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귤청을 만들면 같은 귤을 써도 어느 병은 향긋하고 어느 병은 끝맛이 씁니다. 설탕 양보다 먼저 확인할 건 귤의 흰 속껍질과 씨예요. 둘을 얼마나 남겼는지에 따라 맛 차이가 꽤 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귤껍질까지 두껍게 썰어 넣었다가 향보다 쓴맛이 앞서는 청을 만든 적이 있어요. 집에서 편하게 마실 귤청이라면 껍질 욕심을 조금 내려놓는 편이 낫습니다. 귤 과육을 중심으로 만들고, 계량은 껍질을 벗긴 뒤에 하면 됩니다.
귤은 껍질을 벗긴 뒤 무게를 재세요
귤 1kg을 사 왔다고 설탕도 바로 1kg을 꺼내면 대개 설탕이 많아집니다. 껍질을 벗기고 상한 부분을 골라낸 과육의 무게를 기준으로 잡으세요. 보통 귤 1kg에서 과육은 750~800g 안팎 나오지만, 껍질 두께에 따라 달라집니다. 과육이 780g이면 설탕도 780g을 준비하는 식입니다.
- 귤 과육 800g
- 흰 설탕 800g
- 완전히 씻어 말린 유리병 1~2개
- 선택 재료: 레몬즙 1큰술
레몬즙은 귤맛이 밋밋할 때 산뜻함을 더하는 정도라 없어도 됩니다. 설탕은 흰 설탕이 귤 향과 색을 가장 잘 살려요. 황설탕으로 바꾸면 같은 무게를 써도 되지만 색이 짙어지고 캐러멜 같은 맛이 섞입니다. 처음 만든다면 흰 설탕으로 귤 자체의 맛을 보는 걸 권합니다.
덜 달게 먹고 싶다면 설탕을 확 줄여 병에 오래 담아두기보다, 완성한 귤청을 한 잔에 넣는 양을 줄이는 편이 다루기 쉽습니다. 설탕을 줄여 만들 때는 소량만 만들고 곧바로 냉장해 며칠 안에 쓰세요. 오래 두고 마실 계획이라면 남는 귤은 손질해 냉동했다가 다음 병을 만드는 편이 좋습니다.
흰 부분과 씨를 먼저 골라내세요
귤은 껍질째 흐르는 물에 씻고 물기를 닦은 다음 벗깁니다. 껍질에 묻은 물이 손을 타고 과육으로 옮겨가면 병 안에 물이 더해지거든요. 껍질을 벗긴 뒤에는 큰 흰 심을 떼고, 눈에 띄는 굵은 흰 줄기도 걷어냅니다. 얇게 붙은 속껍질까지 모두 벗길 필요는 없어요. 거기까지 손대면 과육이 터져 작업이 오히려 지저분해집니다.
귤을 가로로 2~3등분하거나 알맹이별로 떼어 반으로 자르세요. 자른 면이 있어야 설탕이 과즙에 빨리 녹습니다. 이때 보이는 씨는 꼭 빼주세요. 특히 씨를 칼로 함께 잘라버리면 쓴맛이 더 쉽게 느껴집니다. 저는 작은 귤은 알맹이별로 떼어 작업합니다. 씨를 찾기 쉽고 병에 담기도 편해서요.
껍질 향을 좋아한다면 깨끗이 씻고 말린 귤껍질의 주황색 겉부분만 아주 얇게 깎아 조금 넣을 수 있습니다. 과육 800g에 껍질 조각 2~3개면 충분해요. 흰 부분까지 붙은 껍질을 많이 넣으면 향보다 쓴맛이 강해집니다. 껍질 손질이 번거롭다면 빼도 귤청 맛은 충분히 납니다.
설탕이 과육에 닿게 담고 바로 냉장하세요
병은 세제로 깨끗이 씻고 완전히 말립니다. 뚜껑 안쪽과 고무 패킹에도 물기가 남지 않았는지 보세요. 손질한 귤을 큰 볼에 담고 준비한 설탕의 약 4분의 3을 넣어 가볍게 섞습니다. 과육을 으깨듯 저으면 즙이 너무 많이 나와 담기 불편하니 주걱으로 아래에서 위로 두세 번만 뒤집으세요.
귤과 설탕을 병에 옮겨 담은 뒤 남겨둔 설탕을 맨 위에 고르게 덮습니다. 병 입구까지 꽉 채우지 말고 손가락 두 마디 정도 공간을 남겨주세요. 설탕이 녹으면서 내용물이 움직일 자리가 필요합니다. 뚜껑을 닫아 바로 냉장하고, 하루에 한 번 병을 살살 돌려 바닥의 설탕이 시럽과 섞이게 합니다. 마른 주걱으로 저어도 되지만 그때마다 도구를 깨끗이 준비해야 해서 저는 병을 돌리는 쪽이 편하더라고요.
대개 하루 이틀 지나면 설탕이 많이 녹습니다. 귤의 크기와 냉장고 온도에 따라 더 걸릴 수도 있어요. 바닥에 설탕이 조금 남았다고 실온에 꺼내 오래 두지 마세요. 병을 한두 번 더 돌려주면 됩니다. 설탕이 녹은 뒤에는 귤과 시럽을 함께 떠서 찬물이나 탄산수에 타 마시면 좋아요. 처음에는 귤청 2큰술에 물 150ml 정도를 넣고 입맛에 맞춰 조절하세요.
맛이 어긋났을 때는 이렇게 손보세요
쓴맛이 가볍게 올라온다면 떠낸 과육에서 남은 씨나 두꺼운 흰 부분을 먼저 골라내세요. 이미 시럽에 배어든 쓴맛은 설탕을 더 넣는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한 잔 분량에 귤청을 적게 넣고 물이나 얼음을 넉넉히 잡으면 맛이 부드러워집니다. 쓴맛이 강하면 향이 좋은 새 귤청에 조금씩 섞어 쓰는 정도가 낫습니다.
너무 달다면 병 전체에 물을 붓지 말고 마실 때 희석하세요. 병에 물을 섞으면 보관 상태도 달라집니다. 반대로 향이 약하면 귤청 2큰술에 레몬즙 몇 방울을 더해 보세요. 귤을 많이 넣는 것보다 산미를 조금 보태는 편이 맛이 또렷해질 때가 있습니다.
완성한 귤청은 냉장고에 두고 깨끗하고 마른 숟가락으로 덜어 쓰세요. 집에서 담근 청은 병과 과일 상태가 제각각이라 보관 기간을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작은 병에 나눠 담아 2~3주 안에 먹는 편입니다. 곰팡이가 보이거나 평소와 다른 술 냄새, 불쾌한 냄새가 나면 맛보지 말고 병째 버리세요.
귤청은 만드는 손길보다 순서가 맛을 좌우하는 음식이에요. 과육 무게를 잰 뒤 설탕을 맞추고, 씨를 골라내고, 물기 없는 병에 담는 것. 이 세 가지만 차분히 지켜도 겨울 귤의 향을 훨씬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