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허가 취소된 뒤 시험 일정을 먼저 묻는 분을 교육장에서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재취득은 시험 예약부터 시작하면 순서가 꼬입니다. 취소 사유에 따라 다시 면허를 받을 수 있는 날짜가 다르고, 반드시 들어야 하는 교육과 면제되는 시험도 달라집니다.
취소 통지서에서 사유와 날짜부터 확인하세요
먼저 운전면허 취소처분 결정통지서의 취소 사유와 취소일을 확인하세요. 도로교통법 제82조에 따르면 일반적인 취소 사유의 결격기간은 취소일부터 1년이지만, 사유에 따라 2년에서 5년까지 길어집니다. 무면허운전은 원칙적으로 위반일부터 1년이며, 면허 정지기간에 운전해 취소된 경우에는 취소일이 기준입니다. 따라서 ‘취소됐으니 무조건 1년 뒤에 시험을 본다’고 계산하면 틀릴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를 2회 이상 위반해 취소되면 결격기간은 2년입니다.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도 2년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2회 이상이면 3년, 사람을 다치게 한 뒤 필요한 구호와 신고 없이 도주한 경우에는 사유에 따라 4년 또는 5년입니다. 형사사건 처리 결과와 위반 행위가 겹치면 적용 기간이 달라질 수 있으니, 통지서만 보고 애매하다면 경찰서 교통민원실이나 한국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본인의 응시 가능일을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적성검사를 받지 않아 취소된 경우는 다릅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안내상 결격기간 없이 재응시할 수 있습니다. 같은 ‘면허 취소’라도 음주운전 취소와 같은 일정으로 잡으면 시간을 허비합니다.
특별교통안전교육은 시험 전에 마쳐야 합니다
음주운전이나 법규위반 등으로 면허가 취소됐다면 해당 특별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해야 재취득할 수 있습니다. 교육을 들었다고 결격기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 이수와 결격기간 종료, 두 조건을 모두 채워야 합니다. 경찰서 출석과 취소된 면허증 반납을 마친 뒤 교육통지서에 적힌 과정을 예약하세요.
한국도로교통공단의 음주운전 교육은 최근 5년 이내 적발 횟수를 기준으로 나뉩니다. 1회자는 12시간, 2회자는 16시간, 3회자는 48시간입니다. 1회자 과정은 4시간씩 3회, 2회자는 4시간씩 4회입니다. 3회자 과정은 4시간씩 12회이므로 시험 직전에 신청하면 일정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규위반·교통사고로 취소된 사람의 법규준수교육과 보복운전으로 취소된 사람의 배려운전교육은 각각 6시간입니다. 교육 횟수를 셀 때 쓰는 ‘최근 5년’과 도로교통법상 결격기간은 서로 다른 기준이므로 혼동하지 마세요.
음주운전 재적발자는 면허 종류도 확인해야 합니다. 2026년 10월 13일 시행 도로교통법 제80조의2에 따르면, 음주운전 등으로 적발된 날부터 5년 이내 다시 위반해 면허가 취소된 사람 등은 재취득 시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해당자는 장치 관련 교육과 설치·등록 절차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시험은 면제 대상인지 확인한 뒤 접수하세요
결격기간이 끝나고 필요한 교육을 이수했다면 시험 과목을 확인합니다. 일반적인 1·2종 보통면허 재취득은 신체검사, 학과시험, 장내기능시험, 연습면허 발급, 도로주행시험, 면허증 발급 순서로 진행됩니다. 한 번 면허를 땄던 사람이라고 학과나 실기시험이 자동으로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시험 전 교육 대상 여부도 접수할 때 함께 확인하세요. 특별교통안전교육과 응시 전 교통안전교육은 이름이 비슷하지만 별도 과정입니다.
예외가 있습니다. 적성검사나 갱신을 하지 않아 면허가 취소된 뒤 5년 이내에 취소된 면허와 동일한 종류로 재응시하면, 한국도로교통공단 안내상 신체검사와 학과시험만 치르고 기능·도로주행시험은 면제됩니다. 5년이 지났다면 다른 면제 사유가 없는 한 모든 과목을 치러야 합니다. 타인에게 면허를 빌려주거나 무등록 차량을 운전해 취소된 경우에도 동일 종류 면허에 대한 별도 시험 면제 기준이 있으므로 본인 사유를 먼저 대조해야 합니다.
시험장에 갈 때는 신분증과 6개월 이내 촬영한 3.5×4.5cm 컬러사진 3매를 준비하세요. 적성검사 미필 취소자의 면제시험 접수는 온라인이나 대리 접수가 되지 않는다고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안내합니다. 접수 가능일, 교육 이수 여부, 시험 면제 과목을 한 번에 확인하고 방문하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새 면허를 받기 전에는 운전대를 잡지 마세요
결격기간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운전 자격이 되살아나지는 않습니다. 시험에 합격하고 새 면허를 받아야 운전할 수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52조에 따라 면허 없이 자동차를 운전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그 운전 때문에 재취득 일정이 다시 밀릴 수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운전했던 분일수록 ‘시험만 다시 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는 교육 때 재취득 날짜보다 먼저, 취소로 이어진 운전 습관을 적어 보게 합니다. 새 면허를 받는 절차는 끝이 있지만, 같은 위험을 되풀이하지 않는 일은 운전할 때마다 계속됩니다.