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주차장에 세워 둔 차의 냉각수 보조 탱크를 봤는데 수위가 MIN 선 가까이 내려와 있었습니다. 트렁크에는 예전에 사 둔 초록색 부동액이 있었고, 탱크 안 냉각수는 분홍색처럼 보이더군요. 운전한 지 14년이 됐어도 이런 순간엔 잠깐 망설입니다. 색이 다르면 절대 안 되는 건지, 같은 색이면 그냥 부어도 되는 건지 말이 제각각이거든요.
제가 지금은 색보다 먼저 보는 게 있습니다. 차에 맞는 냉각수 규격, 제품의 혼합 가능 여부, 그리고 현재 냉각수가 얼마나 줄었는지입니다. 보닛 앞에서 병을 들고 고민 중이라면 이 순서가 꽤 유용합니다.
같은 색이라고 같은 부동액은 아닙니다
부동액의 색은 눈으로 구별하기 쉽도록 넣은 염료 색입니다. 초록색, 분홍색, 파란색이라는 이유만으로 성분이나 첨가제 구성이 같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색이 달라도 차량이 요구하는 규격과 제품의 호환 조건에 맞을 수 있습니다. 냉각수 제조사인 발보린도 색만으로 냉각수 종류를 판단하는 것은 믿을 만한 방법이 아니라고 안내합니다.
문제는 냉각수가 얼지 않게 하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엔진과 라디에이터 안쪽의 부식을 막는 첨가제도 들어갑니다. 서로 맞지 않는 종류를 섞으면 그 성능이 떨어지거나 침전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사용 설명서에도 다른 종류의 부동액을 혼용하면 침전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안내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록색끼리니까 괜찮겠지’라는 판단으로 보충하지 않습니다.
보충할 때는 차 설명서와 제품 표시를 맞춰 봅니다
먼저 차량 사용 설명서에서 냉각수 규격과 보충 방법을 확인합니다. 차종과 연식에 따라 요구 사항이 다를 수 있어서, 옆 차 운전자가 쓰는 부동액이 내 차에도 맞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다음 제품 용기에 적힌 적용 규격과 차량 호환 안내를 봅니다. 같은 제조사 제품이라도 이름과 색만 보고 고르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미 들어 있는 냉각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가장 편합니다. 정비 명세서나 이전에 보충한 제품 기록이 남아 있으면 확인해 봅니다. 중고차처럼 교환 이력을 모른다면 탱크 속 색을 규격의 증거로 삼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설명서에 맞는 냉각수로 상태를 확인하고 교환할지 정비소에 문의하는 게 낫습니다. 몇 천 원 아끼려다 냉각 계통을 다시 손보는 일은 겪고 싶지 않으니까요.
제품이 원액인지, 바로 넣는 희석 제품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원액을 그대로 채우거나 희석 제품에 물을 또 섞으면 농도가 달라집니다. 현대자동차 설명서의 한 차종에는 외기온도 영하 35도 기준으로 부동액 50%, 물 50%가 제시돼 있지만, 이 숫자를 모든 차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내 차 설명서의 비율과 제품 표시가 우선입니다.
탱크 수위는 엔진이 식었을 때 확인합니다
주차 직후 뜨거운 상태에서 냉각수 캡을 여는 건 위험합니다. 압력을 받은 뜨거운 냉각수가 튀어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저는 평평한 곳에 주차한 뒤 엔진이 충분히 식었을 때 보조 탱크 옆면의 MIN·MAX 표시부터 봅니다. 뜨거울 때와 식었을 때 수위가 다를 수 있으니, 한 번 본 위치만 기억하고 급하게 채우지 않습니다.
수위가 조금 낮고 차에 맞는 제품도 확인됐다면 설명서에 적힌 위치와 양에 맞춰 보충합니다. MAX를 넘기지 않고 캡이 제대로 잠겼는지도 확인합니다. 보충한 날짜와 제품명을 휴대전화에 적어 두면 다음번에 색깔을 보며 추측할 일이 줄어듭니다. 별것 아닌 기록인데, 나중에 정비소에서 최근에 뭘 넣었는지 물을 때 꽤 도움이 됩니다.
며칠 사이 수위가 눈에 띄게 다시 내려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바닥에 떨어진 자국이 있는지, 냉각수 냄새가 나는지 살펴보고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현대자동차도 보충 후 냉각수가 현저히 줄어들면 정비 점검을 안내합니다. 경고등이 켜지거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간다면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끈 뒤 도움을 요청하는 게 우선입니다. 냉각수가 부족한 채 계속 달려서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이미 다른 색을 섞었다면
색이 달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고장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두 제품의 규격과 호환 안내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제품을 모르거나 서로 다른 종류로 확인됐다면, 얼마나 넣었는지 정비소에 알리고 냉각수 상태와 교환 필요 여부를 상담하는 편이 좋습니다. 침전물이나 탁해진 냉각수가 보인다면 더 미루지 않겠습니다.
제 트렁크에 있던 초록색 부동액도 결국 그날은 넣지 않았습니다. 병 색보다 제품 표시와 차 설명서를 먼저 확인하니 판단이 쉬워졌습니다. 주차장에서 급할수록 색 하나로 결정하고 싶어지지만, 냉각수는 그 몇 분을 들여 확인할 만한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