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마감 뒤 KOSPI가 올랐다는 뉴스를 볼 때면 저는 먼저 오른 종목의 수를 확인합니다. 지수가 1% 상승해도 몇몇 대형주만 강했다면 시장 전체가 좋아졌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같은 상승이라도 누가 끌어올렸고, 어떤 돈이 들어왔는지에 따라 다음 날 읽어야 할 신호가 달라집니다.
1. 지수보다 먼저 대형주의 기여도를 본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KOSPI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의 시가총액을 바탕으로 한 지수입니다. 기준일인 1980년 1월 4일의 지수를 100으로 놓고 계산합니다. 따라서 시가총액이 큰 종목의 가격 변화가 지수에 더 크게 반영됩니다.
가령 지수에서 비중이 10%인 종목이 5% 오르고 다른 종목은 움직이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그 종목만으로 지수를 약 0.5%포인트 끌어올리는 셈입니다. 실제 지수 계산에는 주식 수 변동 등에 따른 조정이 있지만, 왜 대형주 몇 개의 움직임이 시장 분위기를 압도하는지 이해하는 데는 충분한 예입니다.
그래서 지수 상승률 옆에 상승 종목 수와 업종별 흐름을 함께 적어 둡니다. 반도체만 오르는 날과 반도체·자동차·금융이 함께 오르는 날은 폭이 다릅니다. 전자는 특정 업종의 실적 기대가 반영된 움직임일 수 있고, 후자는 위험자산을 사려는 수요가 넓어졌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하루의 등락만으로 추세가 굳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2. 환율과 외국인 수급을 같은 화면에 놓는다
KOSPI와 원·달러 환율은 따로 읽기 어렵습니다. 해외 투자자가 원화 주식을 살 때는 주가 수익뿐 아니라 나중에 원화를 달러로 바꿀 때의 환율도 중요합니다. 주가가 5% 올라도 보유 기간에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 달러 기준 수익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원화가 강해지는 구간에는 주식 수익과 환차익을 함께 기대하는 자금이 들어올 여지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환율 상승을 곧바로 KOSPI 하락 신호로 해석하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수출기업에는 환율 상승이 원화 환산 매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자재 수입 비용, 해외 생산 비중, 환헤지 계약까지 고려하면 기업별 효과는 달라집니다. 환율이 움직인 이유가 미국 금리인지, 국내 경기 우려인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외국인 매매도 하루 순매수 금액 하나로 판단하기보다 며칠에 걸쳐 같은 업종을 사는지 봅니다. 환율이 안정되는 가운데 외국인 매수가 여러 업종으로 번진다면 지수 상승의 기반을 조금 더 넓게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환율이 급등하는 날 일부 대형주 매수만으로 지수가 버텼다면 시장의 긴장감이 풀렸다고 보기에는 이릅니다.
3. 금리 하락의 이유를 확인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에 좋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할인율이 낮아져 주식 가치에 우호적일 수 있습니다.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리가 떨어진 이유가 경기 둔화와 실적 악화 우려라면 주가는 함께 약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한 날 KOSPI가 올랐다면, 시장이 물가 부담 완화와 통화정책 여유를 반겼는지 확인합니다. 같은 금리 하락에도 수출 전망이 나빠지고 기업 이익 추정치가 내려갔다면 해석은 달라집니다. 한국은행도 금리와 환율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여러 경로로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금리의 방향만큼 그 배경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도 나눠 봐야 합니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결정하지만 국채금리에는 앞으로의 물가, 성장률, 금리 결정에 대한 기대가 먼저 반영됩니다. 기준금리 인하 발표 전에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다면 발표 당일의 상승 여력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4. 실적 전망이 지수 상승을 받치는지 살핀다
장기적으로 주가를 지탱하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입니다. 저는 KOSPI가 빠르게 오를 때 상승 이유를 두 갈래로 나눕니다. 앞으로 벌 이익에 대한 예상이 높아졌는지, 아니면 같은 이익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졌는지입니다. 두 경우 모두 지수는 오르지만, 이후 확인할 지표가 다릅니다.
실적 전망이 개선되는 국면이라면 수출 증가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는지 살핍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기대를 키웠다면 다음 분기에는 출하량과 수익성이 그 기대를 뒷받침해야 합니다. 반대로 이익 전망은 그대로인데 주가만 오른다면 금리 하락이나 투자심리 개선의 역할이 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는 작은 실망에도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매일 확인하는 순서는 단순합니다.
- 대형주와 상승 종목 수를 비교해 상승의 폭을 본다.
-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매매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 본다.
- 금리 변화 뒤에 물가 완화가 있는지, 경기 우려가 있는지 구분한다.
- 주가 상승 속도를 기업 이익 전망의 변화와 비교한다.
네 신호가 늘 한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환율은 불안한데 실적 전망은 좋아질 수도 있고, 금리는 내려가는데 주가는 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KOSPI의 내일 숫자를 맞히려 하기보다 지금의 상승을 설명하는 근거가 얼마나 넓고 오래갈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지수 한 줄만 볼 때보다 판단을 서두를 일이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