래를 널 수 있는지, 창문을 열 수 있는지 확인한 뒤 작은 테이블이나 화분을 더해도 늦지 않습니다. 충전식 스탠드를 쓴다면 직사광선과 빗물이 닿지 않는 자리에 두고 제품의 사용 환경을 확인합니다.
바닥 2.4㎡를 기준으로 조립식 마루 약 7만 5천 원, 작은 실외용 테이블 약 4만 원, 충전식 조명 약 2만 원을 잡으면 물건값은 14만 원 안팎입니다. 의자는 집에 있는 것을 옮겨 쓰는 계산이고, 배송비와 공구비는 빠져 있습니다. 처음부터 벽칠과 새 가구까지 모두 넣으면 비용도 시간도 훌쩍 늘어납니다.
제가 여러 번 고쳐 보니 안방 베란다는 사진처럼 채운 날보다 비 오는 날 바닥을 살펴보고, 창문을 편하게 여는 날에 더 만족스럽습니다. 작은 공간일수록 비워 둔 폭이 쓰임새를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