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송읍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렸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산보다 읍내의 낮은 건물들이었다. 청송 여행 1박 2일 동안 주왕산을 꼭 올라야 할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동네를 천천히 걷고 싶었다. 터미널 근처에서 밥을 먹고 골목으로 들어서니 차 소리가 금세 멀어졌다. 여행지에 왔다기보다 잠시 남의 동네 오후를 빌린 기분이었다.
첫날 오후는 청송읍 골목에서 시작했다
첫날에는 짐을 내려놓고 소헌공원 쪽으로 걸었다. 찬경루와 운봉관이 있는 공원이다. 오래된 건물을 보려고 찾아왔지만, 기억에 남은 건 그 주변의 평범한 풍경이었다. 골목에서 공원으로 나오던 주민, 벤치에 앉아 쉬던 사람, 건물 사이로 보이던 낮은 하늘. 안내판을 하나씩 읽으며 바삐 돌기보다 한 바퀴 걷고 잠깐 앉아 있는 편이 이곳에는 더 어울렸다.
소헌공원에서 발길을 돌려 읍내 길을 더 걸었다. 청송은 유명한 풍경의 인상이 워낙 강해서, 읍내를 걸을 이유를 생각하지 못하기 쉽다. 그런데 가게 문 앞의 화분이나 오래된 간판을 지나며 걷다 보니 이곳에도 사람들이 매일 오가는 길이 있다는 게 보였다. 여행자는 특별한 장면을 찾느라 서두르지만, 동네의 속도는 그보다 느렸다.
저녁을 먹기 전에는 달기약수탕 쪽으로 다녀왔다. 약수터 주변에는 닭백숙을 파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 혼자라면 한 상을 주문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식사 계획을 미리 생각해 두는 게 좋겠다. 나는 약수터 주변을 걷고 읍내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식당 선택지가 더 있는 곳에 숙소를 잡아 두니, 해가 진 뒤에도 먼 길을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밤에는 읍내에 머무는 편이 편했다
청송의 장소들은 지도에서 가깝게 보여도 막상 이동하면 하루가 짧다. 그래서 숙소는 첫날 걸었던 청송읍 쪽으로 잡았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을 들를 수 있고, 다음 날 아침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산 가까이 묵으며 이른 풍경을 보는 여행도 좋겠지만, 이번처럼 골목과 마을이 중심이라면 읍내가 편안했다.
밤의 읍내는 낮보다 더 조용했다. 일부러 야경을 보러 나가지 않아도, 저녁을 먹고 숙소까지 걷는 짧은 시간이 여행의 한 장면이 됐다. 낮에 지나온 길을 다시 알아보고, 내일 갈 덕천마을의 위치를 확인한 뒤 일찍 쉬었다. 하루에 장소를 여러 개 넣지 않으니 발보다 마음이 먼저 쉬는 느낌이었다.
둘째 날은 덕천마을의 담장을 따라 걸었다
다음 날 향한 덕천마을은 송소고택이 있는 파천면의 마을이다. 송소고택은 규모가 커서 자연히 눈길이 가지만, 내가 오래 머문 곳은 고택 사이의 길이었다. 담장 너머로 지붕이 이어지고, 길가에는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골목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나면 카메라를 내려두게 됐다. 이 길은 누군가의 집 앞이기도 하니까.
한국관광공사는 덕천마을에 여러 고택이 남아 있고 일부에서 숙박과 체험을 운영한다고 안내한다. 다만 마을 전체가 관람 공간인 것은 아니다. 열려 있는 공간인지 확인하고 들어가며, 닫힌 대문 앞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는 편이 좋다. 고택의 크기보다 담장과 텃밭이 이어지는 길의 분위기가 궁금하다면, 마을 안쪽을 급히 통과하지 말고 천천히 걸어볼 만하다.
이곳에서는 시간을 넉넉히 두는 게 좋았다. 고택 한 채를 보고 바로 이동하면 기억에 남는 건 건물 이름뿐일지도 모른다. 골목 끝까지 갔다가 왔던 길로 돌아오니 처음에는 지나쳤던 담장의 모양이 다시 보였다.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왔어도 누군가의 생활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으려 했다.
목계솔밭에서는 잠깐 앉아 있었다
목계솔밭에 들렀다. 청송읍에서 진보면으로 이어지는 길가에 있는 소나무 숲이다. 깊은 산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은 아니어서 이동 중 잠시 쉬어 가기 좋았다. 나무 아래에 서 있으니 지나가는 차 소리가 들렸다. 완전히 외딴 숲은 아니지만, 그늘에 잠깐 앉아 있기에는 충분했다.
이번 동선은 청송읍, 달기약수탕, 덕천마을, 목계솔밭 순서였다. 읍내에서는 걸었고, 떨어진 장소로 갈 때는 차를 이용했다. 버스로 움직인다면 청송읍을 숙박 거점으로 삼고, 출발 전에 청송군 농어촌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특히 한적한 곳일수록 돌아오는 편을 먼저 알아두어야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다.
청송에서 돌아오며 떠올린 건 웅장한 풍경보다 담장 옆을 걷던 시간이었다. 볼거리를 더 채웠다면 그 길을 그냥 지나쳤을 것 같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익숙해진 읍내 골목부터 한 번 더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